“노동이 아니라 즐거움…할 일이 태산이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3 10:00
  • 호수 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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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장수촌 일본 오오기미 마을을 가다] 장수하는 뇌의 비결③ 긴조 에미코 할머니가 오오기미 마을에서 사는 법

일본 장수촌인 오오기미 마을에 ‘에미 식당’이 있다. 외진 데다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아 장사가 될까 싶을 정도다. 그나마 일주일에 3일(화~목요일)은 식당 문을 닫는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영업을 하지 않는 날이었다. 그런데 외출 준비를 하고 있던 주인 긴조 에미코 할머니(71)를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그날은 바쁜 날이라면서도 멀리까지 찾아온 기자를 위해 잠시 짬을 냈다.

ⓒ 시사저널 노진섭
ⓒ 시사저널 노진섭

이 외진 곳에 식당을 연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에서 영양학을 전공하고 학교에서 영양사로 일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 오오기미 전통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그래서 30년 전인 1990년 지금의 식당을 열었다. 단순히 식당을 운영해 돈을 벌 목적은 아니다. 이 마을 전통 음식문화를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왜 일주일에 3일 식당 문을 닫는가.

“3일은 산에 있는 밭에서 일한다. 잡초를 뽑지 않고 농약도 치지 않은 채 씀바귀, 고구마 잎, 오키나와 시금치 등 다양한 채소를 재배한다. 그 채소로 나흘 동안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판다. 오늘도 밭일하러 가려던 참이다.”

식자재를 사면 되지 않는가.

“옛날 얘기지만 채소란 가게에서 사는 식품이 아니었다. 흙에서 얻는 식품이었다. 씨를 뿌리고 싹이 나고 세심하게 재배했다. 필요한 만큼 수확해 식탁에 신선한 채소를 올렸다. 집마다 가까운 곳에 밭을 일구며 살았다. ‘부엌과 밭은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게 오오기미 마을 주민들의 오랜 관념이다. 지금도 음식 재료를 재배하는 일이 이 마을에선 드문 일이 아니다. 채소는 자신이 가꾼 것을 먹는 습성이 있다.”

건강식이 이 마을의 전통인가.

“물론이다. 메뉴 중에 ‘장수 도시락’이 외국인들에게 유명하다. 삶은 돼지고기, 연두부, 오키나와 소금으로 간을 한 음식이다. ‘마카치 구메소레’라는 메뉴도 있다. ‘(당신의 건강을) 우리에게 맡겨주세요’라는 뜻이다. 채소는 그 계절에 나는 것을 사용하므로 그때마다 종류가 다르다.”

밭일과 식당 운영을 병행하면 힘들지 않나.

“밭에는 두근거림이 있다. 작물을 심고 키우는 즐거움이 있다. 노동이 아니라 즐거움이고 신체활동이다. 이런 마음가짐과 신체 건강이 균형을 맞춰야 장수한다. 그래서 이 마을엔 치매가 없는 것 같다.”

건강은 어떤가.

“30년 전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생겨 치료했는데 5년 전 또 생겨서 약을 먹고 있다. 그 외에는 건강하다. 거의 매일 지인들과 테니스를 즐기고 음악도 듣고 오키나와 전통 무용도 한다. 가라오케도 곧잘 즐긴다. 65세에 요리책을 냈다. 요즘은 또 다른 책을 준비 중이다. 할머니 요리법을 묶은 책을 낼 생각이다. 이미 자료는 다 모았고 정리해 쓰기만 하면 된다. 그다음엔 내 삶을 되돌아보는 책을 쓸 계획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바쁜 삶에 익숙한가.

“모두 바쁘게 산다. 90세든 100세든 매일 할 일이 계획돼 있다. 오늘 밭일을 하고 내일은 모임이 있고 그다음 날엔 옷감을 짜는 식으로 날마다 다른 일을 한다. 나도 이번 주엔 한국 기자인 당신을 만났지만 다음 주엔 싱가포르 언론사와 그다음 주엔 프랑스 기자와 만나기로 했다. 앞으로는 인터뷰를 예약제로 해야 할 것 같다(웃음). 왜냐하면 내 삶이 매일 바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우리 마을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마운데 많은 시간을 내지 못해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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