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각 총동원’ 총선 전략, 약일까 독일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7 14:00
  • 호수 157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선, 격전의 현장을 가다 - 문재인 정부 내각]
이낙연 총리, 정세균 지역구 서울 종로 출마할지 관심

“총선과 관련해 당에서 요구하고 본인이 동의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놓아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11월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개각 및 청와대 개편·쇄신과 관련한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요구가 있고, 본인 역시 희망한다면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을 내년 4·15 총선에 출마시키겠다는 의미였다. 이른바 총선 ‘내각 총동원령’의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실제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외교부, 국방부 등 핵심 부처 장관들, 차관급 인사들까지 유력한 총선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이 총선 필승 카드로 ‘문재인의 사람들’을 내세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낙연(국무총리) ⓒ 연합뉴스
이낙연(국무총리) ⓒ 연합뉴스

격전지에 ‘이름값’ 있는 장관으로 승부수

여의도의 시선은 내년 봄을 향하고 있다. 4월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임박해서다.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거나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은 예비후보 등록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 기간은 12월17일부터 내년 3월25일까지인데, 예비후보에 이름을 올려야 총선 레이스에 돌입할 수 있다. 예비후보가 되면 선거사무소 설치, 사무소에 간판·현판·현수막 게시, 명함 배포 등 제한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본후보자 등록신청은 3월26~27일이다.

민주당은 총선에 낼 인물을 걸러내는 ‘필터링’ 작업에 들어갔다. 정권 후반기의 레임덕(집권 말기에 나타나는 지도력 공백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총선 압승’이 절실하다. 이번 총선에서 20대 총선을 상회하는 결과를 낸다면, 2022년 차기 대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구나 약세로 판단되는 지역에 현직 장차관급 인사들을 내세운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여의도 정가에는 유력 후보들의 명단이 확산하고 있다.

우선 ‘최장수 총리’에 등극한 이낙연 총리의 교체가 확실시된다. 후임으로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장이 총리로 나설 경우, 이 총리가 정 전 의장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에 출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민주당 내에선 총선을 앞두고 이 총리가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흘러나온다.

핵심 부처 장관들도 모두 총선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고향인 강원 춘천에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 부총리가 김진태 한국당 의원에 맞설 ‘필승 카드’라는 게 여권의 평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나경원 한국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에 투입될 것이란 설이 흘러나온다. 강 장관의 ‘도외적인 이미지’가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서울 서초갑 출마설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 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경남 진주갑,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대전 동구 출마설이 돌고 있으며, 대구·경북(TK) 지역에는 안동 출신인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투입설도 흘러나온다. 3선 의원에 국토교통부 장관을 맡고 있는 김현미 장관(경기 고양정)의 총선 출마설도 유효한 상태다. 여권에서는 중진인 김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본인은 아직 출마를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재선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경기 고양병)의 경우 출마 결심을 일찌감치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총선 맞춤 개각’ 두고 “역풍 우려” 신중론도

이 외에 차관급 인사까지 출마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에서는 차관급인 조현배 해양경찰청장을 고향인 경남 창원에 출마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영문 관세청장은 관세청을 떠나 울산 울주군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의 대구 북갑 출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직이지만,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의 강원 강릉 출마도 거론되고 있다.

총선에 출마하는 공직자의 사퇴시한은 내년 1월16일이다. 그 전에 청와대가 일부 개각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배지’를 달기 원하는 장차관급 인사들, 또 ‘스쿼드(선수단)’를 짜는 당 지도부의 의사를 확인해 가며 개각 시기와 규모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청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개혁법안의 처리가 끝나는 대로 인사 전략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하마평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은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고, 당·청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내각 총동원’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를 향하고 있는 것이 민주당 총선 전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청와대 ‘하명 수사’ 및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한 수사가 자칫 청와대에 불리한 결과를 낳을 경우, 총선에서 ‘내각 출신’ 이력이 약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내각 총동원’에 나설 경우 한국당이 인사청문에 전력투구할 수 있다는 것도 변수다. 현직 장관들을 총선에 내세우려면 그 후임의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2의 조국 사태’가 재연될 경우, 총선에서 민주당이 불리한 형국에 놓일 수도 있다.

반면 총선을 목전에 둔 개각이니만큼 한국당이 ’현미경 잣대’로 각종 의혹을 제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만약 거론되는 내각 인사들 중 상당수가 출마를 공식화할 경우, 대규모 개각이 이뤄지게 된다. 한국당 의원들도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후임 장관급 인사들을 향해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각의 (내각 총동원 등) 이야기들이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니지만, 후보자 개인의 결심이 서야 한다”면서 “결국 중요한 건 당심이 아니라 민심이다. 상황에 따라 장관을 했다는 게 꼭 유리한 스펙이 되리란 법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한편 ‘내각 총동원’ 시나리오가 백지화된다면 ‘청년&여성 정치인’ 배치가 유력한 플랜B 시나리오로 검토되고 있다. 현 정부나 국회와 연결고리가 없는 젊은 인재들을 내세워, 한국당의 공세를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11월28일 “현역 의원 불출마 지역구 등 전략 지역에는 여성·청년을 최우선 공천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