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르포] 목포, 정치 ‘초단 vs 9단’ 누가 최후에 웃을까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고비호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4.14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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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호남최대 격전지 목포 막판 유세 현장
민주 김원이 “강력한 신제품, 목포의 봄날 가져 오겠다”
민생 박지원 “정치 9단만이 목포발전 일궈, 내곁에 있어주오~”

‘강력한 신제품’ 대 ‘목포의 자존심’

전국이 주목하는 전남 목포에서 맞붙는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지원 민생당 후보가 각각 강조하는 홍보 문구다. 여기엔 두 후보의 서로 다른 총선 전략이 담겨 있다. 처음으로 총선 본선에 나선 김 후보는 집권여당의 힘 있는 새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 후보는 정치 초단인 상대의 자질·역량을 비판하며 차기 총리 물망에 오를 능력있는 일꾼이란 점을 내세우고 있다.

목포 선거구는 ‘호남 최대 격전지’다. ‘정치 9단’ 민생당 박지원 후보의 5선 행보에 신예 민주당 김원이 후보의 도전이 거세다. 목포는 친DJ(김대중)세가 강하다. 김 전 대통령이 창당한 평민당의 ‘황색바람’이 불었던 1988년 제13대와 14대 총선에서는 권노갑·한화갑 전 의원이 당선됐다. DJ의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은 15~16대 두 차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어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민생당 박지원 후보가 18대에 바통을 이어받아 무소속과 민주통합당, 국민의당을 넘나들며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목포 근대역사박물관 건너편 담벼락에 걸린 김원이 후보와 박지원 후보의 현수막 ⓒ시사저널 정성환
목포 근대역사박물관 건너편 담벼락에 걸린 김원이 후보와 박지원 후보의 현수막 ⓒ시사저널 정성환

‘DJ의 정치적 고향’ 목포…‘격세지감’ 

하지만 이번 총선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DJ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박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를 오가며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현역인 박 후보가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에 힘입은 민주당 김 후보를 뒤쫓는 형국이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그간의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숨은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데다 목포의과대학 유치문제를 두고 민주당이 분란에 휩싸면서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이에 김 후보 측은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며 의과대학 논란은 ‘찻잔 속에 미풍’에 그칠 것이라면 괘념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막판 총력 유세, 호남선 종점 목포역에서 마무리 

박지원 민주당 후보의 마지막 목포역 집중유세 ⓒ시사저널 고비호
박지원 민생당 후보의 마지막 목포역 집중유세 ⓒ시사저널 고비호

목포의 각 정당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지역구 곳곳을 누비며 막판까지 총력 유세를 이어갔다. 21대  총선 D-1인 4월 14일 오전 6시 30분. 김원이 민주당 후보와 박지원 후보는 아침 출근 인사를 위해 영암 대불산단 삼호중공업 정문 앞에 섰다. 인근 목포 등지에서 출근하는 차를 향해 90도로 인사를 건넸다. 두 후보를 발견하고 손을 흔드는 유권자도 있었지만, 일부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지나쳐갔다. 그때에도 두 후보는 연신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박 후보는 오전 7시 30분 하당 인공폭포 사거리에서 출근길 인사를 했다. 이곳은 전남도청이 있는 옥암동과 남악으로 진입하는 길목이다. 박 후보는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인사를 하다가도 길 건너편에 행인이 보이자 곧장 달려가서 명함을 건넸다. 출근 인사를 마친 박 후보는 10시 30분부터 하당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1시부터 유세차에 올라 원산연산동 상가와 아파트 지역을 훑었다. 

박 후보는 오후 1시 30분부터  목포역 광장에서 2000여명의 청중이 운집한 가운데 집중 유세를 펼쳤다.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유세차량에 오른 박 후보는 ‘큰 인물론’을 앞세워 “한번만 더 밀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목포역에 모인 지지자들은 박 후보의 연설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박지원! 박지원!’을 연호하며 광장을 달궜다. 박 후보는 이날 낮 1시 30분부터 목포역 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날 유세에서 ‘한번 더’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12년 동안 모든 것을 바친 목포의 시민들이 내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면서 대중가요 “내 곁에 있어주오~” 한 소절을 불렀다. 그러면서 “정치9단 만이 목포발전을 일궈낼 수 있다”며 민주당 김 후보를 견제했다. 특히 목포의과대학 유치와 관련해 민주당이 분란에 휩싸이자 그 약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김원이 후보는 목포에 내려온 지 5개월 만에 (전남의)동서를 분열시키고 목포를 실망시켰다”며 “목포는 정치 10단 시민들이 사는 곳이다. 목포시민을 우롱한 김원이 후보는 사퇴하고, 민주당은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민생당 박지원 후보의 하당 인공폭포 사거리에서 출근 인사 ⓒ박지원 선거캠프
민생당 박지원 후보의 하당 인공폭포 사거리에서 출근 인사 ⓒ박지원 선거캠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소병철 민주당 후보(전남 순천)와 ‘동남권 의대 유치를 위한 정책연구 실천 협약식’을 한 것을 두고 김원이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지역민심을 의식한 듯 “지난 3년간 그 누구보다도 문 대통령을 지원하고 황교안 보수세력을 비판해왔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당 vs 당’ 구도 보다는 후보자 간 자질·역량 경쟁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포석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박 후보는 오후 6시 하당 한라비발디 사거리 유세에 이어 상가투어를 하며 13일간의 공식 선거일정을 마무리했다. 

김 후보도 출근 인사 뒤엔 곧장 유세차에 올라 목포 시내로 이동해 새벽시장과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를 누비며 지역 관련 공약을 알렸다. 12시께는 목포시청 부근 연산동 옛 목포경찰서 사거리에서 정오 인사를 했다. 김 후보는 오후 7시, 박 후보가 낮에 집중유세를 벌인 목포역으로 이동해 마무리 ‘봄날 유세’를 했다. 김 후보는 청중들이 목포역 광장을 가득 메운 이날 집중유세에서 “힘 있는 집권여당 후보로 ‘새로운 목포와 목포의 봄날’을 가져 오겠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변화가 정체된 목포에는 새롭고 젊은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여당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른바 현역이자 다선인 민생당 박 후보 등과의 ‘세대교체가 아닌 임무교대론’을 주장하며 표심을 파고들었다.

김원이 민주당 후보의 삼호중공업 앞 출근 인사 ⓒ김원이 선거캠프
김원이 민주당 후보의 삼호중공업 앞 출근 인사 ⓒ김원이 선거캠프

마지막 유세 연단에 오르기 직전 목포역 대합실에서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 후보는 판세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목포시민들의 변화의 바람이 거세서 변화를 선택할 것이라고 본다. 또 많은 분들이 집권 여당의 힘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어서 수용될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에 넘쳤다. 박 후보 측에선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바닥표가 있다고 주장한데 대해 “그건 각자의 판단이니까 뭐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왜 본인이 국회에 입성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목포는 변화가 정체돼 있다. 동맥경화가 일어나 변화에 대한 절박한 요구가 있다”며 “그 변화에 대한 응답은 기존 인물론 안 된다. 변화에 능동적이려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새로운 인물이어야 한다. 경험과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김원이가 목포를 위해 할 일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원이 민주당 후보가 마지막 날 목포역 유세에 나서기 직전 목포역 대합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가진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시사저널 정성환​
​김원이 민주당 후보가 마지막 날 목포역 유세에 앞서 목포역 대합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가진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시사저널 정성환​

“획기적 변화 필요해” vs “그래도 초년생은 경험 못 당해”

6시간 간격을 두고 두 후보가 벌인 목포역 유세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길을 가다 박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던 최아무개62·여)씨는 “박지원 후보가 그 동안 지역을 위해 애쓴 것은 분명하다.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이제는 젊고 참신한 인물이 새롭고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켜 목포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직원 김아무개(27)씨는 “부모님과는 생각이 다르다”며 “거대 양당 틈바구니 속에서 소속 정당의 한계도 분명하다”면서 김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일부 시민은 박 후보의 경륜을 높이 샀다. 역전 건너편 구두수리점에 앉아있던 죽동 토박이 김광수(82)씨는 “막상막하다. 누가 된다고 말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면서도 “경험과 연륜있는 사람이 좀 더 침체된 목포를 이끌어 줘야 한다. 초년생은 경험 앞에 못해 본다”고 조심스럽게 박 후보 편을 들었다. 또 다른 이 아무개(57)씨도 “이건 체급 차이가 큰 싸움이다. 정치 경험이 없는 신인과 정치 9단의 경쟁이다. 정치를 잘 알고 잘 하는 프로를 뽑아야 목포가 잘 되는 것이 자명하다”고 역설했다.

역전 앞에서 목포를 방문한 4명의 대통령 후보를 맞이했다는 30년 경력의 역전 금호약국 주인 임용희 약사는 “60대와 구도심은 아무래도 박지원 후보의 지지세가 강한 것 같고, 40대와 신도심 주민들은 김원이 후보가 세를 얻는 것 같다”며 “40%가량 유권자가 사전 투표했으며 30%가량 더 투표할 것으로 본다. 선거 당일 50대 향배와 노년층 투표율이 판세를 가를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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