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감 떨어진 심판들…예고된 ‘오심 논란’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9 18:00
  • 호수 1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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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심판들 실제 경기 트레이닝 ‘절대 부족’

5월5일 개막한 한국 프로야구가 국제적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미국 현지 중계는 물론이고, 일본까지 생중계되며 현재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진행되는 주요 프로리그의 위상을 다지고 있다. 그런데 개막한 지 3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심판 자질론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은 매년 있어 왔지만, 올 시즌 유독 심판들을 향한 비난이 빗발치는 건 왜일까.

이번 시즌 심판 자질론의 발단은 5월7일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였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방송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화 외야수 이용규가 안타 하나를 치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의 땀을 강조하면서, 심판들이 그런 선수들의 노력에 걸맞게 타석에서 볼 판정으로 헷갈리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날 깜짝 뉴스가 전해졌다. KBO 측이 그날 경기를 진행했던 심판진 5명 모두를 2군 리그로 한시적 강등을 시킨 것이다. 이 소식은 미국 현지에서도 큰 화제로 떠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심판들이 실수하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이런 경우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5월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K 와이번스 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0회말 노아웃 주자 1루에서 1루 주자 김혜성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뉴시스
5월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K 와이번스 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0회말 노아웃 주자 1루에서 1루 주자 김혜성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뉴시스

오심 논란 부른 심판 5명 2군 강등, 미국에서도 큰 화젯거리

5월24일 잠실구장에서의 오심은 심판 자질론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3회말 3루 주자 정근우는 팀 동료 유강남의 외야 뜬 공에 홈으로 태그업을 시도했다. 그리고 최초엔 세이프 판정을 받으며 4대4 동점 상황을 깨뜨리는 듯싶었다. 그런데 잠시 후 판정이 뒤집혔다. 정근우가 KT 외야수 로하스가 공을 잡기 전에 먼저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에 부정 출발이라며 3루심이 아웃을 선언한 것이다. 당시 그 경기 중계의 느린 그림이 여러 차례 화면에 노출됐고, 정근우는 상대 수비수가 공을 잡은 후 출발한 것이 여실히 드러나며 TV를 시청하는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LG 류중일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규정상 태그업은 기술적 문제로 판독 대상이 아니었기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나마 그날 경기에서 LG가 승리했기 때문에 충격파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공교롭게 그날 심판진은 얼마 전 2군 강등을 당했다가 복귀한 멤버들이어서 팬들의 성토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며 심판의 실수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과거에 비해 한 경기에 동원되는 중계 카메라는 두 배 수준이다. 즉 예전에는 느린 그림으로 의심 장면을 다시 봐도 애매한 상황이 많았지만, 이제는 같은 장면을 여러 각도로 볼 수 있어 웬만한 상황은 시청자 입장에서도 정확한 결과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비디오 판독 시스템까지 도입되어 과거에 비해 오심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올 시즌은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에 유난히 선수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KBO리그의 한 수도권 팀 감독은 얼마 전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보통 투수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번 시즌에는 타자들의 불만 또한 커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심판들의 S존(스트라이크존) 판정에 대한 정확도나 성향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있고, 심지어 ‘보스턴 유니버시티’의 경우 7년간 메이저리그 심판 모두의 볼 판정에 대한 분석 자료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런 자료를 찾기 어렵다. 수치상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그동안 체감상으로는 국내 심판진의 볼 판정이 메이저리그에 비해 좁게 느껴진 적은 있지만, 국내 심판들의 평균적인 존 적용은 오히려 메이저리그 심판진보다 정확해 보였다. 메이저리그 심판의 경우 자신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 좌우나 상하에 치우치는 경우가 꽤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치게 심판의 권위를 내세우는 모습으로 거북함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대투수 존 스몰츠는 선수 시절 탬파베이 원정 경기에서 퇴장을 당한 적이 있다. 이유는 심판과의 신체적 접촉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규정상 선수는 경기 중 심판과 신체적 접촉을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경우는 달랐다. 3루로 돌진하던 주자가 아웃 타이밍이었음에도 3루심이 세이프를 선언하자 흥분한 스몰츠는 3루심에게 항의하기 위해 뛰어갔다. 너무 빠르게 뛰었는지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심판과 가벼운 충돌을 하게 됐는데, 심판이 바로 퇴장시켜버린 것이다. 고의성도 없었고 위협적인 언행 끝의 충돌이 아니었지만 바로 퇴장당함으로써 경기 흐름이 묘해진 기억이 선명하다.

 

베테랑 심판도 수개월간 실전 공 못 보면 감 떨어져

그런데 올 시즌 국내 심판들이 유독 볼 판정에 대한 불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상하다. 갑자기 심판들이 단체로 시력 저하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이유가 될 수 없는 탓이다. 이에 대해 실제 경기 상황의 트레이닝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판들도 오프 시즌 동안 전지훈련을 하고 시범경기 등을 통해 볼 판정과 같은 민감한 부분에 적응해 나간다. 하지만 올 시즌은 코로나19 사태로 이런 준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KBO 역시 선수들의 준비에는 상당한 신경을 썼지만, 심판들의 부족한 실제 경기 트레이닝에는 누구도 신경 쓰지 못한 것이다. 야구를 30년 동안 해 온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도 겨우내 개인 트레이닝을 하지만 스프링 트레이닝에 처음 들어가면 120~130km의 느린 공도 체감 속도가 빠르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를 ‘Game Speed’라고 칭하며 결국 실전 감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제아무리 오랫동안 심판 생활을 했다고 해도 수개월을 실전에서 충분히 공을 보지 못하면 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사무국이 지나치게 심판을 옹호해 불합리한 판정도 눈감아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물론 심판의 권위가 무너진다면 그 또한 순조로운 경기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정 작업이다. 일단 비디오 판독 영역의 확대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오심률을 기반으로 한 심판 승강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즉 매 시즌이 끝나고 오심률이 가장 높은 심판은 다음 시즌 2군으로 내려가고, 2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은 심판 5명도 역시 2군으로 내려가 트레이닝을 더 하는 방식이다.

스포츠의 기본 정신은 공정한 경쟁이다. 이런 정신을 계속 살리고 팬들에게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선 KBO는 팬들이 수긍할 수 있는 노력을 체계화해 심판진에게 더 이상 화살이 집중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심판들도 KBO 소속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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