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또 왜이러나…“靑 핫라인 등 남북 연락채널 완전 차단”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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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긴장 조성 행보…“대북전단 아닌 다른 이유 있을수도”

북한이 9일 정오부터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한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한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남한 당국의 대응을 문제삼고 있지만, 속내는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리는 조치를 취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6월9일 12시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고 밝혔다.

통신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전날 대남사업 부서 사업총화회의에서 이러한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김 제1부부장과 김 부위원장이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했다"면서 "우선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히 차단해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앞서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탈북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난하며 연락사무소 폐쇄 등을 경고했다. 이후 8일 오전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전화를 걸자 북측은 받지 않았다. 그러다 오후 5시 마감 통화에서는 다시 전화를 받았다.

표면적으로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 대응을 문제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북전단은 지난해 10여 차례, 올해에도 세 차례나 살포됐다. 그 때는 괜찮고, 지금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긴장 조성이 필요한 다른 상황이 있을수도 있다는 얘기다.

북한 노동신문은 노동계급과 직맹원들의 항의군중집회가 지난 7일 개성시문화회관 앞마당에서 진행됐다고 8일 보도했다. ⓒ연합/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 노동신문은 노동계급과 직맹원들의 항의군중집회가 지난 7일 개성시문화회관 앞마당에서 진행됐다고 8일 보도했다. ⓒ연합/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대남 규탄 집회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북한에선 대대적인 대남 규탄 집회까지 벌어지고 있다. 6일 평양시 청년공원 야외극장을 비롯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대규모 대남 규탄 집회가 벌어졌다. 주민들을 직접 동원해 대남 적개 분위기를 키우는 것이다. 앞서 북한에서 남측을 겨냥해 대규모 규탄 집회를 벌인 것은 2012년 4월 이명박 정부 때다.

이는 그만큼 내부 결속을 다져야 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경제 봉쇄로 경제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중고에 놓여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어느 때보다 내부 결속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이때 외부 비난은 내부 불만을 잠재우고 더욱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간 크게 문제 삼지 않던 '탈북자'들을 공공연하게 '적'으로 규정하며 이들을 타깃으로 맹비난을 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들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겨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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