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만 날벼락 맞았네”…53명 확진된 만덕2동의 '탄식'
  • 김완식 영남본부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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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 만덕2동 해뜨락요양병원 53명 확진…부산 최대 집단감염
취약 집단인 요양병원서 발생…직원 매개로 감염 전파 가능성에 무게

10월 15일 오전 5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 북구 만덕2동(신만덕) 해뜨락요양병원으로 향하는 도로는 한산했다. 출근길 만덕터널로 향하는 중심도로가 교통체증을 앓고 있는 데 반해 사람 왕래는 거의 없었다. 도로변 일부 식당에는 코로나가 진정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드문드문 붙어 있었다. 

만덕2동은 남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낙동강 다리를 건너 부산시내로 향하다 보면 오른쪽에 있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밀집한 곳으로 5만97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현재 대단위 아파트 공사도 한창이다. 

“다른 동네는 다 괜찮은데 우리 동네에서 터지고 말았네요. 어르신들 많은데…, 동네가 좁아 이웃들이 서로 폐를 끼칠까 서로 조심하고 있어요.” 만덕2동에서 만난 주민들은 긴 한숨을 쉬었다.

만덕2동은 최근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확진자가 잇달아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동(洞) 단위 집합제한 명령이 내려졌다. 대표적인 취약 집단인 병원에서 발생한 부산 역대 최대 감염 사례라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 이송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 이송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발생 이후 부산서 최대 규모 집단 감염

부산시는 10월 13일 이 요양병원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던 485번 확진자와 접촉한 요양병원 직원 99명, 환자 165명 등 278명을 검사한 결과 52명(직원 10명, 환자 42명)이 추가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부산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집단 감염이다.

첫 확진자인 간호조무사는 10월 7일 입원환자를 돌본 다음날 증상이 나타났다고 진술했다. 이 입원환자는 10월 12일 사망했고, 전날 간호조무사 확진에 따라 사후 검사가 진행돼 양성 판정이 나왔다.

485번 확진자는 10월 8일 출근 뒤 오후에 증상이 나타났고, 이틀 뒤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았다. 이어 10월 12일 검체 의뢰가 이뤄졌고, 10월 13일 오전 확진 통보를 받았다. 증상이 나타난 10월 8일 이후로 그는 출근하지 않았다.

485번 확진자가 병원 내 첫 감염자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방역당국은 병원 내에서 감염이 일정 시간 진행된 것으로 추정한다. 입원 환자들은 입원 당시 모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고 지난 3월 이후 대면 면회가 일절 금지됐기 때문에 직원을 매개로 한 감염을 의심하고 있다.

10월 9월 이후 이 병원 입원환자 8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485번 확진자가 돌본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4명이 발열, 호흡곤란 등 유사한 증상으로 사망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14일 오전 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간 부산 북구 만덕동에 있는 해뜨락 요양병원. 직원 9명과 환자 4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간 부산 북구 만덕동에 있는 해뜨락 요양병원. 직원 9명과 환자 4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방역당국 “만덕2동 일대 지역감염 관련 배제 못 해

방역 당국은 환자에 의한 전파 가능성보다 직원들에 의한 전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요양병원의 직원은 모두 99명이며, 이 중 현재까지 확진된 직원은 11명이다. 환자와 직원 감염은 이 병원 2층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확진된 직원 11명 중 10명이 2층 병원 간호사·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고, 나머지 1명은 3층에서 근무한다. 환자들은 1층에 70명, 2층에 67명, 3층에 27명이 각각 입원해 있다. 그 가운데 확진자는 2층서 33명, 3층서 8명이 나왔다.

집단 감염은 해당 병원 간호조무사(부산 485번)가 확진되며 알려졌지만, 방역 당국은 해당 간호조무사가 병원 내 최초 감염원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간호조무사는 사망 후 확진 판정을 받았던 환자 A씨의 사망 전날 해당 환자를 하루 동안 전담 관리한 뒤 증상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병원이 있는 만덕2동 일대에서 발생한 확진자와 병원 내 감염의 연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최근 만덕동에서만 목욕탕과 식당 등에서 23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간호조무사인 부산 485번의 거주지도 현재 북구 만덕2동으로 나온다.

하지만 부산 방역당국 관계자는 “목욕탕이나 식당 등과의 관계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 요양병원에서 새마을 방역단이 방역을 진행하고 있늠 모습. 이 요양병원은 직원 9명과 환자 4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 요양병원에서 새마을 방역단이 방역을 진행하고 있늠 모습. 이 요양병원은 직원 9명과 환자 4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집합제한 명령 내려져 만덕2동 ‘초긴장’

만덕2동 집단 감염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부산시는 만덕2동 일대에 내려졌던 집합제한 명령을 10월 16일부터 2주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만덕2동의 소공원 18곳은 모두 폐쇄됐다. 일반음식점 368곳과 휴게음식점 83곳 등은 방역수칙을 의무적으로 지켜야 한다. 부산시교육청은 10월 5∼8일 만덕동의 유치원과 초중고 16개교(원) 수업을 원격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만덕동 여파로 부산시는 요양병원 168곳, 노인요양시설 115곳, 주야간 보호시설 201곳의 환자·직원·이용자를 대상으로 10월 16일까지 전수 검사를 실시한다. 요양병원의 감염 관리 실태와 마스크 착용 여부, 출입자 명부 작성 실태 등을 집중 점검하는 것이다. 요양병원에 발령돼 있는 외부인 출입 통제와 방역 책임자 지정,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행정명령도 부산지역 모든 요양시설로 확대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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