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성추행 논란으로 결국 파행된 기장군의회
  • 김완식 영남본부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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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파 의원들 “김대군 의장 사퇴하라”…본회의 불참
김대군 의장 “검찰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할 문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여직원 성추행과 부산시의원 식당 여종업원 성추행 논란에 이어 김대군 기장군의회 의장이 동료 의원을 성추행 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는 등 부산 정치권은 잇단 성추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시사저널 9월8일자 ‘부산 정가, 또 성추문…이번엔 야당 소속 기초의회 의장’ 참조]

이런 가운데 기장군의회 의원들이 의장 사퇴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성추행 혐의를 받는 김대군 의장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자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과 김 의장이 충돌하면서다. 

황운천 군의원을 비롯한 4명의 소장파 의원들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동료의원 성추행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김 의장에게 지난달 30일까지 의장직을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이 사퇴하지 않는 이상 그가 주재하는 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들은 또 “김 의장이 성추행 혐의로 국민의힘을 탈당했으나 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이중적 태도로 군민과 의회를 쉽게 보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기장군의회 본회의장. ©기장군의회
기장군의회 본회의장. ©기장군의회

하지만 김 의장은 “절차에 따라 결정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김 의장은 “현재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검찰 조사결과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며 “절차를 밟아 문제가 있으면 (의장직) 물러나겠지만 아직까지 그 부분에 대해 결정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8명의 군의원이 각각 4명씩 파벌을 형성한 기장군의회는 의원 간 갈등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군의회들은 당적과 무관하게 60대 초반인 김대군·김종률·성경미‧김혜금 의원 등 4명이 노장파로 구분되고, 40대 후반인 맹승자·우성빈·박우식·황운철 의원 등 4명이 소장파로 갈라서 있다. 

지난 6월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한 달 동안 개점 휴업했던 기장군의회는 15일 제252회 임시회 본회의도 제대로 열지 못했다.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내달 열릴 임시회도 파행을 거듭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파행의 핵심은 역시 동료 군의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노장파 소속 김대군 의장의 회의 주재 문제다. 소장파는 김 의장이 검찰에 송치된 만큼 군의회를 대표해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의장직 사퇴 요구다. 반면 김 의장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의장직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장파 의원들은 “지난 8일 임시회가 시작했을 때부터 불참하려고 했다. 주민들을 생각해 소장파가 한발짝 물러났지만, 불합리한 상황이 계속돼 불가피하게 퇴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소장파 측은 향후 일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때문에 이날 상정된 부실 공사방지 조례안, 기장군 청년 기본조례안, 빈집관리 조례안 등 주민 관련 조례안 18건은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기장군의회는 다음 달 6일 다시 임시회를 열 예정이지만, 의회 파행이 이어질 경우 추가경정예산 결산조례와 내년도 예산 심의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기장군의회 A의원은 지난해 7~9월 관내 식당과 행사장에서 김 의장으로부터 불필요한 신체접촉 등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며 최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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