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취한 세상, 이젠 ‘금리 역습’이 걱정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1 08:00
  • 호수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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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금융] 금리 상승기 ‘나홀로 주가 상승’ 힘들어…채권 투자로 관심 돌려야

지난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초유의 일을 저질렀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15일 만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내렸다. 금융위기 직후 미국 경제가 뿌리째 흔들릴 때도 한 달에 금리를 1%포인트 이상 내린 적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빠르고 크게 내렸는지 알 수 있다. 우리도 사정이 비슷했다. 전염병 사태 발생 직전 1.25%였던 기준금리를 0.5%로 내렸다.

유동성 공급도 늘어났다. 지난해 2월 4조2000억 달러였던 연준의 자산보유액이 6월이 되면서 7조2000억 달러로 증가했다. 석 달 사이에 3조 달러를 시장에 풀어버린 건데, 금융위기 직후 같은 금액의 돈이 풀리는 데 5년 걸렸다. 그 영향으로 미국의 광의통화(M2) 증가율이 24%로 치솟았다. 일반적인 상황일 때 통화 증가율이 4%를 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6년간 공급될 돈이 한 해에 풀린 것이다.

2011년 미국의 기준금리가 0.25%일 때 시장금리가 3.5%까지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주가는 2010년부터 1년 반 동안 올랐다. 시중금리가 상당히 높았음에도 주가가 이를 무시하고 움직인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해 12월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상원 은행위원회가 주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금융기관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등 인기

그런 점 때문에 올 하반기에 미국 시장금리가 2%를 넘고, 내년에 2.5%를 돌파해도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시장의 반응을 생각할 때 맞지 않는 얘기다. 2010년에는 금융위기 이전의 높은 금리 영향으로 시중금리가 3%가 되어도 저항이 심하지 않았다. 지금은 금융위기 이후 13년간 저금리가 이어졌고, 작년에 금리를 지나치게 낮춘 영향으로 경제가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작년과 같은 낮은 금리는 다시 오지 않는다. 주가가 높은 상태에서 금리가 오를 거란 불안 심리까지 더해진 상태이므로 과거와 다른 자산 전략을 짜야 한다.

금리 상승에 맞춰 채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10년물 국채금리가 최근 2%에 바짝 다가섰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기록했던 1.6%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미국 금리 상승이 계속될 경우 우리 시중금리도 더 올라갈 수 있다. 국채금리가 2.5%가 되면 A등급 회사채는 3.5%, 투자등급 회사채 중 가장 낮은 BBB+ 등급은 금리가 4% 중반 이상 될 것이다. 대한항공이 BBB+ 등급에 속해 있는 회사채의 대표 격인데, 높은 금리에 이 회사 채권을 사놓으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좋다.

금융기관이 발행한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도 좋은 투자 대상이다. 후순위채는 기업이 파산했을 때 앞선 순위 채권자의 부채를 먼저 상환한 후 남는 자산이 있으면 돈을 되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100억원의 보통 채권과 1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A회사가 부도가 났는데 150억원의 자산이 남았을 경우, 보통 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100억원을 먼저 갚아준 후 후순위채 투자자들에게는 남은 50억원을 나눠 준다. 후순위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부도가 났을 때 원금을 다 돌려받을 수 없어 손해를 보지만, 그 보상으로 회사가 정상적일 때는 높은 금리를 받는다.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의 채권이다. 만기가 길고, 기업이 파산했을 때 후순위채보다 늦게 돈을 돌려받기 때문에 안정성이 떨어진다. 대신 금리는 후순위채보다 더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은 기업이 파산했을 때 문제가 된다. 그런 점 때문에 은행을 비롯해 대형 금융기관이 발행한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이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은행이 부도나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은행이 부도나려면 한 해에 수십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행해야 하는데, 우리 은행들의 연체율이 0%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현실성 있는 얘기가 아니다. 시중금리가 1%대 초반일 때 KB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3%대 중반~4%대 초반을 기록했다. 시중금리가 올라가면 이들의 금리도 더 올라 4%대 후반까지 상승할 수 있다. 나쁘지 않은 투자 대상이다. 생각을 바꾸거나 투자 대상을 넓히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도 그중 하나다.

많은 투자자가 채권을 꺼리는 이유가 있다. 생소하고, 많은 돈이 필요할 것 같으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채권은 1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다. 몇백억원대 매수는 기관투자가에 해당하는 얘기다. 주식투자를 할 때는 개별 기업의 수익성을 따져야 하지만 채권은 기업이 부도날지 안 날지만 판단하면 된다. 부도 가능성을 따지는 건 수익을 산정하는 것보다 쉽다. 채권도 증권회사에서 계좌를 만든 후 주식처럼 사고팔면 된다.

성장주 대신 은행·보험 등 금융주로 갈아타야

2007년 코스피지수가 처음 2000을 넘었다. 올 초에 3000을 돌파했으니까 13년 사이에 50% 오른 셈이다. 2007년에 A등급 회사채에 투자했다면 그동안 채권으로 주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단순 이자수익만 따져도 그런데, 채권 가격이 올라 생긴 이익과 후순위채처럼 금리가 더 높은 상품에 투자한 경우까지 감안하면 둘 사이의 수익률 격차는 더 벌어진다.

금리 상승으로 주식시장에서는 투자 종목의 변화가 예상된다. 성장주는 금리 상승으로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이들은 기업의 역사가 짧고, 전통 기업보다 보유자산이 적어 금리 상승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은행, 보험 등은 금리 상승의 수혜를 본다. 보험사는 자산의 상당 부분을 장기 채권으로 운용하고 있다. 연간 2%씩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판매한 보험은 금리가 떨어져도 그만큼의 돈을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그래서 작년처럼 금리가 1%대 초반까지 내려가면 보험회사가 손해를 보게 된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 2%를 넘을 경우 보험사는 이익을 본다.

은행은 금리가 올라갈 경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이 커져 혜택을 본다. 만약 시중금리가 1%이고 예대금리차가 0.4%라면 고객이 상당한 불만을 제기할 것이다. 시중금리에 비해 금리차가 너무 커 고객의 희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중금리가 3%이면 금리차를 0.5%로 올려도 무방하다. 시중금리에 비해 예대금리차가 크지 않은 반면 은행은 0.4%였던 금리차가 0.5%로 커져 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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