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투자형 연금’ 갈아타지 마라
  •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1 11:00
  • 호수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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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은퇴] 연금 자산관리 핵심은 첫째도, 둘째도 현금 흐름

언제부터인가 대학생들의 직업 선호 1위가 공무원으로 바뀌었다. 왜일까. 직업 안정성 때문이다. 여기서 직업 안정성의 핵심은 바로 수입(현금 유입)의 안정성이다. 요컨대 공무원이 되면 승진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공무원연금 수령까지 사실상 전 생애의 현금 유입이 결정된다.

그런데 사실 공무원이 아니라도 ‘경상적인’ 현금 유입은 이미 결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변동 가능성이 있는 게 소비지출이다. 그러나 실제 가구 기준의 소비지출은 꾸준히 증가하는 구조라 줄이기가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현금 유입도, 현금 유출도 일정 범위 내에서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사업소득자의 경우는 예외로 하자).

자녀 교육·주택 구입 지출 따라 노후 달라져

그렇다면 유일하게 남는 변수는 잉여현금의 수익성이다. 이 수익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바로 ‘기간’이다. 투자자가 투자기간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금 유출입 간 편차가 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현금 유입(또는 보유자산)보다 현금 유출이 더 많은 경우 투자 중인 자산을 처분하거나 대출을 활용해야 한다. 주택 구입이 대표적인 예다. 이 경우 최초 계획된 투자기간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이자 부담으로 인해 수익률이 감소 혹은 마이너스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편차가 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연금을 포함한 ‘자산관리’는 바로 현금 흐름 관리며, 이는 정상적인 라이프 사이클상 발생하는 현금 유입에 맞게 소비지출 및 저축과 투자 계획을 실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금이라는 은퇴자산은 자녀의 교육자금·주택자금과 더불어 인생의 3대 자금이라 표현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교육자금과 주택자금에 얼마나 지출하느냐에 따라 은퇴자금인 연금자산의 투입 규모(현금 유출)가 결정된다.

물론 소비지출이나 자녀 결혼자금과 같은 항목이 추가될 수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일단 연금만 놓고 본다면 다른 자금과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실에서는 이게 그리 녹록지 않다. 현금 유출입을 관리한다는 것은 현금이 부족한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연금 역시 현금 흐름 기반으로 투자활동이 지속돼야 하고 특히 장기투자라는 관점에서 투자기간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금자산 관리에서 현금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전 생애에 걸친 현금 흐름에서 연금자산으로 투입되는 현금 유출이고, 다른 하나는 연금자산 투자를 위해 유출된 후 은퇴 시점에 연금으로 들어오는 현금 유입이다. 현금 유출이 많을수록 연금자산이 늘어나고, 현금 유입이 많을수록 연금소득이 늘어난다. 연금자산으로 투자되는 원금이 많아야 하고, 향후 수령하는 연금액이 많으면 좋다는 의미다. 1차적으로 연금자산으로 배분되는 연금 유출 부분은 너무도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돼 향후 적절한 시점에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이번에는 연금자산 내부의 현금 유출과 유입에 대해 살펴보자.

40대 중반 K씨는 약 10년 동안 꾸준히 연금저축보험에 저축했다. 어느 날 뉴스에서 장기간 저축한 연금상품들이 낮은 수익률 탓에 문제라는 기사를 보게 된다. 이에 K씨는 평소에 거의 잘 보지 않았던 자신의 상품을 보게 됐는데 실제 저축 대비 만족스럽지 못한 10년 동안의 평가액을 확인하고 다른 대안이 있는지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동료 J씨는 처음부터 장기투자라 아무 생각 없이 직장 선배 말을 듣고 펀드에 가입해 현재 꽤 만족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투자형 상품으로 갈아탈지를 고민하게 됐다. 그런데 막상 변경하려고 보니, 지금은 증시가 좋지만 코로나 이슈에다 물가도 오른다고 하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불안한 시그널이 느껴진다.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될까.

우선 K씨는 40대 중반이다. 은퇴 시점까지 최소한 15년, 길게 보면 20년 남았다. 장기투자가 가능하고 평균적인 시장수익률 기준으로 연평균 6%의 수익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금 흐름을 분석해 보자.

즉 현재까지 저축했던 상품에 앞으로도 꾸준히 적립할 경우 기대되는 은퇴 시점의 현금 흐름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리고 기존 상품을 오늘 기준으로 해지하고 받을 현금과 기존 저축을 그대로 유지하고, 변경하려는 투자형 상품에 넣을 경우 시장 평균수익률 6% 기준으로 은퇴 시점의 현금 흐름을 산출할 수 있다.

은퇴 시점 다가올수록 위험자산 비중 낮춰야

물론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투자기간이 줄어들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에 은퇴 시점까지 남은 전 기간을 시장 평균수익률로 계산하면 현실과 괴리가 발생한다. 지금 당장은 위험자산에 100% 투자해도, 은퇴 시점에는 위험자산 비중이 대폭 낮아진다. 그런 비중 변경을 고려해 현금 흐름을 정확하게 산출해야 한다. 이렇게 산출된 두 가지 상품의 현금 흐름을 비교해 보면 현명한 선택에 이르지 않을까.

물론 K씨의 경우는 투자기간이 장기간 확보된 연령대이기 때문에 대체로 위험자산이 우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유사한 자산 현황이라도 은퇴까지 여유 기간(투자기간)이 길지 않다면 반드시 유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반대의 결과가 나올 확률이 더 높다.

흐름을, 자세히 그리고 기간별로 살펴보면 이것이 얼마나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다음에는 실존하는 K씨가 연금 자산관리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실제 데이터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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