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反中 정서에 결국 ‘조선구마’ 폐지…“사태 심각성 인식”
  • 김수현 디지털팀 기자 (sisa2@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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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영권 구매 계약 해지·방송 취소 결정…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 느껴
SBS 드라마《조선구마사》의 한 장면ⓒSBS<br>
SBS 드라마《조선구마사》의 한 장면ⓒSBS<br>

노골적인 중국풍과 역사왜곡 논란으로 방영을 시작하자마자 반발을 산 SBS TV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반중 정서를 넘지 못하고 결국 2회 만에 폐지된다. 역사 왜곡 논란에 드라마가 폐지된 것은 초유의 사태다.

SBS는 26일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드라마의 방영권료 대부분을 이미 선지급했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했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조선구마사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태종과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이 악귀에 대항하는 혈투를 그린 드라마다. 하지만 지난 22일 첫 방송이 나가자마자 중국풍 논란에 휩싸였다.

충녕대군(장동윤 분)이 서양 구마 사제(달시 파켓)를 대접하는 장면에서 월병 등 중국식 만두가 올랐고, 극중 의상과 군사들이 사용하는 검도 중국 것이란 지적을 받았다. 또 태종(감우성)과 양녕대군(박성훈), 충녕대군에 대한 묘사도 실제 역사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방영 중지 요청까지 제기됐다. 삼성전자 등 해당 드라마에 광고하는 주요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까지 일면서 제작지원과 광고 등도 잇따라 철회됐다.

해당 드라마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지난 24일 드라마 제작사인 YG스튜디오플렉스·크레이브웍스·롯데컬쳐웍스와 SBS는 사과문을 내며 관련 장면을 모두 수정하고 한 주 결방을 통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작품을 완전히 재정비해 방송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이 거세진 가운데 국내 시청자들의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고, 광고주들과 지방자치단체 등도 제작 지원을 줄줄이 철회하자 제작을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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