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아~ 성장·대형주→경기민감·중소형주 갈아타라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7 11:00
  • 호수 16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테크-주식] 역대 주가 동향으로 본 증시 사이클… 주도 업종 교체 시기 다가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코스피가 바닥까지 떨어진 지난해 3월 이후 시장은 두 번의 변화를 겪었다. 처음 상승을 주도한 주식은 성장주였다. 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업종이 거기에 속했는데, 상승이 컸던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LG화학·삼성SDI·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를 합쳐 ‘BBIG7’이라 불렀다. SK바이오팜 상장으로 제약업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 코스피의 10% 수준까지 올라, 바이오가 전기전자·금융·화학과 함께 4대 메이저 업종이 됐다.

성장주 상승은 시장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마땅치 않게 보는 쪽에서는 가격이 실력에 비해 너무 높다고 얘기한 반면, 옹호하는 쪽에서는 성장성을 감안하면 주가가 문제 될 게 없다고 얘기했다. 이 논쟁을 계기로 성장주는 집단에서 종목으로 규모가 줄었다. 특정 산업에 속한 기업 전체보다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움직였는데, 성장기업을 꼽을 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시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일반 공모 청약 마감일인 3월10일 서울의 한 증권사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일반 공모 청약 마감일인 3월10일 서울의 한 증권사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지금까진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형주 성장 시대

시장의 시각이 변함에 따라 성장주를 판단하는 기준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매출을 중요시하더니 다음에는 꿈이 있느냐 없느냐로 바뀌었고, 지금은 이익이 뒷받침되느냐로 개념이 줄어들었다. 성장주의 개념이 잉여 현금을 만들어내고 높은 마진을 유지할 정도의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느냐로 변한 것이다. 성장주의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해당 종목이 줄고, 주가 부담까지 겹쳐 시장 지배력이 약해졌다. 지금은 2차전지 관련 몇몇 회사와 인터넷 포털 등만 남고 나머지는 해체된 상태다.

성장주 시대가 끝난 후 업종 대표주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여기에 속했다. 성장주가 오를 때 업종 대표주도 올랐지만 투자자의 눈에 확 들어온 건 미국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였다. 코스피가 두 달 만에 1000포인트 가까이 올랐는데 그때 주역이 업종 대표주였다. 이들의 급등은 유동성 때문이었다. 작년 11월 40조원대에 머물던 고객예탁금이 올해 초 70조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유동성 유입이 강해지자 투자자들이 쉽게 사고팔 수 있고, 기업 내용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같은 대형주로 몰렸다. 업종 대표주가 상승하자 해당 종목을 보는 투자자의 눈이 달라졌다. 좋은 기업이란 인식에서 한 단계 발전해 뛰어난 성장성을 가지고 있는 회사란 인식이 생겼는데 애플카라는 재료가 주목받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업종 대표주 상승은 유동성 유입이 줄어들면서 약해졌다. LG화학이 폭스바겐과 현대차의 2차전지 자체 생산 가능성 때문에 20% 넘게 하락했고, LG전자와 현대차는 뚜렷한 이유 없이 그만큼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가격에 부담을 느껴 매수에 나서지 않거나 가지고 있는 주식을 손해 보지 않은 범위 내에서 팔아버렸기 때문인데 가격이 충분히 낮아질 때까지 새로운 매수가 유입되긴 힘들 것 같다. 이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주식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빅사이클을 당연시하는 시장 분위기에 비해 주가 상승이 더디다.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이 나든지, 가격이 낮아져야만 반도체가 다시 주목받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최근에 세 번째 변화가 시작됐다. 업종 대표주가 약해진 자리를 해운·조선·화학·철강 등 경기 민감주가 메우고 있다. 경기 회복으로 물동량이 늘어나자 그 덕분에 조선 수주가 증가했다는 게 상승 이유다. 국내외 경기 전망을 감안할 때 타당성 있는 얘기다. 화학업종도 힘을 받고 있다. 화학은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대규모 장치산업이어서 수요가 늘어나도 빠른 대응이 쉽지 않다. 그만큼 앞으로 제품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는 얘기가 된다.

 

산업 추이·경기 사이클 봐가며 타이밍 잡아야

경기 민감주에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세 개 있다. 먼저 경기 동향에 따라 주가가 크게 오르고 내리므로 경기 및 산업 추이를 열심해 공부해야 한다. 생산성, 가동률, 재고 동향 등 각종 산업 지표는 물론 회사의 통계 자료까지 수집해 해당 산업이 어떤 상태에 있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구체적인 수치에까지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경기 방향에 대한 대략의 느낌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주식을 사는 시점도 중요하다. 경기 민감주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이전에 사서 경기가 꺾이기 전에 처분해야 한다. 주가가 경기보다 먼저 움직이기 때문인데, 경기가 한번 좋아지면 다른 어떤 주식보다 높은 수익을 내지만 경기가 꺾이면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마지막으로 당장 업황 개선이 눈에 띄지 않아도 참고 견뎌야 한다. 경기 민감주는 위축됐던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엿보일 때 가장 많이 오른다. 그래서 주가와 경기 사이에 괴리가 생기게 되는데 우리 시장은 그 기간이 짧으면 6개월, 길면 18개월 정도까지 벌어진다. 자기 확신이 필요한 주식이다.

경기 민감주와 함께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에도 대형주에 의한 코스피 상승이 끝난 후 중소형주로 매기가 옮겨가는 경우가 많았다. 여전히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대형주로는 그 부분이 채워지지 않아 투자 대상이 바뀐 것이다. 유동성 유입이 주춤해지는 점도 중소형주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계기였다. 지금도 사정이 비슷하다.

중소형주의 부상은 투자자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변화다. 유동성 장세 때는 주식 수가 많은 게 이익 증가로 직결되므로 쉽게 사고팔 수 있는 대형주가 각광받을 수 있었다. 투자자들이 기업 내용을 잘 알고 있어 추가 학습이 필요 없는 것도 장점이었다. 반면 중소형주는 기업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투자 전에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수량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여러 면에서 대형주와 차이가 많아 투자자들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투자 환경이 가장 좋은 때였다. 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대규모로 공급되고 있었으며 경기 부양까지 더해져 나쁜 요인을 찾기 힘들었다. 올해는 작년만 못하다. 금리의 절대 수준이 여전히 낮고, 경기 회복 초기지만 작년이 너무 좋았던 탓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반면 수익에 대한 기대는 작년보다 높다. 중소형주가 그 틈새를 메우면서 수익률 게임의 형태로 시장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