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권단체 “미얀마 군부, 포스코인터 통해 한국산 무기 샀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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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전도 군부 비자금 창구” 주장… 포스코인터 “정부 계좌로 입금 문제될 거 없다”
3월27일(현지 시각) 미얀마 양곤 거리에서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모인 미얀마 군인들. ⓒ연합뉴스
3월27일(현지 시각) 미얀마 양곤 거리에서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모인 미얀마 군인들. ⓒ연합뉴스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인권단체 앰네스티(Amnesty)와 저스티스 포 미얀마(Justice For Myanmar)는 포스코인터의 미얀마 가스전이 군부의 자금줄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슈에 가스전 사업에 참여한 미얀마국영석유공사(모지·MOGE)의 역할을 주목한다. 군부독재 시절 설립된 모지는 국제인권단체들로부터 군부의 비자금 세탁 창구로 주목받는 기구다.

포스코인터 측의 해명은 다르다. 회사 관계자는 “슈에 가스전에서 벌어들인 이익금은 모지(MOGE)가 아닌 미얀마 정부가 별도 관리하는 미얀마국영외환은행(MFTB) 계좌로 들어가기 때문에 군부 자금줄이 되긴 힘든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업은 민주정부 시절에도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돼 왔는데, 최근 정치 환경이 바뀌면서 이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모지는 조만간 미국이 제재 대상에 포함시킬 기업”이라면서 “가스전 사업을 통해 미얀마 군부가 자금 세탁 및 횡령을 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 인권단체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미얀마국영외환은행을 활용하는 것은 미얀마 돈을 달러로 바꾸기 위한 단순 절차에 불과하다”면서 “수치 정부가 이를 개혁하는 과정이었는데 쿠데타가 터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진짜 문제는 이 계좌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인권단체 ‘지구의 권리’는 보고서에서 “미얀마에서 생산되는 석유·가스 수입은 공식적으로 미얀마 통화(짯) 환율을 기준으로 국가 수입이 잡히는데, 이 환율은 실제 가치보다 200배 정도 낮다. 이들 자금은 총사령관이 관리하는 수상쩍은 기금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환율 조작을 통한 비자금 조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슈에 가스전에서 벌어들은 이익금 중 55%를 미얀마 정부에 지급하고 나머지 45%를 합작법인이 가져간다. 포스코인터 몫은 합작법인의 절반이기 때문에 전체 사업금의 23~24% 수준이다. 모지를 포함한 미얀마 정부 몫은 60~70% 수준이다. 지난해 포스코인터가 미얀마 가스전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4417억원이기 때문에 미얀마 정부가 가져간 돈은 대략 1조원으로 추산된다. 해외에 본부를 둔 미얀마 인권단체 ‘저스티스 포 미얀마’는 “모지는 이제 군사정권의 통제를 받고 있다”면서 “슈에 가스는 인권 탄압, 내전 지원 등 독재를 유지하려는 미얀마 군부정권의 가장 큰 수입원”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인터, 2006년 미얀마에 불법 무기 수출로 물의

포스코인터와 미얀마 군부의 유착설은 꽤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2010년대 초반 미얀마 관련 업무를 맡은 한 전직 포스코인터 직원은 “우리로 치면 조달청과 같은 기구의 핵심 곳곳에 군부 출신이 있어 현지 사업을 위해선 군부에 로비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입찰 과정에서 미얀마 군부가 도청 등 불법적인 일을 벌이는 등 과거 우리 군사정부 시절과 비슷했다”고 증언했다. 국제단체들은 슈에 가스 판매로 군부가 30년간 290억 달러(32조8600억원)의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슈에가스운동본부(SGM)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정부는 슈에 가스전 개발에 참여한 국가들에서 대량의 무기를 구입했다. SGM은 보고서를 통해 “2000년 슈에 가스 투자를 확정한 후, 2002년 한국 기업(대우인터내셔널)이 무기를 수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검찰은 포스코인터가 대우인터 시절인 2006년, 미얀마에 포탄 생산설비와 기술자료 등을 불법 수출한 혐의로 이 회사 이태용 전 대표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 국내 시민단체 관계자는 “미얀마 주민들을 총칼로 내몬 군부에 무기를 대준 것도 모자라 군부 뒷돈이 된 가스전 개발에 우리 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얀마 군부와의 불법 거래를 문제 삼아 지난 2009년 덴마크 국영 연금 다니카(Danica)는 덴마크 인권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앞으로 포스코인터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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