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윤석열, 5월에 ‘별의 시간’ 온다”
  • 김택환 경기대 특임교수‧《넥스트 프레지던트》저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4.16 16:00
  • 호수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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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김종인 연승 비결은 ‘선거 4.0’…시대정신·패권 응징·중도 중시·과학적 분석

킹메이커, 정당 소생술사, 경제민주화 전도사, 차르(제정 러시아 때 황제의 칭호), 비례 국회의원만 다섯 번. 여의도 정가와 기자들 사이에 최고 화제의 인물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따라붙는 각종 수식어다. 화제의 인물로 부상하게 된 것은 그가 지휘한 선거마다 연승한 결과 때문이다. 향후 정가의 관심은 또 ‘그가 차기 대선의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그럼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하고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의 압승을 진두지휘한 그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필자는 이에 대해 문명사적이고 통시적이며, 과학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유권자와 선거 정치를 연결하는 ‘선거 4.0’으로 규정하고 선거 승리 테크닉의 핵심 요소 4가지를 정리했다.

4·7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8일 의원총회에서 박수를 받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4·7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8일 의원총회에서 박수를 받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실패한 패권 세력’ 응징으로 정당성 확보

먼저 ‘실패한 패권 세력’에 대한 응징 혹은 거리 두기다. 민심을 읽는 노련한 방식이자 선거 승리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아 가장 먼저 ‘친노 적자’인 이해찬, 정청래 등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또한 2020년 총선에서 대패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먼저 광주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회함으로써 태극기부대와 확실히 선을 그었다. ‘실패한 패권 세력’과의 거리 두기는 그가 새로운 지지 정당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우리 역사에서 패권만큼 트라우마가 큰 개념도 없다. 외세 패권국에 의한 강점(强占), 전쟁, 분단 등을 경험했고, 국내적으로는 패권정치 세력에 의해 강압과 치욕을 겪었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화 이후 영남 패권에 근거한 YS(김영삼)·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등은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비패권인 ‘DJP(김대중·김종필·박태준) 연합정부’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극복, 남북 정상회담과 이산가족 방문, 최고 한·일 관계와 한·미 관계 등 좋은 성과를 보여줬다.

민주화가 진행될수록 유권자들은 비민주적이고 무능한 패권정치에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김 전 위원장이 이를 내면적으로 잘 체화할 수 있었던 것은 성장 배경과 독일 유학, 권력 참여 등의 덕분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는 호남 출신 할아버지 가인 김병로 전 대법원장을 통해 정치를 배웠다. 이어 유학생으로서 세계 패권에 도전해 실패한 독일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공부했다. 그가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묘역에서 무릎을 꿇었던 것은 나치의 만행으로 희생된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기념관 앞에서 무릎을 꿇은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를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신군부 때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참여, 노태우 정부의 청와대 경제수석·보건복지부 장관, 박근혜 선거대책위원회 행복위원장, 문재인 정당의 비대위원장 등 다양한 시기에 다양한 직책을 맡으면서 권력의 속성을 제대로 간파했다. 선거 승리의 테크닉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둘째, 그는 ‘선거는 과학’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한다. 그의 주위에는 유능한 여론조사 전문가와 언론인 출신이 많다. 지난 보궐선거 초기 그는 “5~8% 오세훈 후보가 앞선다”고 말했고,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두 자리 숫자 이상의 차이가 난다”고 예측했다. 선거 데이터를 읽고 있었다. 또한 경제학자 출신으로 실물경제를 꿰고 있는 그는 현 정국의 무능을 보여준 부동산 정책, 특히 민감한 조세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최측근’은 멘토와 참모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아내 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다. 김종인이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마다 조언을 하고 그에 대한 데이터를 매일 수집해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낼 정도로 적극적이라고 한다. 김종인은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하기 때문에 여당이 운운한 ‘샤이 진보’나, 과거 이회창 대선 캠프에서 말한 ‘샤이 보수’를 말하지 않는다.

김 전 위원장은 패권만큼이나 막말을 싫어하는 국민의 생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오세훈 후보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 원인 중 하나가 막말이었다. 이는 필자가 실시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다.

그가 친노 좌장 이해찬을 ‘컷오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실패한 패권 세력에 대한 응징을 넘어 ‘빠’ 문화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과학적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세계사적으로 ‘빠’ 문화의 극치였던 파시즘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행했던 ‘노빠’ ‘박빠’라는 에너지는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권력법칙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이 같은 내공이 나올 수 있는 또 하나의 배경은 항상 공부하는 그의 자세다. 김 전 위원장의 사무실을 방문하면 그가 외국 원서를 읽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그가 ‘별의 시간’을 말한 것도 유럽의 대표 지성인으로 꼽히는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Sternstunde der Menschheit)를 읽어서다. 츠바이크가 은유적으로 표현한 별의 시간은 ‘운명을 가르는 결단의 순간’을 말한다. 정치인은 ‘시와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김 전 위원장이 노련하게 안철수의 미숙함을 발판으로 오세훈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공시켜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한다. 정치 4.0을 추구하는 김 전 위원장에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구시대 인물’로 ‘별의 시간은 끝났다’고 평가한다.

4·7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8일 의원총회에서 박수를 받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하는 야권 정계개편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시사저널 최준필

김종인 “안철수는 끝났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김 전 위원장과 4월12일 통화했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국민의힘 중진과 안 대표에 의한 야권 통합에 대해 연일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3석의 국민의당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말이다. 그는 필자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에 대해 말할 때 유독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단호했다.

선거 연승 비결은 무엇인가.

“(웃으면서) 별거 아니다. 상식과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선거를 치렀을 뿐이다. 갈수록 이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하게 나타난다.”

국민의힘이 벌써 김종인의 공백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야당의 중심으로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아니면 언제든지 민심이 다시 떠날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평가는.

“그는 끝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5월에 (윤석열 전 총장에게) ‘별의 시간’인지 알게 될 거다.”

셋째, 시대정신 파악과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 능력이다. ‘시대정신’은 독일어 Zeitgeist에서 유래했다. 그는 독일 유학을 기반으로 ‘경제민주화’와 ‘의료보험’ 등의 어젠다를 선점하기도 했다. 경제수석과 복지부 장관 출신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 상황에서 핵심 이슈일 수밖에 없는 ‘경제와 복지’를 말했다. 현 정부보다 더 과감한 코로나19 지원을 주문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를 통해 야당의 대표로서 무능한 여당을 공격하는 어젠다 세팅 능력을 발휘하게 됐다. 언론들은 그가 말하는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전달하게 된다.

넷째, 그는 중도와 무당파의 위력을 활용한다. 중도와 무당파야말로 반(反)패권 세력이다. 국내외적으로 독주 및 독선의 패권정치로 인한 트라우마로 중도와 무당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엔서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6%가 중도라고 응답할 정도다. 오히려 중도가 정치 세력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중도가 더 ‘진보적이고 더 합리적’이라고 평가한다. 진영에 묶이지 않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도의 정치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 정치지형도 선진국형으로 변하고 있다. 2000년 전 동양에서는 공자의 손자인 자서가 《중용》에서, 서양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에서 중도가 ‘더 탁월하고 지혜롭다’고 평가했다. 중도가 더 큰 세력이기 때문에 그가 좌우를 넘나들어도 반감이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감정적 표현과 거친 말투엔 비판 많아

물론 김 전 위원장의 정치 행보에 대한 비판도 있다. 모 중견 언론인은 “보궐선거에서 김종인이 없었다면 더 큰 표차가 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막대기를 꽂아도 오세훈보다 더 득표했다”는 평가와 맥을 같이한다.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좌우 진영을 넘나드는 ‘관리의 리더십’에 대해 일각에선 ‘기회주의적 정치행태’라고 비판한다. 정치공학적으로 선거에는 승리했지만 ‘성공할 대통령을 보는 선구안이나 역량은 없다’는 평가다. 선거 승리에 기여한 박근혜 및 문재인 정권이 성공한 정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감정적인 표현과 거친 말투에 대한 비판도 많다.

대통령제에 지친 우리 국민은 글로벌 리더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청년 일자리, 양성평등, 양극화, 주택 등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성공할 대통령을 만나길 원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헌법 개정’을 주장한다. 대통령제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이 다시 킹메이커로 나선다면 ‘영혼이 있는 성공할 대통령 후보’를 찾고, 지원해야 한다. 어쩌면 그것만이 실패한 정권에 부역한 실수를 만회하는 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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