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안성맞춤 인문 여행 이탈리아 모네 윤동주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1.04.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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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ㅣ 류동현 지음ㅣ교유서가 펴냄ㅣ432쪽ㅣ2만2000원
《갤러리 북 시리즈 3 : 클로드 모네》ㅣ 김영숙 지음ㅣ유화컴퍼니 펴냄ㅣ112쪽ㅣ2만9800원
《열두 개의 달 시화집 겨울》ㅣ 윤동주 외 32명 시·클로드 모네 등 그림ㅣ저녁달 펴냄ㅣ280쪽ㅣ1만8800원

코로나19로 집합금지와 거리 두기의 일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많이들 지친 표정이 역력하고, 인내심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러나 집단면역 형성으로 이 몹쓸 전염병을 종식시키기 전까지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지만 코로나는 즐길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피할 수 없으면 최대한 유익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여행은 걸으면서 하는 독서, 독서는 방안에서 하는 여행’이다. 그러나 여행이 어렵고, 사람 간 만남도 어렵고, 자유로운 낭비(?)마저 쉽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방안에서 여행을 즐기기 안성맞춤인 때다. 한꺼번에 세 권의 책을 추천하게 된 이유도 그와 관련이 깊다. ‘여행, 인문, 그림, 시’로 주제가 동일한데 어느 한 권만 선택하기에는 나머지 두 권이 못내 아쉬운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책들의 편집과 종이 품질 또한 누구 하나 뒤떨어지지 않게 최상급이다.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류동현의 《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는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부터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나폴리를 거쳐 남부 시칠리아까지 6개 거점을 중심으로 그 주변 35개 도시를 걷는 기행문을 풍부한 사진과 함께 담았다. ‘이탈리아 전역을 걷는 미술 여행기’지만 고고학, 미술사, 역사, 문화를 공부한 저자답게 건축, 영화, 문학, 사람에 관한 이야기들로 탄탄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장차 이탈리아 여행이 버킷 리스트인 사람에게는 사전 답사용으로, 과거 이탈리아 여행을 했었지만 대체 무엇을 얻어 왔는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정리용으로 유용할 책이다.

《갤러리 북 시리즈 3 : 클로드 모네》는 19세기 인상파(인상주의자) 미술을 열었던 클로드 모네의 그림에 미술사가 김영숙의 간략한 해설을 붙인 책이다. 갤러리 북답게 가로 세로 각 30Cm 크기에 원화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도록 인쇄에 공을 들였다. 저자와 출판사는 이미 《갤러리 북 시리즈 1. 2 : 빈센트 반 고흐》를 펴내 미술 애호가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었던 만큼 더 자세한 소개가 굳이 필요치 않은 책이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겨울》 역시 같은 주제의 시와 그림을 함께 엮은 시리즈 출판이다. 김소월, 윤동주, 백석, 김영랑, 박용철, 정지용, 릴케 등 우리에게 익숙한 시인들과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마티스, 에곤 실레, 칼 라르손 등 서양화가들이 합작한다. 윤동주의 시 ‘서시’에는 모네의 그림 ‘일출’이, 지난 3월 추천했던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의 박균호 저자가 백석의 시 중 으뜸으로 꼽았던 ‘남(南)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는 에곤 실레가 그린 ‘골방의 풍경, 허리를 깊이 숙인 (슬픈) 남자’ 그림이 함께 자리를 잡았다. 이 시리즈는 월 별 12권, 계절 별 4권 등 출판이 다양하게 됐는데 이번 시화집은 12월~2월을 엮은 겨울호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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