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격…사건·사고 쏟아지는 공군, 어디까지 가나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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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총장 사퇴한 날···장교들 술파티·부사관은 경찰 폭행
9일 오전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 정문 모습 ⓒ연합뉴스
9일 오전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 정문 모습 ⓒ연합뉴스

공군이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으로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공군참모총장이 전격 사퇴한 가운데 지휘부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와 동시에 공군 장교들의 방역 수칙 위반과 공군 군인들의 잇따른 일탈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방부, 공군검찰 수사 착수…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 수사 대상 올라

9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가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아무개 중사 사건의 초동수사를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공군검찰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군검찰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 공군본부 검찰부·법무실 내 인권나래센터, 20전투비행단 군검찰에 대한 합동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공군 지휘부 라인도 조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국방부는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에 대한 직무 감찰에 착수했다. 이 전 총장은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한 상태지만, 아직 사표와 전역지원서가 수리되지 않아 군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군 안팎에선 이 전 총장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위법성이 확인되면 즉시 수사로 전환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공군은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가운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공군 소속 군인들이 현행범으로 잇따라 체포되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군 안팎에서는 공군의 기강이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휴가 중인 공군 병사가 술에 취해 택시를 훔쳐 달아나다 교각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경찰에 붙잡혔다. 이날 오전 부산시 남구 한 음식점 앞에서 공군 병사 A병사가 택시를 훔쳐 달아났다. A병사는 훔친 택시를 약 1㎞ 가량 몰다 광안대교 진입로 부근 벽면에 충돌했다. 택시기사의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음주 측정을 거부하는 A병사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 모 중사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상화 공군참모차장, 서욱 국방부 장관,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다. ⓒ연합뉴스
서욱 국방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 모 중사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상화 공군참모차장, 서욱 국방부 장관,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다. ⓒ연합뉴스

공군 소속 군인들 잇따른 일탈…공군 기강 왜 이러나

이 전 총장이 사임한 지난 4일에는 공군 내부에서 사건·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만취한 공군 부사관이 경찰을 폭행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수원 장안구의 한 도로에서 10전투비행단 소속 부사관 B씨는 자신을 귀가시키려 한 경찰에게 욕설과 주먹을 수차례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날 공군 장교들이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음주 회식을 한 것으로 드러나 도마에 올랐다. 경남 사천시 제3훈련비행단 소속 학생조종사 12명은 부대 휴게실에서 첫 단독 비행을 마친 것을 자축하고자 술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다가 부대 통제관에게 적발됐다. 학생조종사들의 경우 교육 기간 음주가 금지된다. 또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5인 이상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려면 부대에 사전 보고해야 하지만 이들은 이를 위반했다. 아울러 4일은 이 전 총장 이 중사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날이어서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 중사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는 조종사가 비상 탈출하는 일도 벌어졌다. 8일 오후 KF-16 전투기가 이륙하기 위해 활주하다 기체 이상으로 불꽃과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종사는 무사히 탈출에 성공했으며, 공군은 진상 조사를 할 예정이다. 아울러 KF-16 전투기 비행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번 공군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예고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방부에서 본 사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회유·은폐 정황과 2차 가해를 포함해 낱낱이 수사해 엄정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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