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과 별종 사이에 있는 정용진의 아킬레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6.30 10:00
  • 호수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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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튀는 행동에 사내외 우려 목소리도 높아져
3월30일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창단 포부를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3월30일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창단 포부를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Union-노조 등 노사관계

전국이마트노동조합(한국노총 산하)은 올 6월1일 기자들에게 보낸 ‘소통왕! 용진이형! 선택적으로 소통하지 말고 노조하고도 소통합시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정) 부회장이 인싸(인사이더 지칭)로서 전방위적인 소통을 통한 개인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1만여 명 가까운 노조원인 회사에서 교섭대표 노조와의 소통을 도외시한 채 사원들의 역량을 모아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설립 6년 차를 맞았다. 노조 관계자는 “야구단의 고릴라 인형하고도 소통한다고 인스타(인스타그램)에 올려놓으면서도 비등기 이사 등을 운운하면서 노조와는 소통을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이마트에는 민주노총 산하(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산별노조도 있다. 한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2010년 2만5000명에 달했던 직원 수가 10년 만에 2배 이상 늘면서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베이코리아까지 인수할 경우 신세계그룹 내에선 유통 못지않게 IT(정보기술) 인력 비중이 커진다. 쓱닷컴만 해도 IT 인력이 절반을 넘게 차지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통 마진율을 우선으로 하는 신세계의 기업문화에 IT라는 이종(異種) 문화를 어떻게 이식시키느냐가 중요한 현안”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물류 체계를 어떻게 갖추느냐도 관건이다. 물류야 현재 전국에 산재된 이마트 점포를 거점으로 활용한다고 해도 최종 배송은 타사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경쟁사인 쿠팡이 직배송 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린 것을 참고하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Fail-실패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뒤에서 다 밀어주겠다.”

정 부회장은 임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사원들에게 도전의식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되지만, 정작 자신의 실패에 대해선 너무 관대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 직원들의 불만이 크다. 지난 10년 사이 기업 신세계의 M&A(인수·합병)나 신규 사업 모두 ‘이마트 출자’라는 방식을 통해 진행됐다.

신세계는 재계에서 ‘카피캣(Copycat·모방)기업’이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다. 스타필드는 호주계 유통체인 ‘웨스트필드’, PB(자체브랜드) 전문점 노브랜드는 캐나다 ‘노네임’, 잡화점 ‘삐에로쇼핑’은 일본 ‘돈키호테’를 그대로 베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는 일본의 ‘무인양품’과 콘셉트가 비슷하다.

이 중 삐에로쇼핑은 2년 전인 2019년 말 철수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일본 돈키호테의 매출 비중 중 상당수가 관광객 수요인데, 우리는 일본과 현실적으로 다른 것이 패착”이라고 분석했다. 가정간편식 브랜드 피코크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PK피코크는 2018년, 영국계 헬스앤뷰티숍 브랜드 ‘부츠’는 2020년, 주류브랜드 ‘제주소주’는 최근 사업에서 손을 뗐다.

Overaction-과한 행동

정 부회장의 SNS 활동에 늘 찬사만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때론 호된 비판을 받을 때도 있다. 정 부회장이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럭·랍스터·소고기 등 음식 사진을 올리며 ‘잘가라.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글귀를 단 것은 큰 논란이 됐다. 이를 놓고 친여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이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세월호 분향소 방명록에 적은 글귀를 패러디한 것”이라면서 “정 부회장은 일베(극우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며, 재벌 오너가 아니라 신세계 음식부문 장(長)이었으면 해고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6월15일엔 6리터짜리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 사진과 함께 ‘마지막엔 핥아 마셨음. 고맙다, 미안하다’는 게시물을 올린 것이 논란이 됐다. 이 와인의 한 병 값은 250만원이어서 재벌가의 남다른 씀씀이를 보여줬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신세계는 온라인에선 아마존, 오프라인에선 월마트를 롤모델로 삼은 듯하다. 월마트의 신화를 만든 설립자 샘 윌튼은 평소 직원들에게 “고객들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갖게 해주고 싶어 했다. 라이벌 점포에서 느낀 것보다 더 많은 만족, 더 많은 즐거움, 그리고 더 많은 차이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이른바 ‘월마트 문화’란 ‘매장 안에 들어서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그 무엇’이다. ‘정용진 경영’이 선대인 이병철·이명희 경영을 뛰어넘는 것도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신세계의 2인자는 누가 될까

순혈주의 버리고 타사 출신 적극 영입

신세계그룹에서 이명희 회장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1997년 삼성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신세계그룹은 1998년 이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비약적인 성공을 거뒀다. 1997년부터 정용진 그룹 부회장이 부회장 자리에 오른 2010년 이전까지 신세계 주가 상승률은 1484%를 기록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57%)을 10배가량 뛰어넘었다.

은둔의 경영자답게 사내외 어떤 자리에도 얼굴을 드러내는 일이 없지만 임원 인사권은 여전히 이 회장 손에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계열사 사장들은 매달 별도로 이 회장에게 사업 성과를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기획·인사·재무를 책임진 ‘전략실’은 이 회장 직할체제로 있다. 딸인 정유경 총괄사장이 경영을 책임진 신세계백화점과 아들인 정 부회장의 지휘를 받는 이마트와는 별개의 조직이다. 책임자인 실장은 권혁구 사장이다. 권 사장은 대구 대륜고와 경북대 불문과를 졸업한 뒤 1987년 신세계에 입사해 주로 신사업·전략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왔다. 대관·홍보·사회공헌 활동을 책임진 대외협력본부도 별도 조직으로 분류된다. 본부장은 정동혁 부사장이다.

그동안 이마트는 그룹의 성장 동력과 같은 역할을 해왔지만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매출, 영업이익 모두 내리막길을 걸었고 급기야 2019년 2분기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이듬해 2분기 역시 마찬가지로 적자였다. 그러자 신세계그룹은 통상 연말에 있던 임원 정기인사를 두 달 앞당긴 2020년 10월에 단행해 이마트 대표이사를 처음 외부 인사로 채웠다. 이마트 대표이사인 강희석 사장은 행시 출신으로 신세계그룹 합류 전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에서 ‘유통담당’ 파트너로 오래 손발을 맞췄다. 강 사장은 그룹의 차세대 먹거리이자 상장이 예상되는 쓱닷컴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편의점 브랜드 이마트24의 김장욱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산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SK그룹에 입사했다. 신세계 합류 전엔 SK텔레콤의 지도서비스 ‘T맵’ 개발을 주도했다. 김 대표에겐 CU·GS25·세븐일레븐 등 ‘빅3’가 자리 잡은 편의점 시장에서 이마트24의 시장 점유율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관건이다. 편의점단체 관계자는 “이마트24는 가맹본부로부터 점주가 물건을 구입하는 방식이어서 한 편의점을 운영해 보지 않은 예비점주가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우창균 신세계L&B 대표는 롯데주류,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는 맥도날드, 손정현 신세계아이앤씨 대표는 SK그룹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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