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이상 이어지는 만성 설사를 주의하라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6 11:00
  • 호수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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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변이나 야간 복통을 동반한 설사는 반드시 진료받아야

38세 여성이 3개월 전부터 설사가 시작됐는데 배변 시 약간의 복부 불편감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발열·구토·복통 등의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설사가 3개월이나 계속되자 병원을 방문해 문진과 진찰을 받은 결과, 최근 혈당 조절을 위해 복용한 약이 원인으로 의심됐고 이 약을 끊고 나서야 설사가 멈췄다.

무르거나 액체 형태의 변이 하루 세 번 이상 나오는 경우를 설사라고 하는데, 한 달 이상 지속되면 만성 설사로 정의한다. 만성 설사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원인은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대장내시경이나 방사선 검사로 확인되는 특정 병변은 없다. 그러나 식사나 스트레스 후 복통, 복부 팽만감 같은 불쾌한 소화기 증상이 반복되며, 설사 혹은 변비 등 배변 장애 증상을 가져오는 만성적인 질환이다. 

술을 자주 마시거나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시면 만성 설사가 나타날 수 있다. 일부 인공감미료나 유당이 들어있는 유제품이 원인이 될 수도 있고, 대다수의 항생제, 일부 제산제, 당뇨병약, 항우울제 등이 만성 설사의 원인일 수 있다. 또 염증성 장질환, 갑상선기능항진증, 당뇨병, 식품 알레르기, 종양 등도 만성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며, 드물게 기생충 감염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만성 설사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식사 내용을 살피고, 새로 복용하기 시작한 약물이 없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면 병원에서 진찰과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권고된다. 병원에서는 문진과 진찰 후 혈액검사와 대변검사를 하고 원인이 불분명할 경우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수도 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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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이후 새로 시작된 설사 심각할 수 있어 

만성 설사 중에도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몇 가지 경우가 있다. 50세 이후에 설사가 새로 시작됐거나 혈변이나 흑색변이 동반된 경우, 복통이 점점 심해지거나 야간에 복통이 나타나는 경우, 체중이 과도하게 감소하거나 발열이 동반된 경우는 심각한 질환이 의심되는 위험신호다.

만성 설사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만성 설사의 일차적인 치료는 원인을 찾아 교정하는 것이다. 유당불내증이 있다면 유제품 섭취를 제한하고, 최근 복용하기 시작한 약이 있다면 끊거나 다른 약으로 바꿔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특별한 원인 없이 생긴 기능성 설사인 경우에는 탈수를 교정하기 위해 물을 충분히 마시고, 필요하면 이온음료를 마시며, 장운동을 개선하는 약물을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 또 과음을 피하고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줄이며, 규칙적인 식사를 하면서 과식을 피하는 식습관 교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성 설사는 대부분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은 아니지만 혈변, 야간 복통, 심한 복통, 설명되지 않는 과도한 체중 감소, 발열 또는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필요한 검사와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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