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언론인 1위 손석희 “앞으로 언론은 나 때보다 훨씬 고단할 것”
  • 조해수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8 12: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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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17년 연속 언론인 1위 손석희 JTBC 총괄사장
“미디어는 파편화, 진실은 개인화하는 시대 도래”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은 손석희 JTBC 총괄사장으로 조사됐다. 손 사장은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인 부문에서 17년째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손 사장은 지목률 31.2%로 1위를 차지했다. 시사저널은 손 사장과 8월11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분야에서 17년째 1위다. 이에 대한 소감을 말한다면.

“과거에 이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씀을 드렸던 것 같은데, 영향력이라는 단어에 쉽게 동화되기가 어렵다. 저는 그런 존재는 못 된다. 그냥 자기 일을 잘하려고 했던 것뿐이다. 그것도 늘 잘 해냈던 것도 아니다. 실수와 잘못도 많았다. 그럼에도 격려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앵커석을 떠난 지도 1년 반이 넘어 인터뷰는 여전히 사양하려고 했지만, 감사 말씀을 드리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요안 서강대 영문과 교수는 최근 《분석 손석희 인터뷰》라는 책을 통해 손 사장의 인터뷰를 분석했다. 이요안 교수는 “손석희 인터뷰는 다른 인터뷰와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며 미디어 인터뷰의 고유한 기능을 실현한다”고 결론 냈다. 이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다. 또한 인터뷰할 때 특별히 신경 쓰거나 최우선시하는 사안이 있다면?

“이 교수의 책은 읽어봤다. 읽으면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도 했다. 말의 쉼표, 숨소리까지 전부 분석을 해놓았다. 뭔가 분석당하면서 꼼짝 못하게 되는 느낌이랄까…. 지난 대선 때 후보들과 선대위원장들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분석하셨던데, 칭찬을 많이 해주셨지만, 저의 인터뷰 방식이 옳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듣기에 불편한 부분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저나 인터뷰이가 대담 중에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가, 시청자분들이 좀 더 궁금해하는 부분은 없는가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저 나름으로 최우선시한 것이었다. 그 인터뷰 과정에서 저도 많이 배웠고, 방송 인터뷰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체험한 기회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모두 과거형이 되었지만, 당시에 인터뷰에 응해 주신 분들께는 늘 감사드리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가 있다면?

“현업에 있으면서 최소한 만 명이 넘는 사람들과 인터뷰한 것 같은데 누구 하나를 꼽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에 남는 사람들도 바뀌어 왔다. 정치인들과의 인터뷰를 많이 기억하시고 저도 역시 그렇지만, 그건 저의 해야 할 일이었고, 저한테 크게 감동을 주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 억울한 사람들과의 인터뷰가 더 기억에 남는데, 그중 누구라고 딱 집어 얘기하긴 어렵다. 지금도 머릿속에 굉장히 많은 분이 지나간다. 그분들이 다 소중한 인터뷰이셨다.”

최근 언론에서도 ‘정치적 양극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이와 같은 양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 권력의 감시자가 아닌 ‘플레이어(Player)’가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20년쯤 전에 MBC에서 《미디어 비평》이란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생겨서 제가 진행을 맡게 됐는데, 그때 오프닝 멘트에서 “이 프로그램이 정치권력의 도구도, MBC의 무기도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미디어는 누군가의 도구가 되거나 무기가 될 수도 있는 팔자를 타고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미디어는 정말 도구나 무기가 된 적이 없는가를 물어보면 자신 있게 아니라고 할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 그 오프닝 멘트는 어쩌면 이상향을 얘기했던 것 같다. 게다가 요즘 세상은 때로는 ‘player’를 더 반길 때도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소위 전통적인 저널리즘에 대한 재고를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상향은 늘 이상향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비록 구두선이라 해도 그걸 내걸고 지키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그러지 않고서는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배워왔던 것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손 사장이 물러난 이후 JTBC 뉴스에 대해선 여러 가지 평가가 있다. 아무래도 과거보다 좀 후퇴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있어왔다. 물러난 이후 뉴스 제작에 관여하는지?

“경영과 편집의 분리 원칙이 있다. 제가 보도부문을 맡았을 때도 최고경영진 쪽에서 개입할 수 없었다. 시청률이라든가 하는 부분들은 꾸준히 방향성을 지켜 나가면 내려갔다가도 올라갈 때가 있으리라 믿는다. 제가 했을 때도 오르락내리락했었다. 다만, 그때도 우리가 추구했던 방향성과 방법론은 그에 따라 왔다 갔다 하면 곤란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바람에 따라 돛대를 바꾸면 그게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상은 바람 부는 대로만 가서도 안 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JTBC 후배들도 그런 나름의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본다.”

수십 년 동안 현업에 있었는데 앵커석에서 물러나 있으니 좀 답답하진 않은가?

“그렇진 않다. 사실 인터뷰에 응하면서 ‘이 사람이 다시 돌아가고 싶은가?’ 하는 오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과거 뉴스 앵커를 할 때도 그랬지만 《시선집중》과 《백분토론》 때부터 《뉴스룸》까지 20년 이상을 칼날처럼 느껴지는 첨예한 자리에 있다가 이제 겨우 주변을 살피고 있다. 여기 후배들도 저 없이도 잘해 나가고 있다.”

‘손석희’라는 이름은 언론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후배 언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거창하다. 저는 그냥 디지털 시대 이전의 레거시 미디어 시대에 자리 잡아 운 좋게 다음 시대까지 방송활동을 했던 방송쟁이다. 완벽하지도 못했고, 게을렀을 때도 많았다. 매스미디어의 위력에 얹혀서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다 보니 이런 조사에서 순위에도 오르고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디지털로 미디어는 파편화하고, 진실이라는 것은 개인화하는 이른바 ‘포스트 트루스 시대’에 언론에서 일하는 후배님들은 과거의 저보다 훨씬 고단하다. 힘들 내시길.”

 

‘202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는 1989년 창간호부터 올해까지 32년째 이어지고 있다. 단일 주제로는 국내 언론 사상 최장기 기획이다. 이 조사는 우리나라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매년 국내 최고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 조사는 6월18일부터 7월16일까지 진행됐으며,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 전문가 1000명은 남성이 703명, 여성이 297명이다. 연령별로는 30대 207명, 40대 305명, 50대 370명, 60대 이상 118명이 설문에 참가했다. 전문가 조사 특성상 40~50대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많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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