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문재인 정권에서 아파트값 가장 많이 올라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4 10:00
  • 호수 1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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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 “우리는 부동산 약탈 국가에서 살고 있다”

#1. 8월18일, 이른바 ‘로또 청약’ 결과에 전 국민의 관심이 모아졌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무순위 청약 당첨자 5명이 발표됐는데, 시세차익이 최소 15억원으로 예상되면서 약 25만 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전용 84㎡ 1가구의 청약 경쟁률은 무려 12만400대 1. 1975년생 남성이 당첨됐는데, 말 그대로 부동산을 통해 ‘인생역전’을 이뤘다.

#2. 8월13일 접수 마감한 제32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40만8492명이 몰리면서 역대 최다 응시자 기록을 세웠다. 집값이 폭등하자 부동산 거래 수수료 역시 덩달아 뛰면서 공인중개사의 인기가 높아진 것이다. 7월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11억원을 돌파했다. 수수료율 0.9%로 따져보면, 거래 한 건당 1000만원가량을 벌 수 있는 셈이다. 계약 몇 건만 성사시키면 대기업 연봉을 벌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공인중개사를 꿈꾸는 응시자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월6일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한 청년이 강남 일대 아파트를 내려다보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1월6일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한 청년이 강남 일대 아파트를 내려다보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文 정부만 모르는 집값 폭등의 현실

부동산에 울고 웃는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이다. 인생역전을 노리든 생계를 위해서든 부동산으로 시작해서 부동산으로 끝난다. 집을 가지고 있는가, 그중에서도 서울에 집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계층이 나뉘고 있다. 부동산 소유에 따라 벌어진 자산 양극화는 임금소득으로는 감히 손써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말조차 이제 식상하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부동산 약탈 국가”라고 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 폭등은 ‘합법적 약탈’이며 명백한 ‘서민 착취’”라면서 “문재인 정권이 생명을 걸다시피 하면서 외쳐대는 ‘검찰 개혁’은 ‘부동산 약탈 근절’에 비하면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만 생각이 다르다. 지난 1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청와대에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얼마입니까”라고 공개질의를 했는데, 이에 대해 “2017년 5월~2021년 1월까지 17.17%”라는 답변이 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가격(30평 기준)은 약 6억2000만원이었다. 정부 말대로 17% 올랐다면 7억2000만원이 돼야 한다. 4년간 1억원 올랐다는 얘기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경실련이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정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가격은 2021년 1월 11억1000만원이 됐고, 5월에는 11억9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서울 강남 3구의 경우, 4년간 13억원에서 22억7000만원(1월 기준)으로 약 10억원 폭등했다. 경실련 측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거짓 통계를 주장하며 국민을 속여온 것”이라며 “대통령과 청와대는 더 국민을 속이지 말고 지금 당장 깜깜이 통계, 조작 왜곡 통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헛발질이 이어지면서 집값은 끊임없이 오르고 있다. 올해 집값 상승률은 지난해보다도 가파르다. 7월까지 전국 집값 상승률은 5.98%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61%)에 비해 두 배 이상이며, 지난해 연간 상승률(5.36%)도 이미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9억4000만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9억원대를 돌파했다. 중위값은 가격 순서대로 정리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값을 말하는데, 결국 서울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9억원 이상이라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의 수도권 자가보유율은 53%로, 4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모여 살고 있는데, 이 중 절반은 ‘내 집’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지난 10년간 500만 호의 새 주택이 공급됐지만, 260만 호는 다주택자가 사재기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은 700만 호를 넘어서고 있다.

무주택자가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는 있는 것일까. 경실련에 따르면, 평균임금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총 264만원(9%) 올랐으며 연평균 상승액은 132만원이다. 최저임금은 총 564만원(35%) 올랐으며, 연평균 임금 상승액은 141만원이다. 반면 30평형 아파트값은 연평균 약 1억3000만원씩 올라 총 5억원(78%) 상승했다. 임금 상승액을 아파트값 상승액과 비교하면 약 100배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또한 가구당 저축액을 연간 1000만원이라 가정했을 때, 연간 1000만원씩 모아 아파트값 상승으로 발생한 불로소득 5억원을 마련하려면 50년이 소요된다. 주택보유자와 무주택자 간 격차가 50년가량 벌어진 것이다. 강남과 비강남을 비교해 봐도, 강남 9억4000만원-비강남 4억4000만원으로 50년 격차가 발생한다.

더 쉽게 얘기하자면, 서울에서 집을 사는 데 약 9억원(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필요하다고 봤을 때 2021년 상반기 평균임금 4328만원을 한푼도 쓰지 않고 약 20년간 모아야만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성실하게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가 꿈과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없는 사회가 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가계빚 폭탄 ‘초읽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가 횡행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1631조원으로 2015년 말 1137조원보다 43.4%(494조원) 폭증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연소득의 2.3배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 측은 “결과적으로 봤을 때 영끌·빚투족은 아파트값 폭등으로 자산 증가의 혜택을 누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주택자나 투자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은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갈수록 자산 양극화가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그러나 빚을 내 자산을 불린 가계도 금리가 오르거나 부동산 가격이 내릴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려는 현실이 돼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가계빚의 81.5%는 시장금리와 연동된 변동금리 대출이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행은 개인대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대출 이자가 11조8000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영끌·빚투의 주요 세대인 30대의 가계빚 규모는 연소득의 2.7배, 은퇴자가 포함된 60대 이상도 2.5배를 나타내고 있다. 금리가 인상되면 사회 초년생인 2030세대, 은퇴로 인해 소득이 확연히 줄어든 6070세대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금융기관 부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보증금이 매매 가격보다 높거나 비슷한 ‘깡통 주택’이 늘어나면서 ‘가계빚 폭탄’은 임차인에게까지 전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서울 신축 빌라의 전세 거래량(2752건)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6.9%(739건)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9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셋값이 매매가와 같거나 더 높은 경우도 19.8%(544건)였다. 만약 임대인이 주택담보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경매 금액에서 대출금을 먼저 갚고 나머지만 임차인에게 돌아가게 된다. 부동산 시장에서 최약자인 임차인에게 가계빚 폭탄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최초의 논객’ 강준만 전북대 교수ⓒ
‘최초의 논객’ 강준만 전북대 교수ⓒ뉴스뱅크 제공

“인구 절반 고통, 진보 정권의 처참한 실패”

강준만 교수는 “한국형 계급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부동산 문제의 처참한 실패로, 적어도 인구의 절반 이상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킨 세력은 진보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 문제는 진보 정권에서 최악의 상황을 보였다. 경실련에 따르면, 아파트값은 노무현·문재인 정권에서 가장 많이 상승했다. 1993년 강남 아파트값은 30평 기준 2억2000만원(평당 739만원)이었고, 1999년까지도 3억원 미만이었다. 그러나 2020년에는 21억원(평당 6991만원)까지 뛰었다. 그중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13억9000만원(66%) 폭등했다. 노무현 정부 때를 자세히 살펴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4억원에서 마지막 해인 2007년 14억원까지 상승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만 10억원의 불로소득이 발생한 것이다.

경실련 측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값 폭등은 여러 면에서 참여정부 시기의 부동산값 폭등을 떠올리게 한다. 참여정부 시기에 부동산 정책을 주도했던 인물들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똑같이 권한을 가지고 정책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기업도 장사다. 장사는 10배를 남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정부기관들이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이와 같은 기조가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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