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카불공항 마비에 의료구호품 반입도 차질
  • 서지민 디지털팀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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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항공기 착륙 막히면서, WHO·WFP 구호물품 수송 어려워
아프간에 극심한 가뭄까지…“어린이 100만 명 영양실조 위기”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빠져나가기 위해 8월23일(현지 시각) 아프간인들이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 모두 모여 있다. 현재 카불공항은 아프간을 빠져 나가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 사실상 마비 상태다. ⓒEPA=연합뉴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빠져나가기 위해 8월23일(현지 시각) 아프간인들이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 모두 모여 있다. 현재 카불공항은 아프간을 빠져 나가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 사실상 마비 상태다. ⓒEPA=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카불공항이 마비되면서 국제기구의 의료구호품 반입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 극심한 가뭄을 겪은 아프가니스탄은 국민 절반 가까이가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의료구호품 수송이 시급한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이다.

2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날 “수술장비 및 소아 폐렴 치료제, 영양실조 지원품 등 500톤 이상의 의료구호품이 이번 주 내 아프간으로 공급될 예정이었으나, 카불공항의 마비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어 “카불공항이 민항기 운항을 중단하면서 수송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WHO에 따르면, 아프간 인구의 절반인 약 1850만 명이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극심한 가뭄을 겪으며 인도주의적 지원 수요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리처드 브레넌 WHO 비상대책국장은 “지금 세계는 피난민 탈출과 비행기가 아프간에서 떠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는 남겨질 사람들을 위해 보급품을 수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6개 민간 항공사를 고용해 아프간 난민을 이송하고 있지만, ‘작전 제약과 안보 문제’를 이유로 구호품을 실어갈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항공기를 대피용으로만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식량계획(WFP)도 비슷한 상황을 호소했다. WFP는 현재 우즈베키스탄과 파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아프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를 통해 육로로 식량을 수송하고 있다. 

앤드루 패터슨 WFP 아프간 지부 부소장은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많은 도로가 눈에 묻히기 전에 식량을 창고에 보관해야 한다”며 “우리는 현재 아프간에 2만 메트릭톤(mt)의 식량을 보유 중이고, 7000메트릭톤을 수송하고 있지만, 아프간인들에게 12월 말까지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5만4000메트릭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8월14일(현지 시각) 탈레반을 피해 집을 떠난 아프간인들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공원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살고 있다. ⓒEPA=연합뉴스
8월14일(현지 시각) 탈레반을 피해 집을 떠난 아프간인들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공원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살고 있다. ⓒEPA=연합뉴스

대부분의 국제기구들은 아프간 현지 상황에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사도 현재 아프간이 정치적 불안정성, 55만 명의 피란민 문제, 식량 위기 등 3중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사의 그레고리 매슈스는 “아프간 정부는 지난 7월 가뭄으로 인한 위기를 선언했는데, 현재 그 위기 수위가 이례적으로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니세프도 이날 아프간 전역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아동이 100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100만 명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또 420만 명의 아동이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있고, 43만5000명의 아동과 여성이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나 도망간 것으로 추산했다.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총재는 서명에서 “유니세프와 인도적 지원 파트너들이 안전하고 시의적절하게 아동들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게 보장해 줄 것을 탈레반에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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