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독립’ 선언한 탈레반, 정부 구성 가능할까
  • 서지민 디지털팀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3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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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무너져…해외원조까지 끊길 가능성
행정·치안 공백에 알카에다·IS 등 테러조직 세력 커질 수도
8월30일(현지 시각) 오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완료하면서, 탈레반이 ‘완저낳ㄴ 독립’을 선언했다. 탈레반은 31일 아프간 수도 카불거리에 탈레반 기를 달며 독립을 자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8월30일(현지 시각) 오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완료하면서, 탈레반이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다. 탈레반은 31일 아프간 수도 카불거리에 탈레반 기를 달며 독립을 자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했던 미군이 철군을 완료하면서 탈레반은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행정·경제·인권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어 탈레반이 정부를 구성해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치안공백에 따라 테러조직 세력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1일(현지 시각) 오전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가 끝난 직후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미국이 카불공항을 떠났고, 우리나라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어둠 속에서 마지막 미군기가 공항을 떠나자 승리를 자축하며 축포를 쏘아 올리기도 했다. 

이후 무자히드 대변인은 카불공항 활주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 모두와의 좋은 외교 관계를 환영한다”며 “아프간 국민에 대해 축하한다. 승리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터뜨린 축포와 달리 아프간 내부 상황은 좋지 않다. 아프간 정부가 급작스럽게 무너지면서 지난 20년간 구축된 사회질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물가 폭증, 실업자 급증 등 실물경제는 파탄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탈레반 정부를 반대하는 국가들의 해외원조까지 끊길 가능성이 크다. 아프간은 정부 예산 중 해외 원조가 차지하는 비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가난한 국가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아프간으로의 송금을 금지하고, 미국 연방중앙은행에 예치된 90억 달러의 아프간 외화자산에 대한 탈레반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식량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아프간은 올해 극심한 가뭄을 겪으며 현재 전체 아프간인의 3분의 1가량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아프간 지역 곡물의 40%가 손실됐고, 이에 밀 가격은 25% 상승한 상황이다. 

8월31일(현지 시각) 미군이 빠져나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 탈레반이 경비를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8월31일(현지 시각) 미군이 빠져나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 탈레반이 경비를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정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이다. 1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탈레반 대원들은 대부분 문맹인 것으로 알려져 행정·군사 시스템을 재구축할 능력이 부족하다. 과거 정부에서 일했던 인력들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탈레반이 외국과 협조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축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료뿐 아니라 아프간을 지탱하던 언론·의료인 등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아프간 탈출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치안공백이 길어질수록 알카에다, IS(이슬람국가) 등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위협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아프간 장악 후 IS 조직원들을 대거 석방했는데, 그 결과 최근 카불공항 테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탈레반과 IS는 종교이념의 차이로 갈등을 빚고 있어, IS가 반(反) 탈레반 세력을 규합하면 주도권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또 탈레반은 알카에다와는 유착관계를 이어가고 있어 국제 테러조직들 간의 갈등이 아프간 내부의 불안요소를 넘어 국제사회로까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들은 치안불안과 더불어 과거 탈레반이 보여준 공포정치에 두려움을 느끼며 인접국 국경으로 몰려가고 있다. 탈레반은 과거 1996년~2001년 집권기에 극단적인 이슬람 율법을 적용해 공포정치를 했다. 여성의 취업·사회활동·외출 등을 제한했고, 음악과 TV 등의 오락까지 금지됐다. 절도를 저지른 자는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은 돌로 쳐 죽게 하는 가혹한 형벌을 집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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