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본부장, 대장동 개발 지분 차명 소유”
  • 조해수·유지만·공성윤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10.01 10:00
  • 호수 1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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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학 회계사, 검찰에 녹취파일 제출...유동규 전 본부장, 이재명 경기지사 측근으로 알려져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천화동인 1호 소유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사장 직무대행) 등과 대화한 녹취록을 서울중앙지검에 최근 제출했다. 이 녹취록에 “유 전 본부장이 김만배씨의 지분 상당 부분을 차명 소유하고 있다”는 대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김씨가 배당받은 1000여억원 중 상당액이 유 전 본부장에게 지급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9월29일 화천대유, 천화동인,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사건 관련자들의 자택·사무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 등에게 거액의 뭉칫돈이 전달됐다는 구체적인 진술과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정 회계사 역시 현금 뭉치가 찍혀 있는 사진을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30일 유 전 본부장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했지만, 유 전 본부장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당시에도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시사저널 최준필·경기도청 홈페이지

정영학 2019년부터 19번 녹취

정 회계사의 녹취파일은 9월초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회자됐다. 정치권과 화천대유·사정 당국 관계자 등에 대한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정 회계사는 2019년부터 화천대유 핵심 관계자와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기 시작했다. 녹취파일은 모두 19개다. 이 녹취록에는 초기 자금 조달 관계, 수익 배분 구조, 로비 대상 및 액수에 대한 자세한 정황이 담겨 있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에게 지급된 50억원과 관련한 내용도 이 녹취파일에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법조인 등 유력가들에게 지급할 이른바 ‘50억 클럽’에 대한 대화도 나온다고 한다.

대장동 사업은 첫 단추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화천대유 측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기 전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을 내세워 자금을 끌어다 썼다고 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투자금 이상의 돈을 상환하라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이 돈을 갚는 과정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꼬리가 밟혔다. FIU 감시망을 벗어나기 위해 1000만~2000만원가량의 돈을 매일 인출했지만, 그 중 영수증 처리가 안 된 자금이 83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 돈이 흘러간 경로를 확인하면 윗선의 정체를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녹취록에 담긴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지분 중 상당 부분을 유동규 전 본부장이 실소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녹취록에는 천화동인 1호 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의 지분을 유동규 전 본부장이 차명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인·허가 부분을 맡은 사람이 유 전 본부장이다. 차명 소유한 지분을 통해 자기 몫의 수익금을 챙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김씨는 1208억원을 배당받았다. 천화동인 2, 3호도 김씨의 아내(배당금 101억원)와 누나(101억원) 등 가족이 실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천화동인 1호뿐 아니라 2~7호 중 일부도 차명 소유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2010년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을 민관 합동 개발로 설계하고 화천대유의 민간사업자 선정을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2009년 당시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이었던 유 전 본부장이 아파트 리모델링의 사업성을 높이는 주택법 개정을 주장하자 이 지사(당시 변호사)가 이를 적극 지원했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후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사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국민의힘 “이재명, 배임 혐의 피할 수 없을 것”

유 전 본부장이 김씨의 지분을 차명 소유하고 있다면, 김씨가 실질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돈은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김씨에 대한 수익 배당을 놓고도 논의가 있었다. 녹취록에는 김씨에게 돈을 지급하기 위해 “비료회사인 ‘유원오거닉’을 비싼 가격으로 인수하거나, 유원오거닉에 투자를 하면 위장폐업을 한 다음 투자금을 김씨가 가져가는” 방안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근무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자 선정 등에 관여한 정민용 변호사는 공사에 재직 중이던 지난해 11월 ‘유원오거닉’이란 회사를 설립했다. 유원오거닉은 2개월 후 ‘유원홀딩스’라는 부동산 개발업체로 사명과 업종을 바꿨다. 정 변호사는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의 서강대 후배로, 남 변호사의 소개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회계사가 녹음을 한 이유는, 화천대유 지분 정리 과정에서 불거진 자금 배분과 관련한 다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화천대유 초기 주주였던 J씨에게 150여억원을 지급해야 했는데 정 회계사가 90여억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정리됐고, 이때부터 정 회계사가 사업이 꼬인 것을 느끼고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녹취를 시작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9월30일 “유 전 본부장이 김씨 지분을 실소유하고 있다는 내용을 제보 받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장동 게이트 태스크포스 관계자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한 내부자들이 ‘천화동인 1호의 수익은 사실상 유동규 몫’이라고 제보했다”면서 “계약서 조항에 없는 이런 수익 배분을 두고 내부 인사 간 마찰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이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면, 인·허가권을 쥔 성남시가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구조를 짜면서 민간기업에 특혜를 준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와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유 전 본부장은 물론 성남시 공무원들도 배임 혐의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지사 역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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