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기원, SK공익재단 이용해 화천대유 투자사를 주물렀나
  • 공성윤·조해수·유지만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10.15 10:00
  • 호수 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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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앤파트너스에 사무실 내주고 재단 통해 일거리도 줘…‘실소유주는 최기원’ 의혹 제기돼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자신이 대표로 있는 SK공익재단을 이용해 화천대유 투자사를 ‘개인 금고’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 이사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투자자문회사 ‘킨앤파트너스’를 통해 수백억원을 빌려줬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최 이사장은 SK공익재단인 ‘우란문화재단’을 통해 킨앤파트너스에 여러 가지 특혜를 제공한 정황이 드러났다. 즉, 최 이사장이 킨앤파트너스를 실효 지배하면서, 화천대유에 대한 킨앤파트너스의 투자를 직접 결정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SK 측은 “최 이사장과 킨앤파트너스의 관계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투자를 한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밝혔다. ‘우란’은 최기원 이사장의 작고한 모친 박계희 여사의 호다.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우란문화재단 빌딩과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작은 사진)ⓒ시사저널 최준필·뉴시스

빌딩 소유주 측에서 입주업체에 임대료 지급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월13일 “대장동이 무엇인지, 제 여동생이 투자를 했는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저는 추석에 알게 됐다. 제가 들은 것은 언론에 나온 정도이고 저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면서 “여동생(최 이사장) 나이가 50대 후반이니 스스로 하는 것이지 제가 여동생에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의 투자가 SK그룹이나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 이사장은 2015년 킨앤파트너스에 400억원을 빌려주고 연 10%의 고정이자를 받는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화천대유는 2015~17년 킨앤파트너스로부터 457억원을 빌려 초기 사업자금으로 사용했다. 최 이사장이 킨앤파트너스에 빌려준 돈이 화천대유의 초기 운영자금으로 쓰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 이사장이 자신의 투자 사실을 숨긴 정황도 드러났다. 킨앤파트너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개인3’이라는 익명으로 표기됐다.

2013년 설립된 킨앤파트너스는 SK행복나눔재단에서 근무했던 박아무개 전 대표가 100% 지분을 갖고 있었다. SK 측은 최 이사장과 박 전 대표의 개인적 친분 때문에 투자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이사장과 킨앤파트너스 사이의 금전 관계는 개인적인 친분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매우 특이하다. 킨앤파트너스는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이른바 ‘우란문화재단 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이 빌딩의 소유주는 우란문화재단의 대표인 최 이사장이다. 그런데 킨앤파트너스는 오히려 우란문화재단으로부터 임대료를 받았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회계 공시자료에 따르면, 우란문화재단은 지난해 킨앤파트너스에 임대료로 약 5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2019년에도 같은 목적으로 5억5000만원을 썼다. 2년간 들어간 임대료만 모두 11억2000만원이다. 게다가 우란문화재단은 임대료뿐만 아니라 각종 경비도 킨앤파트너스에 지원했다. 2020년에는 전기료·주차료·관리비 등으로 2800만원을 줬고, 2019년에는 회의비로 4200만원을 제공했다. 임대료를 빼고도 7000만원이 추가 지급된 것이다. 이를 더하면, 우란문화재단이 킨앤파트너스에 준 돈은 서류상 확인되는 것만 모두 11억9000만원에 이른다. 즉, 빌딩 소유주 측에서 입주업체에 돈을 지불한 모양새다.

킨앤파트너스 대표, 우란재단에 30억원 기부

이상한 점은 또 있다. 킨앤파트너스는 기부금 명목으로 우란문화재단에 돈을 돌려줬다. 2019년·2020년에 각각 약 4억원, 2018년에 1억원을 기부했다. 모두 9억원 정도다. 받은 돈 11억9000만원과 비교하면 2억여원만 챙기고 나머지는 반납한 셈이다. 지난해에는 우란문화재단과 킨앤파트너스 사이에 오간 거래 금액이 모두 10억원이 넘었다. 이 때문에 킨앤파트너스는 재단 감사보고서에 ‘사업수익금액의 10% 이상 거래처’로 이름이 올랐다.

나아가 박 전 킨앤파트너스 대표는 개인 자격으로 2019년 우란문화재단에 30억원을 기부했다. 그 전까지 우란문화재단은 최 이사장 또는 SK행복나눔재단의 기부금으로만 운영돼 왔다. 킨앤파트너스를 설립한 박 전 대표는 행복나눔재단에서 본부장을 지냈다. 2017년에는 최 이사장과 함께 우란문화재단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박 전 대표와 킨앤파트너스의 기부 행위는 이례적이다. 킨앤파트너스의 재무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다 해당 기간 내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매년 회계감사에선 “존속능력에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받았다.

주요 원인은 장기차입금이다. 킨앤파트너스가 너무 많은 돈을 빌려와 부채가 폭등한 것이다. 2015년 최 이사장이 킨앤파트너스에 400억원을 빌려줄 때만 해도 자본잠식이 일어나진 않았다. 그러나 2016년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429억원을 추가로 끌어오면서 자본잠식이 발생했다. 이 같은 장기차입금은 킨앤파트너스 총부채의 88%를 차지했다.

이렇게 급격히 늘린 장기차입금은 화천대유로 빠져나갔다. 킨앤파트너스는 화천대유에 2016년까지 이자율 6.9%에 291억원을 빌려줬다. 그러다 2017년에 이자율을 25.0%로 높이고, 대여금도 351억원으로 증액했다. 2018년에는 대여금을 투자금으로 전환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우선수익권을 얻었다.

그렇다면 우란문화재단은 존속 여부마저 불투명한 킨앤파트너스와 왜 거액을 주고받은 걸까. SK 측은 “킨앤파트너스는 2015년 설립된 후 우란문화재단과의 거래를 빼면 따로 컨설팅 실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킨앤파트너스를 정상적인 컨설팅 회사로 보이게 하기 위해 우란문화재단이 도움을 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증권가의 한 회계사는 “특정 회사에 매출과 비용이 잡힌다면, 자금세탁 창구로 활용됐다고 해도 회계감사에서 문제 될 건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컨설팅은 무형의 서비스라 물건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회계 처리가 간단하다”며 “이 때문에 기업 오너 일가의 내부거래 방법으로 악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란문화재단이 킨앤파트너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란문화재단은 2015년 6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지금의 성수동 사옥을 짓는 과정에서 킨앤파트너스에 경영컨설팅을 맡겼다. 사옥 건축은 D건축사무소가 맡았다. 이곳의 이사 박아무개씨는 2018년 12월~2021년 3월 킨앤파트너스에서 이사를 지낸 바 있다. D건축사무소 대표인 김아무개 경희대 교수는 우란문화재단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10월11일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사옥을 찾았다. 킨앤파트너스와 더시스템랩은 각각 빌딩 5, 6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5층에 함께 있는 숙박업 컨설팅 업체 플레이스포는 원래 킨앤파트너스 자회사였지만 지난 6월 킨앤파트너스를 흡수 합병했다.

그 밖에 빌딩 1층은 카페 D, 7층은 컨설팅 업체 P회사가 쓰고 있었다. P회사가 브랜딩 디자인을 담당한 카페 D는 킨앤파트너스의 자회사다. 빌딩 9~10층에는 공유오피스 ‘플레이스캠프○○’가 있는데, 이를 운영하는 회사는 ‘프로젝트○○’란 곳이다. 이 회사의 지분 28%는 킨앤파트너스가 갖고 있다.

한편 프로젝트○○을 운영하는 최아무개씨는 P회사 대표도 맡고 있다. 또 프로젝트○○ 이사 이아무개씨는 올 3월까지 킨앤파트너스 대표를 지냈다. 우란문화재단 빌딩에 둥지를 튼 대다수 회사가 킨앤파트너스와 인적·물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빌딩 각층에서 나오는 수익은 킨앤파트너스로 흘러들어가는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시사저널 박정훈

“최기원-킨앤파트너스, 개인적 친분일 뿐”

이와 관련해 SK 관계자는 “최 이사장은 박 전 킨앤파트너스 대표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그의 투자 안목을 높이 샀고, 박 전 대표가 2015년 킨앤파트너스를 설립하자 돈을 맡겼다”고 말했다. 킨앤파트너스가 최 이사장의 투자자문사 겸 자산관리사 역할을 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관계자는 “킨앤파트너스가 호텔 사업에서 큰 손해를 내면서 자금 상환 능력이 떨어지자 2018년 최 이사장은 박 전 대표와의 관계를 정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2019년 박 전 대표가 우란문화재단에 기부한 30억원에 대해서는 “최 이사장에게 빌린 돈을 갚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란문화재단이 킨앤파트너스에 임대료 등을 준 사실에 관해서는 “마스터 리스(master lease·업체가 건물을 장기 임차하고 이를 재임대해 수익을 건물주와 나누는 방식)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 관계자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마스터 리스 계약을 통해 사옥을 킨앤파트너스에 통째로 임대해 줬다. 이후 우란문화재단은 사옥의 1~4층을 빌렸다. 재단이 킨앤파트너스에 임차료를 준 것은 그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최 이사장은 “1~3층은 재단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쓸 테니 임차료를 받되 공익 차원에서 기부를 하라”고 약정을 했다고 한다. 이것이 킨앤파트너스가 재단에 기부금을 준 배경이라는 게 SK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빌딩 전문 중개법인 대표는 “결과적으로 임차료를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은 것”이라며 “나중에 세무조사를 하면 문제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가 박씨에서 2018년 이아무개씨로 교체되는 과정에 최 이사장이 개입하면서 실효 지배를 굳혔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SK 관계자는 “최 이사장이 의 최대 채권자인데 돈을 돌려받겠다고 나서면 청산 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며 “그러니 박 전 대표도 어쩔 수 없이 지분을 양도하고 물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이사장이 지금껏 에 빌려준 돈은 11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이사들은 SK행복나눔재단 출신 인사들로 대거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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