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이재명의 숨은 리스크는 따로 있다
  • 송종호 서울경제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1.12.31 15:00
  • 호수 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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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 실패 따른 국민적 피로감…본인과 가족 리스크, 대장동 의혹과 더불어 ‘3대 리스크’
文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지지율, 반 토막 나

“골든크로스라기보다 상대 후보의 여론 지지가 떨어지면서 생긴 데드크로스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12월27일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최근의 지지율 역전 현상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점을 인식한 발언이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의원도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최근 이 후보가 윤 후보의 지지율을 따라잡은 여론조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처럼 이 후보 측이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윤 후보의 하락한 지지율이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어서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보 자신을 포함한 ‘가족 리스크’, 여전히 잠복해 있는 ‘대장동 리스크’, 무엇보다 코로나19 피로감이 극심해지는 ‘코로나 리스크’가 오는 3월9일까지 이 후보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野, 김건희씨 의혹에 ‘혜경궁 김씨’ 의혹 맞불

“대통령 부인은 공적 존재이고요, 권한과 지원이 주어지지 않습니까? 대통령 아들은 성년인데 남이죠, 사실.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것 같고요.” 이재명 후보는 최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아들 도박 문제와 관련해 “남”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들 문제는 영부인과는 분명 다르다는 주장으로 사실상 윤석열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와 관련한 의혹을 정조준한 발언이다. 실제 여론 흐름은 이 후보 아들 문제보다 윤 후보 배우자 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도 많다. 이 후보가 주장하듯 ‘남’인 아들 리스크는 유권자 뇌리에 크게 남지 않은 듯 보이지만 잊혔던 자신의 리스크와 ‘혜경궁 김씨’가 다시 불붙는 양상이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이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라는 별명의 트위터 사용자로 활동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등에게 각종 막말을 쏟아냈다는 의혹이다.

기회다 싶은 국민의힘은 최근 ‘혜경궁 김씨’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건희씨 의혹에 대한 물타기 성격이 강하지만 여권 지지층에게는 일종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유효 변수가 될 수 있다. 혜경궁 김씨라는 트위터 사용자는 ‘전라디언들은 한국인 행세 말아줘요.(2014년 1월18일)’ ‘문(재인) 후보 대통령 되면 꼬옥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 꼴 꼭 보자고요. 대통령 병 걸린 놈보단 나으니까.(2016년 12월31일)’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트위터 사용자를 일부 강성 여권 지지층이 김혜경씨로 지목해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던 사실을 야당이 다시 꺼내든 것이다.

혜경궁 김씨 문제는 결국 이 후보 자신의 과거 발언들을 다시 소환할 가능성도 있다. 이 후보와 친형 고(故) 이재선씨의 갈등을 다룬 책 《굿바이 이재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만큼 휘발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책에는 친형에게 보낸 이 후보의 욕설 문자 등도 들어있다. 야당은 책 출간과 함께 이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로 즉각 활용하기 시작했다. 본인과 배우자 리스크 등 가족 리스크가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있는 셈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특검 핑퐁’을 이어가며 결국 소강상태에 들어간 대장동 개발 의혹 역시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이다. 특히 핵심 관련 인사로 꼽히는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결국 대선이 치러질 3월까지 계속될 악재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무총괄자로 대장동 의혹 ‘참고인’ 조사를 받아온 김 처장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 쟁점인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경위를 두고, 자신을 포함한 실무진은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전체 맥락에서 김 처장 진술상 윗선 개입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초과이익 환수를 이 후보가 묵살했다는 프레임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그랬던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유족 측은 지난 12월22일 김 처장의 극단적 선택에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중징계와 고발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여야 모두 상대방 책임이라고 미루고 있는 특검이 대선 전에 이뤄질지 여부다. 특검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국민의힘은 특검 주장으로 이 후보를 지속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야당의 특검 주장에 응수할 논리는 여당에도 쌓여 있다”며 “국민의힘과 연루된 인사들과 함께 대장동 부실 대출의 출발지인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검사였던 윤 후보까지 포함한 특검을 하자는 데 반대하는 게 야당”이라고 쏘아붙였다. 특검 정국이 펼쳐지더라도 불리할 게 없다는 자신감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대장동에 피로감이 생겨버려 당락을 좌우할 이슈에서는 이미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쟁이 반복되는 과정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21년 12월15일 서울 동작구 서울특별시보라 매병원을 방문해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돌아본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시민들의 코로나19 방역 피로감 누적이 저항으로 변할 수도

이재명 후보 본인과 가족 리스크, 그리고 대장동 의혹 외에 정작 큰 문제는 ‘코로나19 리스크’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거리 두기 강화로 진정세를 찾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하루 5000명대 확진자 발생에 여당 내부의 불안감은 매우 크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러다가는 설 명절 전에도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표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재 구도는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시민의 저항을 누가 관리할 수 있느냐는 게 오히려 변수”라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을수록 거리 두기, 백신 접종 등에 대한 저항까지 커져 시민들의 자발적 방역 협조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그간 K방역은 시민의 협조를 통해 이뤄졌는데 코로나 관리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겹치면 ‘시민의 저항’으로 변화한다는 논리다. ‘시민의 저항’은 정부·여당의 코로나19 대응 지지율이 지난 1차 대확산 발생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 간접 확인되고 있다. 당시 41%까지 하락한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긍정 여론은 총선 직후 85%까지 치솟았지만 대확산이 발생할 때마다 수직 하락했다. 이번 5차 대유행을 겪으면서도 어김없이 44%까지 떨어졌다(한국갤럽 지난 12월 2주 차 조사).

이번에는 일상 회복을 중단하고 다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면서 시민들의 자기 규제에 변화 강도는 더 커졌다. 박선경 인천대 교수는 “방역의 큰 축이 지속 가능하려면 ‘추적하고 검사하고 치료하는 3T’만으로는 안 된다는 게 분명해졌다”며 “비영리 공공 영역을 확대하는 등 앞으로 반복될 감염병 위기 정책의 근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김정 교수도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임기응변식으로 지원금에만 집중할 경우 투표율이 굉장히 저조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 동력이 다시 생성될 수 있도록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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