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이상한데로 가”…택시서 뛰어내렸다 뒤차에 숨진 여대생
  • 변문우 디지털팀 기자 (qusansdn@gmail.com)
  • 승인 2022.03.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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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국민청원에 사고 당시 카톡 내용 공개…“차 멈춰 달라는 요구에도 묵묵부답”
연말 택시 이용 승객들이 늘어나면서 택시기사 범죄에 대한 우려가 늘어나는 가운데, 자격 취소에 해당하는 범죄경력이 있는 택시기사 중 절반 이상이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 시사저널 포토
승객들이 택시에 탑승하는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 ©시사저널

경북 포항에서 여대생이 납치당한다고 여기고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렸다가 뒤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유족들은 사망 경위를 바로 잡고 싶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8일 경북 포항북부경찰서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일 오후 8시40분경 KTX 포항역 근처에서 택시를 타고 학교 기숙사로 이동하던 중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가 뒤따라오던 차량에 치여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기사 B씨는 “행선지를 잘못 알아듣고 다른 대학 기숙사 방향으로 달렸다”고 경찰에 진술했으며, A씨가 사고 당시 술을 마시지는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택시기사 진술 등을 바탕으로 의사소통 과정에 빚어진 오해로 A씨가 달아나기 위해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렸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 A씨의 친동생은 지난 7일 “사고가 누나의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누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국민청원에 글을 게재했다. 청원인은 “언론 보도에선 사고 발생 전 인과관계가 생략돼 있어 누나가 왜 그런 무서운 선택을 했는지 사람들은 함부로 상상하고 이야기한다”며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로 오해하고 있을 거 같아, 저라도 대신해서 누나의 상황을 전달하고 싶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사고 당시 A씨가 KTX 포항역에서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택시를 타고 대학교 기숙사로 가던 중, 택시가 빠른 속도로 목적지와 다른 낯선 곳으로 향하자 멈춰달라고 요구했음에도 반응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가 당시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누나는 본인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남자친구는 전화기를 통해 ‘아저씨, 세워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누나의 목소리를 들었으나 택시기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며 “어둡고 낯선 길에 혼자 있는 누나는 빠르게 달리는 차량 안에서 극도의 공포감과 생명의 위협을 느껴 차에서 뛰어내리는 선택을 했고, 넘어져 의식이 있는 상태로 택시 뒤에서 이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하고 달려오는 차량과 충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달리던 택시에서 뛰어내려 숨진 여대생의 유족이 공개한 사고 당시 카카오톡 내용 ⓒ유족 제공
달리던 택시에서 뛰어내려 숨진 여대생의 유족이 공개한 사고 당시 카카오톡 내용 ⓒ유족 제공

이어 청원인이 공개한 A씨의 카카오톡 내용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이상한 데로 가 택시가”, “나 무서워 어떡해”, “엄청 빨리 달려”, “(기사에게) 말 걸었는데 무시해” 등의 문자를 남자친구에게 보내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또 A씨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도 걸었고, 남자친구는 A씨가 택시기사에게 멈춰달라고 요청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아무런 반응을 듣지 못했다고 청원인은 전했다.

이후 남자친구가 A씨와의 연락이 끊기자 “괜찮아?”, “카톡이라도 받아”, “경찰에 전화할까?”, “위치라도 말해줘”, “경찰에 신고할게” 등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청원인은 전해졌다.

청원인은 “주사 맞는 것도 무서워할 정도로 겁이 많은 누나가 그렇게 무서운 선택을 할 정도였으면 그 상황이 얼마나 무서웠을 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면서 “천사같은 누나의 모습이 잊히지 않아서 1분 1초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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