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곳곳서 풀린 경계심…‘오미크론 꼬리’ 길어지나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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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감소 추이 둔화…더 지켜봐야”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개장하자 이용객들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개장하자 이용객들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 아침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일가족 3명 마스크 착용도 안 한 채 웃으며 대화하네요."(A씨)

"(편의점에) 마스크 안 쓰고 너무 당당하게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마스크 착용하고 들어오셔야 한다고 말하면 지금 마스크 쓰고 다니는 사람이 어딨느냐며 소리소리를 지르세요."(B씨)

실외 마스크 해제 조치 이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A씨는 "이미 코로나 앓고 지나갔지만 혹시 주변인들에게 폐끼치는 게 싫어서 마스크 꼭 쓰는데, 저런 분들 보니 불쾌하다"라고 적었다. B씨는 "편의점 알바생인데 너무 힘들다"며 "마스크 미착용자 경찰에 신고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일상 곳곳에서 방역수칙이 느슨해진 모습이 눈에 띈다. 정부의 마스크 해제 신호가 경각심을 늦출 수 있다는 앞선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신규 확진자는 2만601명으로 1주일 전인 지난 2일(2만76명)에 비해 525명 증가했다. 월요일에 전주 대비 확진자 수가 증가한 것은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 구간을 지나던 지난 3월 14일 이후 8주 만에 처음이다. 전날에도 4만64명으로 1주일 전인 지난 1일(3만7761명)보다 2303명 늘었다. 이틀 연속 전주 같은 요일 대비 확진자 수가 증가한 것이다. 

감소세가 주춤하는 원인으로 실외마스크 해제와 최근의 이동량 증가 등이 꼽힌다.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 조치 이후에도 스스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바깥에서 마스크를 벗은 뒤 실내로 이동하면서도 마스크를 바로 착용하지 않는 등 방역수칙을 어기는 사례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면서 가장 크게 우려했던 경계심 해이가 벌써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중소 규모의 유행이 반복되거나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는 상황은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자율적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어린이날 100주년이자 징검다리 연휴 첫날인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이 정체를 빚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날 100주년이자 징검다리 연휴 첫날인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이 정체를 빚고 있다. ⓒ연합뉴스

마스크 해제 조치 이후 첫 주말 동안 이동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어린이날이었던 5일 주요 고속도로 곳곳에서는 '민족 대이동'이라는 설 연휴 귀성길보다 심한 정체가 빚어졌고, 주요 놀이공원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징검다리 연휴 마지막 날인 8일은 여행과 나들이를 떠났던 사람들의 귀가 행렬에 전국 주요 고속도로 곳곳에서 밤 11시 무렵까지 정체가 이어졌다. 

확진자 감소세가 정체됐거나 증가세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하루 확진자 수가 아닌 주 평균 확진자 규모 변화를 보고 유행 추이를 판단해야 한다며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손 반장은 이날 "유행 감소 추이가 둔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는 이번 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당분간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감염 재생산지수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유행 규모가 감소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건국대 정은옥 교수 연구팀은 '수리모델링으로 분석한 코로나19 유행 예측' 리포트를 발표하면서 현재 수준의 감염재생산지수(0.69)가 지속될 경우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차츰 줄어 다음달 1일에는 1만2100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서 유행 중인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이 또다른 변수다. 미국은 올 하반기 확진자가 1억 명이 넘을 것이라는 당국의 전망이 나와 비상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은 7일(현지 시각) 추가 예산 지원이나 신종 변이 발생 등 외부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당국이 올가을과 겨울 신규 확진자 1억 명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최근 7일 평균 미국의 신규 확진자는 하루 7만1000명으로 3월 30일(2만9312명)보다 2배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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