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국민을 위하는’ 자세
  • 김재태 편집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1 08:00
  • 호수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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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꼽히는 이가 조선의 세종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세종대왕도 가정사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특히 대를 이을 손자를 얻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인 문종의 아내, 즉 세자빈을 들이는 데 많은 공을 들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애를 끓였다. 결국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이어져 며느리를 내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그 무렵 세종대왕의 심경이 《세종실록》의 글에 생생하게 담겼다. “두 번이나 폐출을 행한다면 더욱 나라 사람들의 눈과 귀를 놀라게 할 것이므로, 나는 이를 매우 염려하여 처리할 바를 알지 못하겠다.”

이 기록에 나타나듯 왕실 내 잇단 불상사가 세간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는 모습은 백성을 대하는 세종대왕의 태도와 성찰이 어떠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아무리 절대 권력을 지닌 왕이라 할지라도 그 또한 백성들 앞에서는 평판을 두려워하고 염치를 챙겨야 할 책무가 있음을 알았다. 절대 군주의 백성 눈치 보기가 그 정도인데, 하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국가 체제에서 최고 권력자가 국민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얼마나 무겁고 어려울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에 이재명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선수가 전광판을 들여다볼 시간은 없다”고 답한 적이 있다. 그 말은 지지율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앞만 바라보며 달려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그런 자세로 선거를 치러 끝내 이겼다는 자신감이 컸던 까닭에서일까. 임기 초반에 이례적으로 계속되는 국정 지지율 하락에 대해 윤 대통령은 “선거운동 하면서도 지지율은 신경 쓰지 않았다”라며 “(지지율 하락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임한 지 두 달이 겨우 지난 시기임에도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윤 대통령의 국정 관련 지표는 상당히 좋지 않다.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기만 할 뿐 솟아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긍정과 부정 평가가 역전된 이후로는 격차가 더 벌어지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오차범위 밖으로 벗어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여론조사 분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부분은 인사와 경제·민생이다.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은 국내 요인보다 국외 요인이 더 큰 데다 최근 들어 갑자기 불거진 사안도 아닌 만큼 현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사 문제는 다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여론이 크게 갈릴 수밖에 없다. 인사는 대통령이 어떤 국가를 만들고 싶어 하는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 정권 때는 어떠했나”라는 말로 넘길 일이 아니라 전 정권과는 확실하게 다름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을 위하는’ 것과 국민을 두려워하는 것이 꼭 같은 뜻을 담는 것은 아니다. 선후관계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위하려면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우선돼야 마땅하다. 여론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위하는’ 마음만 앞서면 자칫 일방통행으로 흐르기 쉽다. ‘국민을 위하는’ 것과 ‘국민이 원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주어(主語)부터가 다르다. 어떤 일에서든 마음이 과하면 독선을 낳고, 마음이 모자라면 불통을 부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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