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계파 일색으로 민주당 지도부 꾸려지는 건 굉장히 위험”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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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의원·당원·국민 참여하는 공론화委 띄우자”
“이재명 ‘사법 리스크’ 비판 못하는 게 위기”
“尹 정부 ‘엉망진창’…국정 방향도, 콘텐츠도 없어”
ⓒ이종현 기자
ⓒ이종현 기자

“이번 전당대회 구도는 ‘친명(親이재명)계’ 대 ‘비명(非이재명)계’의 대결이 아니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주도적으로 치른 지도부를 계속 둘 것인지, 두 번이나 졌으니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 것인지 사이의 결정이다. 단순한 계파의 문제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인 윤영찬 의원이 진단한 이번 전당대회의 ‘진짜 구도’다. 윤 의원은 8월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이 위기”라면서 민주당이 ‘민주당다움’을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가 특정 계파 일색으로 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한 흐름으로 쏠려가지 않으려면 ‘견제와 균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왜 윤영찬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돼야 하나’라고 묻는다면. 

“저는 ‘친민주당파’다. 친민주당파라는 것은 어느 개인이 아니라 민주당이 지금껏 구축해 온 전통적 가치와 유산을 계승하고, 이를 지금 시대에 맞게 새롭게 혁신을 하자는 주의(主義)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구축했고, 키웠고, 투쟁하며 지켰던 우리 당의 자산들이 있다. 한반도 화해와 평화, 복지국가에 대한 비전,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 양극화 극복,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철학 등이 바로 우리 당의 자산이자 전통적 가치다. 이와 같은 가치들을 계승하면서도 새롭게 혁신할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민소통수석으로 일했다. 출마 전후 문 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눈 게 있나.

“출마 전에 상의를 드리지는 않았다. 다만 출마 결심을 하고 대통령께 보고 전화는 드렸다. 대통령께서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꼭 당선돼라’는 격려를 해주셨다.”

출마선언문에서 ‘지난 문재인 당 대표 시절의 원칙과 상식으로 당을 새롭게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의미인가. 

“문재인 당 대표 시절에 많은 도전들이 있었다. 그때 문재인 대표는 타협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천의 원칙을 바로 세웠다. 음주운전 등 윤리적 문제가 있는 이들에 대한 기준을 세웠다. 민주당이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끔 하는 원칙과 기준이 바로 이때 처음 만들어졌다. 그전에는 계파에 따라, 누가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줄 서기에 따라 국회의원이 됐다. 시스템이 세워졌고, 그 시스템이 당헌·당규에 반영됐다. 모두 문재인 당 대표 시절에 이뤄진 일이다. 그때의 원칙과 상식을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민주당은 첫째 정의롭고, 둘째 민주적이고, 셋째 유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핵심 문제를 짚었다는 생각도 드는데, 왜 이 세 가지를 강조했나.

“우리 당이 지난 선거 과정에서 보여줬던 모습들이 저는 바람직스럽지 않았다고 본다. 우선 투명하지 않았다. 민주적이지도 않았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당의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관련해서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폭로도 했다. 이재명 의원의 ‘셀프공천’ 콜(전화)을 받았다는 것 아닌가. 이전의 민주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정의롭지도, 민주적이지도 않다.”

매서운 비판이다. 대안은 있나.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지금 당 대표 후보에 대한 여러 가지 도덕적 문제나 이슈들이 자꾸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도 우리 당 승리의 걸림돌이었다. 그런 문제들이 ‘클리어(분명)’해져야 한다. 이 당에 몸담은 누구에게라도 정확하면서도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당 윤리심판원을 독립적인 기구로 만들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처럼 권한을 부여해 당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분명하고 확실하게 정리하고, 선을 그을 수 있게 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유능함’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선거에서 졌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과거에 대한 평가와 미래 비전에 대한 평가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우리가 과거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미래 비전에 대해 국민에게 밝히고 인식시킨 부분이 과연 있나. 김포공항 이전 말고 우리 당의 공약이 무엇이었는지 여쭈면 국민들이 어떤 답을 하실까. 우리는 민주당만의 담대한 혁신과 비전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지금은 어떤가. 펜데믹 속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高)에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퍼펙트 스톰’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어떻게 지켜드릴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당이 더 유능해지고, 더 예민해져야 한다.”

당내 계파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당내 금기어였던 ‘분당’을 언급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당의 체제를 강화시켜야 한다. 지금 마치 우리 당이 특정한 세력으로 쏠리는 것 같은데, 오히려 당의 기초 체력 자체는 허약해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이 입증한다. 37%에 그친 광주의 투표율은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다. 우리 당에 대한 애정이 약해졌다. 식었다. 이번 전당대회 투표율도 봐라. 지금까지 강원과 대구·경북, 인천에서 순회경선을 했는데 50% 투표율을 넘긴 곳이 한 곳도 없다. 우리 당원들이 갖고 있는 당에 대한 애정의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우리 당을 떠난 분들도 상당하다. 위기의 징조다.”

ⓒ이종현 기자
ⓒ이종현 기자

‘민주당엔 검찰개혁 밖에 개혁 정책이 안 보인다는 일각의 비판도 겸허하게 받아들이자’고 했다. 민주당이 ‘먹고 사는 문제에 유능한 정당’이 되려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개혁을 너무 단순화시키고 획일화시키는 게 문제다. 우리 당이 개혁을 충분히 못했다고 이야기할 때 ‘검찰·언론개혁’만을 이야기한다. 제가 보기에 민생개혁이 훨씬 더 중요하다. 지금 펜데믹 속 심화된 양극화에 금리와 물가까지 오르면서 서민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고 있다. 위기가 목전에 있다. 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다. 사람들의 ‘삶의 개혁’이 가장 중요하고 우선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그동안은 개혁의 방향을 굉장히 협소하게 진행해 왔다. 우리는 우리가 대표하는 분들을 지속가능하면서도, 빨리 지켜드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드려야 한다.”

최고위원이 된다면 ‘이것 하나만큼은 꼭 해내겠다’라는 과제는 무엇인가. 

“당의 의사결정이 일방적으로 흐르지 않게 하는 일이다. 제게 요구되는 역할은 ‘견제와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당심과 민심을 균형 있게 수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다. 우리가 결정하기 어려운 이슈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은 물론 당원과 국민과 함께 공론화 시스템을 가동해 보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원전 문제와 관련해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의사결정을 했다. 당내에도 의원과 당원, 국민 모두가 다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화위원회를 띄워 작동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전당대회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제일 중요한 것은 자성과 성찰이다. 왜 졌는지, 우리가 국민에게 뭘 잘못했기에 국민이 우리를 외면했는지를 되돌아보는 처절한 반성에서부터 모든 담론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당을 바꿀 수 있고, 혁신할 수 있고, 쇄신할 수 있다. 우리는 대선과 지방선거 모두 졌는데 이 과정을 외면한 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고 있다. 이러면 오히려 독이 된다. 새로운 걸 보여줄 수도 없다. 이번 전당대회는 ‘친명’ 대 ‘비명’의 구도가 아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주도적으로 치른 지도부를 계속 둘 것인지, 두 번이나 졌으니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나와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어달라는 요구 사이의 선택이다. 단순한 계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선거의 패배를 오로지 후보 탓으로 돌릴 수 있나. 문재인 정부의 책임도 있지 않나.

“문재인 정부는 그 책임을 회피한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다 잘했다는 것도 아니다. 정책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잘못해서 졌다는 프레임에는 결코 동의 못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김대중 정부 말기에 정말 국정지지율이 낮았지만 노무현 후보는 돌파해냈다. 오히려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자산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펜데믹을 잘 극복했다고 세계적 찬사를 받았다. G7(주요 7개국)의 반열에도 올랐다. 수출과 무역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냈다. 부동산에서 양극화가 커졌지만, 소득 기준으로만 보면 상당 부분 양극화는 개선됐다. ‘문재인케어’로 대표되는 복지도 강화됐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5년간 전쟁 걱정 없이 살았다. 우리는 우리의 자산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했다. 자긍심을 스스로 내려놓고, 스스로 덫에 빠져 버렸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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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는 어떻게 보나.

“경찰이 수사 결과 발표를 8월로 잡은 것은 불순하다. 전당대회가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것은 공정성을 의심케 한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는 분명히 있다. 이렇게 말하면, ‘왜 국민의힘에서 공격하듯 하나’라고 하는데, 이런 문제에 있어 우리 당 누구도 성역이 있을 수 없다. 당내 비판을 못하게 하는 게 당의 위기다. 누가 사법 리스크가 없다고 말할 수 있나. 물론 정치 보복인지, 본인의 잘못인지 정확하게 따져야 한다. 본인 잘못이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 성경에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구절이 있다. 이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왜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대세론을 따라가지 않고 어려운 길을 가나.

“저는 지금 당이 위기 상황이라고 생각해서 출마했다. 당이 좀 더 민주적이고, 민주당다워야 하고, 당원들이 당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출마를 결심했다. 우리는 선거에서 두 번이나 졌다. 왜 졌는지에 대한 성찰과 분석, 평가를 통해서 ‘이기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당원들끼리만 ‘영차영차’하면 뭐하나. 국민에게 표를 받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서 반사이익을 얻는 정당이 아니라 우리가 잘해서 표를 받는 정당을 만들고 싶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모습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 마디로 엉망진창이다. 사실 지도부에 입성하더라도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국정에 방향이 있고, 콘텐츠가 있어야 견제를 해도 할 텐데 지금은 우왕좌왕, 중구난방, 갈지자 모습이다. 망망대해에서 어디로 갈 지 모른 채 표류하고 있는 난파선 같다. 제발 국정의 중심을 세워줬으면 좋겠다. 왜 집권했는지, 시대적 과제는 무엇인지,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빨리 정립하고 세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5년 동안 표류만 하다 끝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지금 당이 위기다. 한 흐름으로 쏠려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견제와 균형이 꼭 필요하다.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당 지도부가 특정 계파 일색으로 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당내 민주주의 회복과 건강한 민주당을 위해서라도 저 윤영찬 한 사람은 지도부에 꼭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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