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커질수록 尹 지지층도 결집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9 16:05
  • 호수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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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에서 대통령 지지율 상승…이재명 사법 리스크 반사이익도

윤석열 대통령이 4박6일의 아세안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 그리고 G20 정상회의를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대개 해외순방을 마친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효과를 보게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얼마나 올라갈지 여부보다 각종 악재 속에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 더 주목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4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 추모글을 보고 있다.ⓒ연합뉴스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여전히 윤 대통령에게 악재다. 경찰이 다중 인파의 위험성을 제때 알아차리지 못했고, 구조 및 수습 대응도 난항을 겪었다. 사고의 진상 규명과 관련해 경찰의 무능력한 대응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고, 경찰 조직을 행정적으로 총괄 지휘 및 감독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여론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찰(특수본)이 경찰을 수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이태원 참사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과 G20 정상회의 참석차 해외 순방을 나가면서 MBC 취재진에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았다. MBC뿐만 아니라 언론계에서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끝내 MBC 취재진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할 자리는 없었다. 윤 대통령의 직전 순방에서 비속어 논란에 대해 MBC가 가장 악의적으로 보도해 국익에 훼손이 있었다는 이유라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정부가 특정 언론사와 대립하고 충돌하는 장면은 국민에게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이런저런 악재가 많음에도 대통령의 지지율은 눈에 띄는 큰 변화가 안 보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30%대까지 떨어졌던 60대, 52%로 상승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가장 최근인 11월8~10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30%로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올라갔다. 부정평가는 62%로 1%포인트 내렸다(그림①). 대통령 비속어 논란이 있었던 두 달 전 유엔 순방 직후 실시된 9월27~29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4%로 곤두박질친 바 있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를 포함해 다양한 악재에도 대통령 지지율은 별로 흔들리지 않았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위기감에 따른 60대 이상의 결집’이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유로 윤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60대와 70대 이상 유권자층은 윤 대통령에게 정권교체에 걸맞은 국정운영을 주문하고 있다. 우선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졌던 서해 피살 공무원이나 북송 어민 사건에 대해 재조사를 벌이는 이유는 핵심 지지층에 대한 응답으로 이해된다.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이나 검찰이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이나 북송 어민 사건을 수사한다고 해서 중도층이나 2030 MZ세대가 흡수되는 외연 확대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핵심 지지층인 60대 이상 유권자층은 대체로 긍정적인 태도로 읽힌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면 60대 이상의 결집이 지지율 그래프에 나타났다. 추석 명절 직후인 9월13~15일 조사부터 11월1~3일 조사까지 60대의 대통령 지지율은 4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9월27~29일 조사에서 30%대로 내려가기도 했었다. 그런데 가장 최근인 11월8~10일 조사에서 60대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52%로 올라갔다. 더 결집한 결과다. 70대 이상도 등락은 있지만 대체로 결집하는 양상이다. 60대와 70대 이상은 전체 유권자의 30% 정도 된다(그림②). 그러니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견인해 주고 있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바로 60대 이상이다.

각종 악재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얻는 상대적 반사이익’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질 때는 누군가 이탈한 지지층을 가져갈 상대 인물이 있어야 한다. 굳이 누가 가능할까 생각해 보면 다수당의 대표인 이재명이다. 대선에서 정치적 라이벌이었고 그 대결 구도가 현재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 이탈층을 수용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이태원 참사 직전 10월25~27일 조사에서 민주당 35%, 국민의힘 33%로 나왔다. 참사가 발생한 이후 두 차례 조사에서 민주당 34%, 국민의힘 32%로 나타났다(그림③). 이태원 참사와 MBC 취재진 배제 및 언론과의 충돌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율은 오르기는커녕 조금 내려왔을 정도다. 즉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층에서 민주당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되고 정진상 당 대표 정무실장까지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중도층과 MZ세대가 민주당 지지 쪽으로 옮겨가지 않은 결과다.

 

北 잇단 도발로 안보 보수층도 결집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안보 보수층을 하나로 묶는 북한 이슈’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보다 더 큰 지정학적 리스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다. 북한이 11월 들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무차별적으로 쏘아대고 있다. 울릉도와 가까운 동해 공해상에 미사일을 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로 인해 ‘일본을 포함한 한·미·일 군사훈련’은 더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즉 북한에 대한 대응으로 인해 안보 보수층이 결집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20대 남성은 보수적인 안보 인식 성향이 강해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으로 이탈했던 윤 대통령 지지층 일부까지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원 참사가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앞으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해 더 많은 정치적 평가가 이뤄지겠지만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콘크리트 지지층인 60대 이상이 위기감에 따른 결집을 하고 중도층과 MZ세대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민주당 쪽으로 옮겨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미사일 또는 핵실험 위협이 계속되면서 안보 보수층이 결집하는 현상 또한 윤 대통령 지지율이 거의 흔들리지 않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런 계산대로라면 윤 대통령은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과 교류는커녕 ‘마이웨이’ 식으로 가더라도 국정운영 돌파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당분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계속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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