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줘도 모자랄 판에”…광주시, 출생축하금 폐지에 예비맘 ‘부글부글’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3 16: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시, 올해부터 출생축하금 폐지…육아수당도 절반으로 ‘싹둑’, 내년 폐지
순천·보성·고흥 등은 지원금 확대 추세…예비맘 “유독 광주시만 전면 폐지 황당”
광주시 “현금성지원 중복사업 판단, 부모급여와 합하면 연간 출산지원액 더 늘어”

광주시가 올해부터 ‘출생축하금’을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역 예비 엄마들이 들끓고 있다. 출생축하금은 시가 아이를 출산한 가구에 100만원씩 주는 출산 장려책이다. 올해부터 정부에서 국비로 ‘부모급여’를 주므로, 시비가 들어가는 출생축하금 제도는 폐지하겠다는 것이 광주시의 입장이다. 

하지만 예비 임산부들은 재정이 열악한 인근 전남 순천과 보성군 등이 부모급여제도 시행 여부와 상관없이 앞 다퉈 출산 지원금 확대에 나서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는 출산장려금을 존속해 부모급여와 중복 지급하는데 유독 광주시만 갑작스럽게 전면 폐지하느냐는 것이다. 

광주시가 올해부터 ‘출생축하금’을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역 예비 엄마들이 반발하고 있다. 출생축하금은 시가 아이를 출산한 가구에 100만원씩 주는 출산 장려책이다. 올해부터 정부에서 국비로 ‘부모급여’를 주므로, 시비가 들어가는 출생축하금 제도는 폐지하겠다는 것이 광주시의 입장이다.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광주시가 올해부터 ‘출생축하금’을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역 예비 엄마들이 반발하고 있다. 출생축하금은 시가 아이를 출산한 가구에 100만원씩 주는 출산 장려책이다. 올해부터 정부에서 국비로 ‘부모급여’를 주므로, 시비가 들어가는 출생축하금 제도는 폐지하겠다는 것이 광주시의 입장이다.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3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광주시 출산 및 양육지원 조례’에 따라 시 예산을 들여 지난해부터 아이를 출산한 가구에 축하금 100만원을 지급해왔다. 0개월~23개월까지 월 20만원씩 총 480만원의 육아수당도 지급했다. 그러나 시는 지난달 16일 출생축하금을 없애고, 육아수당 지급 대상은 12~23개월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시가 출생축하금 지급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건 정부가 신설한 부모급여 때문이다. 부모급여는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올해부터 0∼11개월 아이가 있는 가정에는 월 70만원, 12∼23개월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는 월 35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가 신설한 부모급여와 출생축하금 모두 현금성 지원 제도로 중복된 사업이란 게 광주시의 입장이다.

시는 생후 2년까지 월 20만원, 총 480만원이었던 육아수당도 올해는 생후 12∼23개월(총 240만원)만 유지하고 내년에는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 사업과 중복 정책을 조정한 것으로, 지난해부터 정부에서는 비슷한 성격의 첫만남이용권(2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는 출생축하금을 없애고 육아수당을 줄여도 부모급여를 합치면 연간 출산지원금은 오히려 늘어난다고 강변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기존 정책으로 지난해 생후 0∼11개월에 900만원, 12∼23개월에는 600만원 등 총 1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올해는 정부 사업을 통해 각각 1040만원, 660만원 등 1700만원으로 생후 2년간 지원액이 200만원 가량 늘었다고 광주시는 설명했다. 예산(국·시·구비 포함) 또한 2022년에는 597억원(출생육아수당 460억원, 영아수당 137억원)이었으나 2023년 900억원(출생육아수당 299억원, 부모급여 601억원)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비로 지원하는 출산 예산은 도리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시 관련 예산은 2021년 432억원 지난해 460억원에서, 올해는 정부 사업 매칭 등 332억원으로 줄었다. 지방비로 들어가는 현금성 지원금을 줄이고 절감한 예산은 돌봄, 다자녀 가족 등 지원 사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광주시는 전했다. 

임산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청 여성가족과, 비서실 등에는 항의 전화가 쇄도하고 맘 카페 등 지역 커뮤니티에는 불만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저출생을 극복하겠다며 조례까지 만들더니, 오히려 기존 지원금을 줄이고 국비로 생색낸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다른 지역 가서 애 낳으란 소리?” “출산이 코앞인데 황당하다” “다른 지자체는 오히려 출산장려금을 늘리는데 광주시는 왜 후퇴하느냐” “부모급여는 나라에서 주는 건데 그걸 빌미로 시 예산으로 주는 수당을 없애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시 홈피 자유게시판에도 ‘출산축하금, 육아수당 폐지에 반대한다’, ‘출산축하금 역행하는 광주’, ‘출산 지원해주지 않는 광주’ 등의 글이 수십 건씩 오르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출산 축하금을 늘리는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들어 형평성이 없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타 지자체에서는 부모급여 제도 시행 여부와 무관하게 출산 지원금을 확대하는 추세다. 서울시 강남구는 내년부터 출산양육지원금을 확대해 기존 첫째 자녀 30만원, 둘째 자녀 100만원이던 지원금을 내년부터 모두 20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순천시는 출산장려금을 300만 원에서 500만 원(첫째 자녀 출산 기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보성군도 출산지원금을 24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상향했다. 고흥군도 첫째·둘째·셋째 출산 시 출산지원금을 720만 원에서 1080만 원으로 늘리는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남 도내 대부분의 시·군은 출산장려금을 존속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 부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새해가 임박한 지난해 12월 중순에서야 폐지를 결정하고, 그동안 홍보 절차도 크게 부족해 임산부 불만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4월 출산을 앞둔 임산부 이미현(가명·31·광주 북구)씨는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기존 임금보다 액수가 작아 생활이 힘들어 출산장려금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입법예고나 계도기간도 없이, 하루아침에 전면 폐지된다고 하니 황당하다”면서 “올해에 출산 예정이신 예비부부들에게 왜 폐지를 하게 되는지 상세히 알려주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좀 더 세심하게 접근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출생축하금 폐지는 지난 9월부터 잠정 결정된 일이었지만, 확정된 건 지난달 16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린 이후로 그때서야 결과를 통보해 바뀐 부분을 사전에 충분히 홍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