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딸 살해 60대母 ‘집행유예’…檢, 항소 포기한 까닭은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3.01.2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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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확정
재판부 “38년간 딸 희생으로 돌봐…피고만의 탓 아니다”
약 38년간 돌보던 중증 장애인인 딸을 살해하고 극단 선택을 시도한 60대 A씨가 지난 5월2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약 38년간 돌보던 중증 장애인인 딸을 살해하고 극단 선택을 시도한 60대 A씨가 2022년 5월2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수십 년 간 돌봐온 뇌병변 장애인 딸을 살해한 60대 친모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판결을 확정받았다. 법원의 파격적 선처에도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것으로, 장기간 딸을 성심성의껏 돌봐온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인천지방검찰청은 최근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여성 A(64)씨의 1심 판결 항소 기간 마지막날인 26일까지 항소장을 내지 않았다. 1심 법원의 이례적 선처에 사실상 동의한 것이다. 1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구형량은 징역 12년형이었다.

검찰은 ▲장기간 힘들게 장애인 딸을 돌본 점 ▲간병 과정에서 감당키 어려운 고통을 겪은 점 ▲A씨의 심신이 약해져 있었을 것이란 전문의의 감정 결과가 있던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작년 5월23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시 연수구의 자택에서 30대 딸 B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 선택을 시도했으나, 6시간쯤 후 아파트를 방문한 아들에게 구조됐다.

피해자 B씨는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중증 장애인이다. A씨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딸의 대·소변을 직접 받아내는 등 약 38년 간 A씨를 간병했다. 그러나 B씨는 사건 발생 약 3개월 전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고, 이후 복잡한 심경 속에서 이같은 범행을 계획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결심 공판에 출석한 A씨의 아들 겸 B씨의 동생 C씨는 “엄마는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누나(B씨)에게 대·소변 냄새가 날까봐 매일 깨끗하게 닦아줬고 다른 엄마들처럼 옷도 예쁘게 입혀주면서 키웠다”면서 재판부의 선처를 구했다. 같은 재판에서 A씨는 “나쁜 엄마가 맞다”면서 “딸과 같이 갔어야 했는데 딸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눈물을 쏟았다.

재판부는 이례적 선처라는 판단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A씨 측의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A씨는 38년이 넘도록 B씨를 돌봐 왔고, 장애 정도 등을 고려하면 이는 통상적인 자녀 양육에 비해 많은 희생과 노력이 뒤따랐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번 사건도 A씨 탓으로만 돌리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와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A씨의 1심 형량은 그대로 확정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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