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약점이 김기현의 강점, 김기현의 위기가 천하람의 기회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0 10:05
  • 호수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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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당권주자 4인 SWOT 분석] ‘물고 물리는’ 후보들의 강·약점
‘윤심’ 김기현, ‘수도권’ 안철수, ‘혁신’ 천하람, ‘경륜’ 황교안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본경선에 나서는 당권주자는 예비 경선(컷오프)을 통과한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가나다 순)다. ‘윤심’을 강조하는 김 후보, ‘수도권 대표론’을 펼치는 안 후보, ‘혁신’이란 깃발을 치켜 든 천 후보, ‘경륜’을 내세우는 황 후보 등 각자의 색깔과 전략은 4인4색이라 할 만큼 뚜렷하다. 

각 후보는 자신의 강점으로 상대의 약점을 타격할 수 있게 파고들면서, 상대의 위기에서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후보들의 강점과 약점, 위기와 기회가 서로 물고 물린다는 점이다. 안 후보의 약점(윤심)이 김 후보의 강점이고, 김 후보의 위기(반윤 심리)는 천 후보의 기회다. 당권주자들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기(Threat)를 ‘SWOT’ 분석 방식으로 짚어봤다.

ⓒ시사저널 이종현
김기현 후보 ⓒ시사저널 이종현

김기현, ‘윤심’ 타고 ‘낮은 인지도’ 뒤집기

[강점] 확고한 윤심의 지원: 윤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은 김 후보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자 강점이다. 당권주자로서 가장 먼저 윤 대통령으로부터 관저에 초대를 받았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원내대표로서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대선을 승리로 이끈 경험을 언급하며 ‘찰떡궁합’을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대통령의 관계를 서로 같은 집에서 살며 동고동락하는 ‘부부관계’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친윤계 등 국민의힘 초재선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내 지지 기반이 가장 두터워 당원 동원과 조직력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약점] 낮은 인지도와 확장성: 가장 큰 약점으로는 낮은 인지도가 꼽힌다. 4선 의원으로 울산시장과 당 원내대표 등을 역임했지만, 유력 경쟁자인 안 후보 등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부산·울산·경남(PK)이라는 지역 기반이 낮은 인지도와 결부돼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당대표로서 전국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상대 후보로부터 받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어 남은 기간 상대 후보들로부터 본격적인 견제와 공격에 시달릴 수 있는 점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기회] 나경원 하차·조경태 지지: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는 김 후보에게는 기회다. 이번 전대는 당원 투표 100% 치러지는데, 김 후보와 나 전 의원은 ‘영남권’과 ‘60대 이상’ 등에서 당원 지지층이 겹친다. 그런 나 의원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낸 점은 김 후보에게는 분명한 호재다. 컷오프 탈락한 5선의 조경태 의원과 사실상 연대를 한 부분도 긍정적이다. 조 의원은 당원 비중이 높은 PK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위기] 반윤 심리와 결선투표: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커지고 있는 윤심에 대한 우려와 반발 움직임이 김 후보에게는 리스크(위기) 요인일 수 있다. 특히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이 지나치게 안철수 후보를 흔드는 모습 등이 대통령과 용산(대통령실)이 최근 전당대회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우려와 합쳐진다면 ‘반윤(反윤석열) 심리’는 예상 밖으로 커질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로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변수다. 김 후보 지지도는 대통령의 지지율과 동조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결선투표도 변수다. 김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한다면, 2차 투표에서는 안 후보와 천 후보의 단일화 등 지지세 결집으로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尹 눈 밖에 났지만…높은 인지도·확장성 확실

[강점] 높은 인지도와 수도권 경쟁력: 높은 인지도는 안 의원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다.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안 의원을 모르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여기에 그가 주창하는 ‘수도권 대표론’ 즉 ‘확장성’은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당대표를 뽑는 전대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정치 입문 이후 오랜 기간 ‘제3의 길’을 걸어와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이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실제 안 의원은 계속해서 “총선을 이기려면 수도권 선거를 여러 번 치러서 수도권을 잘 알고, 민심을 잘 아는 대표가 필요하다. 누가 외연 확장으로 총선 승리를 이끌 것인가, 이 기준이라면 안철수가 적임자”라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안 의원이 윤심과 맞서는 ‘구도 대결’ 대신 ‘인물론’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펼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약점] 허약한 당내 기반과 ‘철수 이미지’: ‘윤심’이 관통하는 3·8 전당대회에서 윤심과 지금 가장 거리감이 느껴지는 후보는 안 의원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공동정부를 구성하기로 하고 단일화를 거쳐 인수위원장까지 역임한 안 의원이지만, 그는 지금 ‘국정 운영의 적’이라는 공격을 사실상 윤 대통령에게 받고 있다. ‘흉흉한 윤심’은 분명 안 의원에게는 약점이다. 여기에 허약한 당내 기반이 합쳐지면서 윤심의 공격으로부터 안 의원이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안 의원이 가진 ‘철수 이미지’도 부담이다. 안 의원은 2012년 대선,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2022년 대선 모두에서 단일화를 했다. 그렇게 쌓인 ‘철수 이미지’가 윤 대통령의 거친 압박과 합쳐져 ‘이번에도 혹시?’라는 물음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안 의원으로서는 꼭 지워내야 할 물음표다. 

[기회] 변화된 당원 구성과 결선투표: 2년 전에 비해 50만 명 이상 증가한 책임당원은 안 의원에게 기회라는 분석이 많다. 영남권(39.67%)과 수도권(37.79%) 당원 비중이 엇비슷해진 점은 허약한 당내 기반에 상대적으로 조직력 동원에서 밀리는 안 후보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2030세대 비율(17.81%)이 늘어난 점도 호재다.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을 사실상 주저앉히는 등 과도한 당무 개입에 따른 반발 여론이 커지고 있는 점도 안 의원에게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만약 결선투표가 진행된다면 비윤계 지지가 결집해 안 의원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기] 천하람 부상과 애매한 포지션: 확실한 비윤계인 천 후보의 부상으로 안 후보의 포지션이 애매해진 점은 위기적 요소다. 대통령실의 맹공에도 안 후보는 윤 대통령과의 확전을 피하고 친윤과 비윤 사이에 ‘중도적 위치’에 자리하기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속될 TV 토론 등 선거 운동 과정에서 친윤과 비윤 양측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지지층 상당수가 떨어져 나갈 위험이 있다. 

이번 전대가 ‘당심 100%’로 치러지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당초의 룰인 ‘민심 30%+당심 70%’로 치러졌다면 높은 인지도와 확장성을 가진 안 의원에게 지금보다 유리한 구도가 펼쳐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천하람 후보 ⓒ시사저널 임준선

천하람, 尹 때리며 컸는데 이준석 옆에선 작아 보여

[강점] ‘반윤 주자’ 선명성과 혁신 이미지: 천 후보의 강점은 확실한 선명성이다. 그는 윤심이 지배하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유일하게 “윤핵관 퇴장”을 외치며 반윤 주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 있다. 최근 천 후보는 “대통령 공천 불개입 조항을 (당헌에) 추가하겠다”며 윤 대통령의 최근 당무 개입 논란도 직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일한 30대 주자로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보수 정당의 험지인 전남 순천에서 거듭 지역구 도전을 하는 점도 천 후보에게 ‘혁신 보수’ 이미지를 가져다주고 있다.

[약점] 아직은 약한 정치 체급: 천 후보가 연일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음에도 용산 대통령실은 대응을 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무대응’이지만, 아직은 대응할 만한 ‘메신저’ 즉 정치적 체급이 되지 않는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선명성과 비전을 갖춘 천 후보이지만 당대표에 도전할 만큼의 정치적 경력과 도전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가 달린다. 

[기회] TV토론에서 한 방 나올 수도: 천 후보가 인지도를 널리 알릴 수 있었던 데에는 방송에서 정치패널로서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이 있는 방송계에서 훌륭한 입담으로 살아남은 만큼 7번의 연설회와 4번의 TV 토론에서 ‘결정적 한 방’을 날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천 후보가 윤 대통령과 확실하게 선을 긋지 못하고 있는 안 후보에게 날카로운 공격을 펼친다면 양분하고 있는 ‘비윤계 표심’을 독식할 가능성도 있다.

[위기] 친이준석계라는 꼬리표: 천 후보가 컷오프를 통과하고 본선에서도 선전하는 데에는 ‘이준석계’라는 꼬리표가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많지만, 이는 기회 요인인 동시에 위협 요소라는 분석도 많다. ‘이준석이라는 그늘’ 갇히게 되면 확장성도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전 대표가 특유의 화법과 스타일로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며 극심한 당내 혼란이 야기됐던 기억이 아직 당원들에게는 강렬하게 남아 있다. 이에 천 후보도 “6070세대도 이해할 수 있는 문법으로 개혁을 이끌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황교안 후보 ⓒ시사저널 박정훈

황교안, ‘강성 지지층’ 확실하지만 확장성엔 한계

[강점] ‘강성 지지층’ 사로잡은 ‘강한 보수’: 황 후보의 강점은 확실한 ‘집토끼’가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일부 기독교층과 ‘4·15총선 부정선거 규탄 세력’ 등 국민의힘에서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가 예비경선을 통과한 가장 큰 힘이다. 차별화 전략으로는 보수 정권 재건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15일 열린 첫 TV 토론에서 “종북 좌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저 황교안”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뒤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그 뚝심으로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당을 지켜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체성의 선명성을 내세워 지지층 결집부터 시도하는 전략이다.

[약점] ‘부정선거’ 이미지로 확장성 제약: 지난 총선 이후 거듭 부정선거 이슈를 제기하고 있는 황 후보는 부정선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상당수 당원들에게 소구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성 보수 이미지가 ‘콘크리트 지지층’이란 선물을 가져다줬지만, 역으로 중도층에 대한 취약한 확장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지난 총선 때 당을 강성 노선으로 이끌다가 패배했던 전력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기회] 김 후보 삐끗하면 혹시 어부지리?: 황 후보는 첫 TV 토론에서 윤심의 지원을 받고 있는 김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그는 김 후보의 땅을 지나가도록 KTX 노선이 휘어졌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금이라도 사퇴하시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국민은 절대 믿지 않는 것처럼 김 후보도 그럴 것”이라고도 했다. 친윤 대 비윤으로 구도가 정해진 상황에서 막판 친윤 후보에 도덕적 흠결이 발견되면 비윤계 표심이 분열된 상황에서 자신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위기] 한 자릿수 지지율에 지지층 이탈할 수도: 황 후보는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치며 4위에 그치고 있다. 컷오프 이후에도 지지율에는 좀처럼 탄력이 붙지 않는 모습이다. 그나마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오지만 역시 한 자릿수로 유의미한 변수는 아니다. 본선이 가까워질수록 ‘사표(死票) 심리’가 발동한 지지층이 김 후보 등에게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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