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 완성…당정일체는 약일 수도, 독일 수도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0 12:05
  • 호수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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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 “윤석열 정부 개혁 추진 발판” 평가
전문가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연동, 위험한 도박”

국민의힘이 3·8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신임 당대표 등 전원 친윤(親윤석열)계로 구성된 지도부를 새롭게 맞이하면서 ‘윤석열 집권여당’ 체제가 마침내 완성됐다. 지난해 3·9 대선 승리 이후 정확히 1년 만이다. 당심(黨心) 100% 룰로 치러진 경선에서 당원들은 윤심(尹心)이 실린 주자인 김 대표에게 과반 이상의 표를 몰아주면서 결과적으로 집권 2년 차를 맞은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이준석 전 대표 지도부와의 갈등으로 시작된 여당과의 불안한 동행을 뒤로하고 ‘당정일체’ 속에 원하는 방향의 국정운영을 속도감 있게 해나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당정일체란 곧 여당과 정부가 완전히 한배를 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배가 침몰하면 선택의 여지 없이 그 운명도 그대로 함께한다. 전대 과정에서 불거졌던 윤심 논란 등으로 인해 일각에선 새 지도부를 ‘김기현 지도부’가 아닌 ‘윤석열 지도부’라고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내년 4월 총선은 더더욱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짙게 띠게 됐다. 당·정·대가 함께 탄 ‘윤석열호(號)’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새 지도부 선출로 전환점을 맞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지닌 우려와 앞으로의 과제들을 짚어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8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尹 대통령, 이준석과의 갈등으로 트라우마”

국민의힘은 3월8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3월4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새 지도부 선출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당대표에는 친윤 주자이자 지난 대선 때 원내대표였던 김기현 대표가 52.93%의 득표율로 선출됐다. 김 대표는 과반을 살짝 넘긴 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1차에서 결과를 확정 지었다. 김 대표의 가장 큰 경쟁 상대로 꼽혔던 안철수 의원은 23.37%로 2위로 집계됐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14.98%, 황교안 전 대표가 8.72%로 뒤를 이었다.

최고위원 역시 전원 친윤계로 구성됐다. 김재원(17.55%)·김병민(16.10%)·조수진(13.18%)·태영호(13.11%) 후보가 최고위원에, 장예찬(55.16%) 후보가 청년최고위원에 최종적으로 뽑혔다. 김병민 위원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 대변인을 맡은 바 있고, 장예찬 위원은 윤석열 캠프 청년본부장과 대통령직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윤 대통령의 1호 청년 참모로 불리기도 했다. 그 외의 위원들도 선거 과정에서 자신이 친윤계임을 자처해 왔다.

당초 높은 투표율과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 논란 등 각종 변수로 인해 당대표 결선투표행을 점치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비주류 표심이 결집한 것 아니냐는 분석 때문이었다. 최고위원에서도 비(非)윤계이자 이준석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 중 최소 1명 이상은 지도부 입성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친윤계의 완승으로 끝났다. ‘윤 대통령과 마음이 맞지 않는 당대표가 선출되면 대통령과 당이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위기의식과 선거 과정에서 비윤계의 선전이 맞물리며 친윤계 지지 표심의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친윤계는 결과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그들의 시각에서 집권 초 이준석 당시 대표를 둘러싼 여러 갈등 및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까지의 비대위 체제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실행 등 국정운영에 가장 큰 불안 요소였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에게는 대선 과정과 취임 초 불거진 당대표와의 갈등 상황이 트라우마에 가까웠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3대 개혁 등 중대한 국정과제들을 수행하기 위해선 대통령과 마음이 통하는 당대표 선출이 절실했는데 결국 이뤄졌다. 윤석열 정부의 개혁과 혁신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대 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김기현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당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기현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당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윤 대통령 “더 강력하고 더 신속하게”

김기현 대표 체제에선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밀접한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선거 내내 당정 관계를 ‘부부’ ‘운명공동체’ 등으로 표현하며 ‘당정일체론’을 강조해 왔다. 대통령실과 친윤계 또한 직간접적으로 윤 대통령과 마음이 맞는 후보로 김 대표를 지목해 왔다. 실제 새 지도부 취임 직후 양측 분위기는 상당히 화기애애하다. 취임 첫날인 3월9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즉각 김 대표를 찾아 윤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며 긴밀한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곧바로 윤 대통령과 새 지도부의 만찬회동 일정도 잡혔으며 양측의 정례회동을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과 생각을 같이하는 지도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비롯한 국정과제를 자신감 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에선 입법과 당론 채택 등을 통해 정부의 기조를 적극 뒷받침할 전망이다. 3월8일 전대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이제 우리는 더 강력하게 행동하고 더 신속하게 실천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 미래세대를 위한 길, 나라의 혁신을 위한 길을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며 3대 개혁 등에 대해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의 축사에는 ‘개혁·혁신의 주체로서 힘을 모아 달라’는 당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새 지도부 선출에 장밋빛 미래만 그려지는 건 아닌 듯하다. 경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게 불거져 나온다. 내년 총선 승리라는 중대한 과제가 있는 상황에서 당정일체가 윤 대통령과 김기현 지도부의 최대 강점이자 동시에 최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무엇보다 ‘브레이크’가 없다는 게 치명적인 위협으로 꼽힌다. 당정 관계는 조력 관계이기도 하지만, 서로를 견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여당은 대통령에 민심을 전할 의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친윤 일색 지도부가 윤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바른 소리도 전달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당정 관계가 마냥 ‘일체’로 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거 ‘문재인당’ 소리를 들은 민주당 사례를 보면, 옆에서 쓴소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당정일체 기조 속에선 당정 주도권을 전적으로 윤 대통령이 쥐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게 될 경우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통령 입김이 공천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도가 심할 경우 불법 공천 개입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미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참모 및 최측근들이 특정 지역구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들린다.

특히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슷한 논란들이 불거져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짙다. 전대 과정에서 윤심 논란은 최대 화두였다. 특정 주자를 향한 친윤계의 집중 공세는 ‘집단 린치’라는 비판에까지 직면했다.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노골적으로 윤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는 의혹도 있었다. 막판에 터진 대통령실 행정관들의 전대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형사고발이 이뤄지기도 했다.

당정일체 기조로 인해 차기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과 여당이 같은 성적표를 받게 된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안 그래도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 집권 3년 차에 치러지는 선거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데 지금과 같은 구도에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따라 총선 성적이 더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동시에 또 여당의 실책이 대통령의 지지율로 연결될 수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김기현호의 출범으로 국민의힘은 ‘용산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고, 건강하고 건전한 당정 관계는 요원해질 것이다.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 소장은 또 “이 구도대로라면 결국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하나 믿고 총선을 치르게 되는 건데, 그 결과를 어떻게 확신할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기현 지도부가 당선 직후 함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김기현 대표(왼쪽 네 번째)와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조수진·김병민·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왼쪽부터)
김기현 지도부가 당선 직후 함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김기현 대표(왼쪽 네 번째)와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조수진·김병민·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왼쪽부터) ⓒ시사저널 이종현

“총선 전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도”

새 지도부의 과제도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건 당내 갈등 봉합이 꼽힌다. 대표직 퇴진 과정에서 갈등을 노출했던 이준석 전 대표는 물론 이번 전대 과정에서 윤심의 표적이 됐던 안철수 의원 등 당내 주요 인사들이 반(反)윤 색채를 띠는 건 당을 이끌어갈 김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칫 비윤계가 뭉쳐 당내 거대한 위협 세력으로 자리할 수도 있다. 최진 원장은 “무엇보다 지도부가 친윤계 일색이면 향후 갈등 봉합에도 난항을 겪을 것”이라며 “해묵은 갈등이 차기 총선을 앞두고 김기현 신임 대표의 리더십을 흔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가 선출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도 리스크이자 과제다. 정치권에서 ‘윤심의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김 대표는 당 운영에서 더욱더 가혹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전대 과정에서 제기됐으나 깨끗하게 불식되지 않은 KTX 울산역 인근 부동산 의혹 등이 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 정국에서 김 대표의 지도력이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될지 미지수다. 당대표가 여러 문제로 흔들리고 부동산 의혹 등이 커질 경우 오히려 대통령에게 짐이 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야당과의 관계 설정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년이 다 돼가도록 야당,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는 적대적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에서도 여야 관계는 단절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여소야대 구도에서 김 대표가 야당의 협력 없이 제대로 당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김 대표는 “가능하다면 빠른 시일 내에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여러 야당 지도부를 만나겠다”고 했지만, 당정일체 속에서는 김 대표가 이 대표와의 적대적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도 “이 대표가 민주당 대표직에 있는 한 경색 국면이 계속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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