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미래먹거리’ 대체육 금지하겠다는 이탈리아…왜?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3.30 13: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산·판매 시 벌금 8500만원 부과 법안에 정부 서명
“실험실 생산품, 전통 음식과 와인 문화 보장 못 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모습 ⓒ REUTERS=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모습 ⓒ REUTERS=연합뉴스

이탈리아 정부가 전통 음식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생산하는 대체육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30일(현지 시각) AP통신,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동물의 세포를 합성해서 만든 대체육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6만 유로(약 8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에 지난 28일 서명했다.

의회의 승인 후 효력을 지니게 되는 이 법안은 실험실에서 생선과 우유, 동물 사료를 생산·판매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이탈리아산 식품을 보호하기 위해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추진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이탈리아 정부는 성명에서 국민의 건강과 농식품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이 법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업·식량주권부 장관은 “실험실에서 생산된 제품은 품질과 웰빙, 우리의 전통인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 문화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농식품업계는 정부의 조치를 환영했다.

대표적인 농업계 로비 단체인 콜디레티는 이 법안을 위한 청원서에 멜로니 총리를 포함한 50만 명의 국민이 서명했다며, 대체육을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의 공격으로부터 이탈리아 식품을 보호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작년 한 해 동안 와인 등 이탈리아산 식품 수출로 600억 유로(약 85조 원) 상당의 가치를 창출했다고 지난달 추정 발표 한 바 있다.

반면 환경 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농업, 특히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제한하기 위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국제동물보호단체(OPIA)는 대체육이 동물 복지와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윤리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대체육은 국경 불문 미래 먹거리로 인정받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대체육·대체 해산물 시장 규모는 2020년 47억6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0억7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작년 11월 세포 배양 닭의 생산을 허가했고 싱가포르는 2020년에 배양육을 치킨너겟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약처가 배양육 등 신기술을 적용한 원료를 식품 원료로 인정하는 방향의 제도를 준비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아직 대체육 생산에 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대체육을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식품 생산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혁신적인 대책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만일 EU가 대체육 생산과 유통을 승인할 경우, EU 회원국인 이탈리아가 대체육 판매를 금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