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기료 3000원 오른다는데 ‘냉방비 폭탄’ 우려 나오는 이유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5.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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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담 고려해 전기요금 ㎾h당 8원 ‘소폭’ 인상
전망치보다 인상폭 낮지만 ‘누적 인상’에 부담 가중 불가피

오는 16일부터 전기요금이 오른다. h(킬로와트시)당 8.0원 오른다. 당초 시장에선 한국전력공사의 45조원 규모 적자를 고려해 최소 10원대, 많게는 30원대의 전기요금 인상폭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예상치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다만 전기요금이 소폭 올라도 일반 소비자의 ‘냉방비 폭탄’ 우려는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이미 정부가 지난해부터 5~13원씩 전기 요금을 인상해온 데다, 전력 수요가 예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서다. 정부는 ‘에너지캐시백’ 등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해 서민의 냉방비 부담을 더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 주택가에 전력량계와 가스계량기가 설치돼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 주택가에 전력량계와 가스계량기가 설치돼있다. ⓒ 연합뉴스

‘난방비 대란’ 답습할라…전기 요금 인상폭 13원→8원으로 낮춰

1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전기요금은 h당 8원 오른 154.6원, 가스요금은 MJ(메가줄)당 1.0444원 오른 20.7354원이다. 4인 가구 월평균 사용량(332h, 3861MJ)으로 환산하면, 각각 3020원과 4430원 오른다. 현행보다 5.3%씩 인상했다. 정부는 지난해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이후 각 분기별로 연료비 조정단가를 포함해 1h당 6.9원→5.0원→7.4원→13.1원→8.0원씩 순차적으로 인상해왔다.

전기요금 인상폭을 시장 예상치인 h당 13원에서 8원으로 축소한 것은 물가 상승 우려와 국민 여론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무더위에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여름철을 앞두고 있는 터라, 전기요금을 10원대 이상 대폭 인상할 경우 ‘냉방비 폭탄’이 불가피해서다. 전기‧가스요금은 서민 물가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정치권은 전기요금 상승 필요성이 제기된 지 45일 만에 인상안을 확정했다.

‘냉방비 폭탄’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일단 서민의 냉방비 부담을 덜기 위한 각종 보완책도 함께 발표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요금 할인을 지원하고,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에 절감량 1h당 30~70원을 차감하는 ‘에너지캐시백 제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지난 겨울 난방비로 인한 국민 어려움을 고려해 이번에는 냉방비 부담을 덜 대책에 신경을 썼다”며 “전기요금이 올랐지만 전체적 부담은 낮아질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달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보다 전기 요금 20% 가까이 늘 것”

다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20% 가량의 전기요금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 1분기에 1h당 13.1원을 인상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되더라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가구당 전기요금이 33만4000원에서 39만2000원으로 17.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전력 낭비 우려도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폭이 시장 기대치보다 낮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전력을 아껴 쓸 유인책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1분기 전기요금 인상 때도 전력 소비는 전년대비 오히려 늘었다. 지난 2월 기준 월평균 최대전력은 7만8051로, 지난해 동월 대비 1% 증가한 바 있다.

반면 앞서 ‘난방비 대란’ 당시엔 가스 요금 폭탄을 받아든 소비자들이 가스 소비를 대폭 줄이면서 올해 3월 기준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이 3만7000원 가량 낮아졌다. 전기 요금을 올리는 데에는 전력 수요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반영되는데, 정부의 예상만큼 전력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경우 냉방비 폭탄은 물론 한전의 적자도 해소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약 3분기에 전기 요금이 추가 인상된다면 서민의 냉방비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물가가 안정화하지 않은 데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토대로 추가 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지만, 한전의 적자폭을 고려하면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전은 현재 45조원 수준인 누적 적자를 해소하려면 올해 안에 h당 51.6원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1분기와 2분기 인상치를 합치면 21.1원에 불과해, 한전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하반기 30원 이상 전기 요금을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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