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 닥친 ‘경기침체’ 시그널…기준금리 ‘3연속 동결’ 무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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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5일 금통위 회의서 ‘금리 동결, 성장률 하향’ 예상
근원물가 경색, 수출 부진에 ‘경기침체’ 위기 경고등

오는 25일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회의가 열린다. 지난 2월과 4월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한은이 이번에도 ‘3연속 동결’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는 게 위협요인이지만, 미국 또한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싣고 있어 한은으로선 부담을 던 상태다.

그러나 금리를 조정할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 상황이 부정적이란 뜻을 내포한다. 실제 수출 부진으로 14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세수도 부족해 정부 차원의 경기부양 카드를 쓸 여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대 초반까지 낮춰 잡았다. 이에 한은은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6%보다 더 낮게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5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 연합뉴스
오는 25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 연합뉴스

외화 유출보다 경기 침체 우려…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와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시장의 평가는 ‘만장일치 동결’로 기운 상태다. 소비자물가지수가 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7% 상승했다.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온 것이다.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1월부터 5.2%→4.8%→4.2%→3.7%로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향후 1년간 소비자들의 물가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월(3.9%)보다 0.2%포인트 낮은 3.7%였다. 지난해 5월(3.3%)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다.

여기에 미국에서도 긴축 사이클 종료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은행권의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대출 여건이 악화했고 경제 성장과 고용,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연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오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현재 미국(5.00~5.25%)과 한국(3.50%) 간 금리차는 1.75%포인트로 역대 최대인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 미국이 내달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이라도 밟는다면 금리차가 더 벌어져 외화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한‧미 금리차보다는 경기 침체 우려가 더 큰 상황이란 점을 고려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긴 쉽지 않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韓 경제성장률 전망치, 1%대 초반까지 줄줄이 하향

실제 각종 지표상으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된 무역적자만 294억1200만 달러에 이른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인한 수출 확대를 기대했지만, 대(對)중국 수출은 오히려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여기에 세수도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 3월까지 걷은 국세는 약 87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조원 줄었다. 정부가 세수를 투입해 경기부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물가는 둔화세라고 해도,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4.0% 선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5% 이하로 내려 잡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통화기금(IMF),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민간 연구소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나란히 1.5%를 제시했다. 이밖에 한국금융연구원과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각각 1.3%와 1.1%를 제시했다.

한은 역시 오는 25일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6%보다 0.1~0.2%포인트 더 낮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했다가 지난 2월 공개된 수정경제전망에서 1.6%로 낮췄다. 한은은 지난 4월 회의 직후 의결문에선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하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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