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야당다운 야당’ 아닌 ‘여당다운 야당’으로 거듭나야 산다 [쓴소리 곧은 소리]
  •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7 16:05
  • 호수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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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입법부 동시에 잡으면 항상 패배했던 민주당
실사구시 대신 이념에 집중하면 또다시 실패

1987년 민주화 이후 35년이 흘렀다. 진보 정부가 15년 집권했고, 보수 정부가 20년 집권했다. 진보는 3번 집권했다. 1997년 김대중 정부, 2002년 노무현 정부, 2017년 문재인 정부다. 김대중 정부의 집권은 ‘기적 곱하기 기적’에 의해 가능했다. ①1997년 11월 IMF 외환위기 사건이 터졌다. ②김종필과의 후보 단일화를 하며 DJP 연합에 성공했다. ③경선에서 패배했던 이인제가 독자 출마하며 약 500만 표를 가져갔다. 세 가지 사건이 연달아 터졌음에도, 김대중 후보는 1.6%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승리했다.

2002년 노무현 후보의 당선도 극적이었다. 정몽준과의 후보 단일화가 중요한 모멘텀이었다. 2017년 문재인 후보 당선은 2016년 10월 이후 터졌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됐다. 

민주당의 집권은 3번이었다. 그러나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잡은 것은 딱 두 번이다.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정부는 152석으로 원내 과반을 달성한다. 2020년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는 180석을 달성한다. 180석이 되면 국회 선진화법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장악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크게 세 가지 일이 벌어진다. 첫째, 지지층의 개혁 열망이 강해진다. 개혁의 칼을 두 개씩이나 갖게 된 형국이다. 지지층은 ‘센 개혁’ ‘더 센 개혁’을 요구한다. 둘째, 권력을 독점하면 국민의 견제 에너지도 더 강해진다. 셋째,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지지층이 원하는 것을 중심으로 할 때 권력을 빼앗기게 된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실제로 겪었던 일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5월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야당다운 야당’일 땐 국민 관심사 도외시해

바둑의 고수일수록 복기(復棋)를 중요하게 여긴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 보자.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잡았을 때, 민주당은 왜 두 번씩이나 권력을 빼앗기게 되었나? 게다가 두 번 모두 ‘탄핵’으로 인해,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초토화된 상태였다.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민주당이 ‘야당다운 야당’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주요 구성원들도, 핵심 지지층도, 민주당과 가까운 진보적 시민사회도 ‘야당다운 야당’을 너무 좋아한다. 최근에는 야당다운 야당을 너무 좋아해 급기야 ‘수박’이라는 과일과도 싸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사건을 복기해 보자. ①국가보안법 폐지를 포함한 4대 개혁 논란 ②부동산 가격 급상승 ③종부세 신설 및 과도한 부동산 세금 인상 논란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사건을 복기해 보자. ①최저임금 1만원을 비롯한 소득주도성장 논란 ②조국 사태를 비롯한 검찰 개혁 논란 ③부동산 가격 급상승 ④종부세와 양도세의 과도한 인상 논란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조국 사태와 검찰 개혁 논란이 추가됐다. 나머지는 패턴이 비슷하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최저임금 1만원은 공통적으로 ‘지나치게, 진보적인’ 정책을 펼치다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경우다. 부동산 가격 급상승이 있었고,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부동산세(稅)를 급격히 인상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문재인 정부 때도 그랬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이념적’ 이슈였다. 국민의 관심사와 아무 관계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1만원도 ‘이념적’ 이슈였다. 2020년까지 1만원을 달성하려면, 3년 연속 약 16%를 인상해야 한다. 경제성장률이 2~3%인 나라에서 최저임금을 연 16% 인상하고도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상식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진보 쪽 경제학자들, 진보 쪽 노동 전문가들, 진보 쪽 시민사회, 진보 쪽 언론, 민주당의 진보 성향 정치인 모두 그 누구도 ‘부작용’에 대해 말하지 않고, 반론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왜? 최저임금 1만원 문제를 ‘이념적’ 이유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할 때 공급에 소극적이고,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몰고, 부동산세를 급격히 인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것이 진보적 원칙, 이념적 취향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회의원 경험을 단 하루도 하지 않고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초다. 대선후보 시절 윤석열은 ‘실언의 왕’이었다. 부인이 ‘Yuji 논문’을 쓴 사람인지도 전 국민이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결국 윤석열 후보가 승리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자명하다. 민주당 대선후보보다는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문제와 대선후보 문제가 합쳐진 경우다. 

민주당은 ‘야당다운 야당’이 되려는 노력을 중단해야 한다. 매일매일 대변인실에서 내보내는 정부에 대한 자극적인 공격 언어가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여당다운 야당’이 되어야 한다. 

그럼 ‘여당다운 야당’이란 무엇인가? ‘나라의 주인’이 되려는 정당이다. ‘내’ 나라, ‘우리’ 나라라고 생각하고, 국가적 중요 문제를 자신의 미션으로 간직한 정당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사고하면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성장을 중히 여기고, 기업의 재발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민주당이 ‘여당다운 야당’으로 거듭나게 될 때 그때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민주당은 ‘민주적 장기집권’의 포부를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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