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다시 돈줄 조이는 세계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6.0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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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어 캐나다도 ‘깜짝’ 기준금리 인상
세계경제 회복세지만 물가는 여전히 높아
한국은 ‘역주행’…“금리 안정 기대감”

세계에 닥친 장기 경기침체 우려로 점진적으로 돈줄을 풀 것으로 예상됐던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다시 긴축 기조를 꺼내드는 분위기다. 호주에 이어 캐나다에서 ‘깜짝’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나오면서다. 연내 금리 인하설까지 나왔던 미국에서도 인상 가능성이 되살아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 자체는 1년 전보다 완화됐지만, 전 세계적인 고물가 상황이 진정되지 않아 긴축 기조를 지속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경제 전문가 116명을 대상으로 미국 기준금리 전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65%는 연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AFP=연합뉴스
호주중앙은행(RBA) 이어 캐나다중앙은행(BOC)이 시장 예상과는 달리 기준금리를 0.25% 올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AFP=연합뉴스

글로벌 물가 상승세 눈에 띄게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다”

전날(현지 시각 7일) 캐나다중앙은행(BOC)은 기준금리를 종전 대비 0.25%포인트 인상한 4.75%로 결정했다. 이는 2001년 5월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다. BOC는 지난 1월 주요7개국(G7)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긴축 중단 신호를 주며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했지만, 이번 달 인상 기조로 돌아섰다. 당초 시장에선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20%밖에 되지 않았던 탓에, 이번 BOC의 결정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앞서 호주중앙은행(RBA)도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기준금리 추가 인상 조치를 단행했다. RBA는 지난 6일(현지 시각) 통화 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3.85%에서 4.10%로 0.25%포인트 올렸다.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금리다.

이밖에 유럽중앙은행(ECB)은 일찌감치 추가 금리 상승 가능성을 내비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5일(현지 시각)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물가상승률 2%라는 중기 목표를 적기에 회복하기 위해 기준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하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ECB는 지난해 7월 이후 1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 지난달 3.75%까지 인상했다. 시장에선 ECB가 오는 15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가량 올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데에는 물가상승률이 잡히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캐나다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중앙은행 목표치인 2.0%를 2배 웃도는 4.4%까지 높아졌다. 호주의 4월 CPI는 캐나다보다 더 높은 6.8%다. 유로존 역시 5월 CPI 상승률은 6.1%(속보치)로 집계돼, ECB 목표치인 2%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불안한 고공행진을 지속 중인만큼, 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세계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긴축 기조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통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종전 대비(3월 2.6%) 0.1%포인트 올렸다. WB(세계은행) 역시 0.4%포인트 올린 2.1%를 제시했다. 예상보다 빠른 세계경제 회복력 덕분에 인플레이션부터 진화하는 게 급선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해석이다.

1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6월 금리 인상을 두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표적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와 다른 이들의 의견이 엇갈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은 오는 15일(현지 시각)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美 경기 회복 가능성에 되살아나는 ‘긴축’ 전망

시장의 관심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 향한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 유지 기조가 오는 15일 통화정책회의를 앞둔 연준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역시 호주나 캐나다처럼, 물가는 여전히 높은데 경제 지표는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CPI는 지난해 6월 9.1%로 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 4월 4.9%까지 계속 하락했으나, 연준 전망치(2%)보다는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동시에 미국의 고용 지표는 비농가취업자수가 33만9000명 늘어나는 등 크게 개선됐다.

이 때문에 현지에선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6월 통화정책회의에선 일단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봤지만, 7월엔 0.25%포인트 상승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측은 “현재 시장이 앞으로 1~2년 동안 금리전망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연준은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결국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지을 핵심 지표는 오는 13일 공개되는 5월 CPI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되는 CPI가 시장 전망치보다 여전히 높을 경우 연준은 추가 긴축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억제가 최우선 과제”라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9일 열린 '화폐유통시스템 유관기관 협의회'에서 최근 화폐 수급 동향, 국내 화폐유통시스템 현황,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됐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8일 ‘6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국은 상황 다르다”지만…韓銀 “긴축기조 이어나갈 것”

한편 한국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기준금리 하향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줄줄이 하향 조정되는 반면, 물가상승률 지표는 개선되고 있어서다. OECD와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1%와 0.2%씩 낮춘 1.5%로 제시했다. 동시에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3.3%로 낮아졌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되는 것과 달리 한국은 1% 초반대로 하향 조정되고 있고 물가는 주요국 중 헤드라인이 가장 먼저 3%대에 진입했다”며 “국내는 대외보다도 경기·물가·통화정책에 대한 부담이 높지 않은 데다 금융 안정을 위한 부담까지 남아있어 시장금리 안정 기대감이 좀 더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윤 연구원은 “내년까지 물가가 안정된다면 경기 지원 필요성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연 2.75% 정도로 낮추는 수준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에 연일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5일 기준 금리를 3회 연속 동결하면서 “(이번 금리 동결을)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호주도 정지(금리 동결)하고 지켜본다고 한 후에 올렸다”면서 “한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절대로 못 할 것이라고 판단하지 말라”고 말한 바 있다.

한은은 이날(8일) ‘6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내고 “국내경제는 낮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물가상승률은 상당 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 나가겠다”며 “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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