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입찰로 따낸 택지 2세 회사에 몰아준 호반건설, 600억원대 과징금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3.06.1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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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지원으로 2세 회사 키운 뒤 호반건설에 합병해 승계
호반건설 계열사들이 벌떼입찰로 따낸 아파트 공공택지를 총수 2세가 소유한 회사에 몰아준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시사저널 포토
호반건설 계열사들이 벌떼입찰로 따낸 아파트 공공택지를 총수 2세가 소유한 회사에 몰아준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시사저널 포토

호반건설 계열사들이 ‘벌떼입찰’로 아파트 공공택지를 따낸 뒤 총수 아들이 소유한 회사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한 사실이 적발돼 600억원대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호반건설이 총수 2세 등 특수관계인 소유의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 등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기회를 제공한 부당 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608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주로 추첨 방식으로 공급되는 공공태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하고 비계열 협력사까지 동원하는 ‘벌떼입찰’을 벌였다. 이들 계열사들에 입찰 참가 신청금(평균 38억원·총 1조5753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이렇게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 매주사 지위를 김상열 호반장학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 사장 소유의 호반건설주택과 차남 소유의 호반산업 등 9개사에 양도했다.

호반건설은 택지 양도 이후에도 사업 전 과정에 걸쳐 김 회장의 장남과 차남 회사에 업무·인력·프로젝트펀드(PF) 대출 지급 보증(2조6393억원) 등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김 회장 자녀들의 회사는 23개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5조8575억원의 분양 매출과 1조3587억원의 분양 이익을 올렸다.

이런 부당지원은 경영권 승계로 이어졌다. 호반건설주택은 부당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사세를 확장했고 2018년 1대 5.89의 비율로 호반건설에 합병됐다. 이로써 김 사장은 호반건설 지분 54.7%를 확보하며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 지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민의 주거 안정 등 공익적 목적으로 설계된 공공택지 공급제도를 총수 일가의 편법적 부의 이전에 악용한 것”이라며 “편법적인 벌떼입찰로 확보한 공공택지의 계열사 간 전매는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결과를 떠나 고객·협력사·회사 구성원 등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국토교통부 요청에 따라 중흥·대방·우미·제일건설 등 건설사의 벌떼입찰 택지 전매를 통한 부당지원 혐의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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