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농협 직원들의 횡령, 이유는?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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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내부통제 시스템과 주무부처 관리·감독 강화해야
농협 임직원들의 횡령 등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협 임직원들의 횡령 등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협 직원들의 횡령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구로구 지역농협 지점에서 자동화기기(ATM) 관리 업무 담당 직원 A씨가 회삿돈을 횡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A씨는 지난 3월부터 3개월에 걸쳐 ATM 내 현금 총 1억2000만원을 빼돌려 주식 선물거래에 투자한 혐의를 받는다.

농협중앙회는 A씨로부터 횡령한 자금을 환수한 뒤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이와 함께 횡령이 발생한 지점이 시재 검사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고 자체 감사도 진행 중이다. 시재 검사는 실제 보유한 현금과 회계장부상 금액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농협 직원들의 횡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굵직한 횡령 사건들이 수차례 터져 나왔다. 파주 지역 농협에서 회계장부를 관리하는 직원 B씨가 5년간 물품구매 대금 76억원을 빼돌려 코인 투자 등에 탕진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경기 광주 지역의 농협에서는 자금출납 업무를 담당하던 C씨가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중앙농협 구의역지점 직원 D씨는 고객 명의로 4500만원을 몰래 대출받아 횡령한 혐의로 체포됐고, 경남 창녕 지역 농협 간부급 직원 E씨는 내부 전산시스템을 조작해 고객 돈 9800만원 상당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경남 진주 지역의 농협에서는 과장급 직원 F씨가 2년여에 걸쳐 농민 돈 5800여만 원을 빼돌린 정황도 드러났다.

이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3분기까지 농협 임직원의 횡령과 배임 사건은 245건, 피해액은 608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농협에서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7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농협중앙회도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임직원들에 의한 금융사고를 근절을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고, 윤리경영 사이버교육과 윤리경영 실천 월별 캠페인 등 자정 노력을 기울여왔다.

금융권에서는 횡령 등 직원들의 일탈 방지를 위해 회계부정과 이상 금융거래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내부통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최고경영자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농협의 자구노력뿐 아니라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관리·감독 구조가 복잡하고 농협 지역조합의 상황도 제각각이다 보니 횡령 등에 대응할 단일화된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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