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신세계 유니버스’, 세계관 확장에 성공할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4 10:05
  • 호수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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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쿠팡·네이버’ 양강의 유료 멤버십 전쟁에 참전
이용자 혜택과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과제는?

6월초 신세계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신세계 유니버스)’의 출범은 유통가의 뜨거운 이슈였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G마켓, SSG닷컴, 스타벅스를 한데 묶은, 그야말로 ‘통합’ 멤버십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름 그대로 신세계의 ‘세계’를 통합한 신세계 유니버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일관되게 강조해온 그룹의 ‘유기적인 생태계’이자,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모두 아우르는 신세계의 ‘최종병기’이기도 하다. 이제 유니버스가 열린 지 한 달. 신세계는 7월부터 대대적인 할인 행사와 함께 유니버스 회원들을 겨냥한 혜택을 제시하며 모객에 나설 예정이다. 과연 신세계 유니버스를 손에 쥔 신세계는 양강의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는 쿠팡, 네이버와의 멤버십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

ⓒ연합뉴스
6월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 그룹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6개 계열사 혜택 묶어…신세계의 ‘최종병기’

일주일에 한 번씩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저녁엔 이마트24에서 맥주를 마시고, 주말엔 SSG랜더스 야구장에 가는 것. 이것이 정 부회장이 설명하는 신세계 유니버스다. 신세계 유니버스의 차별점은 이미 입지를 굳힌 계열사를 횡으로 연결했다는 데 있다.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와 상품, 공간을 연결하고 그 안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모두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세계는 이 같은 정체성이 드러나는 멤버십의 이름을 만들기 위해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공모를 진행하기도 했다.

신세계 유니버스는 회비 3만원을 내고 가입하면 각 채널에서 이 금액에 상응하는 포인트나 혜택을 받고, 6개의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어느 채널에서 가입하든 6개 플랫폼에서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유니버스를 꾸리는 계열사들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이마트는 136개의 대형 점포를 운영하면서(올 1분기 기준) 오프라인 마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타벅스는 브랜드 평판이나 로열티, 매출 부문에서 독보적인 커피 프랜차이즈다. SSG닷컴과 G마켓, 옥션의 통합 멤버십이자 신세계 유니버스의 전신인 스마일클럽의 가입자 수는 이미 300만 명 이상이다.

신세계그룹은 계열사를 이용하는 하루 평균 고객을 합산할 경우 1000만 명 이상이 될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이마트 150만 명, 신세계백화점 60만 명, 스타벅스 100만 명, G마켓 600만 명 등이다. 이번 유니버스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앞으로 스타필드와 이마트24 등의 계열사를 더할 경우 확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그룹 외부 협력사와 손잡고 신세계 유니버스를 국내 최대 규모의 멤버십 연합체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조하는 이유

신세계 유니버스의 경쟁력은 오프라인 채널이다. 오프라인 공간은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면서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다. 신세계가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커머스를 아우르는 강력한 멤버십을 구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인영 SSG닷컴 대표는 “상품 가격, 구색, 편의, 신뢰 측면에서 그룹이 가진 모든 역량을 공유하며 이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미국에서도 아마존에 대응할 만한 곳은 오프라인 기반을 가진 곳”이라고 언급하면서 그룹 통합의 힘과 오프라인의 경쟁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온·오프라인 통합을 꿈꾸며 통합된 멤버십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미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쇼핑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쿠팡은 1100만 명이 넘는 유료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멤버십의 최강자다.

쿠팡은 쇼핑 분야에서 와우 멤버십을 시작해 OTT와 배달 영역까지 혜택을 넓히며 ‘통합 멤버십’ 트렌드를 열었다. 월 2900원에서 월 4990원으로 구독료가 인상됐지만, 로켓 와우 회원에 대한 강력한 혜택은 가입자 증가 추세를 이끌었다. 로켓 무료 배송, 30일 내 무료 반품 등의 혜택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이었다. 여기에 로켓 와우 회원이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팡플레이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늘렸고, 배달 앱인 쿠팡이츠에서도 최대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이용자를 ‘락인’시켰다.

쿠팡 멤버십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최근 오픈서베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의 와우 멤버십에 대한 만족도는 4.08점으로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4.05), 스마일클럽(3.8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오픈서베이 측은 “배송 관련 혜택, 편리한 결제, 멤버십에 가입해야 받을 수 있는 전용 혜택, 환불과 교환 혜택이 유용하다는 점이 핵심 이유로 뽑혔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이커머스 시장에서 소비자가 기대하는 가장 강력한 혜택들이 쿠팡의 와우 멤버십에 포진하고 있는 셈이다. 쿠팡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쇼핑몰 순위에서도 37.7%로 1위를 차지했다.

쿠팡은 올 1분기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하며 이마트의 매출을 넘어섰다. 이마트의 연결 기준 매출액이 쿠팡에 뒤처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쇼핑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진 배경도 있었지만, 쿠팡의 와우 멤버십을 통한 락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신세계가 통합 유료 멤버십을 통해 쿠팡과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더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방’은 없어…체감 혜택 확장이 관건

신세계 유니버스의 과제는 오픈서베이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스마일클럽의 적립과 할인 혜택은 장점으로 꼽혔지만, 혜택 규모는 크지 않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새로 론칭된 신세계 유니버스에는 10명 중 3명이 가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지만, 가입 의향이 없는 응답자들은 ‘연회비가 비싸서’ ‘실제로 받는 혜택이 적을 것 같아서’ ‘이미 가입한 다른 멤버십이 있어서’ 등의 응답을 내놨다.

실제로 신세계 유니버스를 체험한 고객들은 오프라인 혜택이 추가된 점이 신세계만의 장점이지만, 오히려 오프라인 플랫폼을 추가하면서 이커머스 고객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유료 멤버십인 스마일클럽보다 혜택이 줄었다고 해석한다. 기존의 스마일클럽과 비교하면 가입 당시 제공하는 포인트가 3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줄어들었고, 1만5000원 이상 구매하면 횟수와 관계없이 적용되던 무료배송 서비스는 특정 무료배송 상품을 포함해 구매할 경우 배송비가 붙지 않는 형태로 변경돼 논란이 됐다.

이 외에도 SSG닷컴에서 스마일클럽 회원들을 대상으로 월 2회 제공하던 무료배송 서비스가 사라진 점, G마켓 앱에서 배달 주문 시 요기요 쿠폰 적용 최소 금액이 2만원으로 상향 조정된 점, 스타벅스 사이즈 업 혜택이 축소된 점 등 기존 스마일클럽에 비해 혜택이 줄어든 부분들이 지적됐다.

사실상 쿠팡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무료배송이 이커머스 멤버십의 가장 기본적인 혜택이라 여기게 된 상황에서, 기존의 배송 관련 혜택을 축소한 것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G마켓은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배송 혜택을 다시 확대했다. 공지사항을 통해 7월3일부터 스마일배송 상품을 1만5000원 이상 구매하는 경우 횟수 제한 없이 무료배송을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알렸다. 배송에 대한 인식이 이커머스 고객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인 셈이다.

연회비 3만원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기 때문에 손해는 아니지만, 신세계 유니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미지근한 이유는 ‘킬러 콘텐츠’의 부재 때문이다. 기존 스마일클럽 회원이 신세계 유니버스 회원으로 전환할 경우 스마일 캐시 지급이나 영화권 할인 구매 혜택 등이 있기 때문에 일단 전환한 회원이 많지만, 장기적으로 멤버십 회원을 확보할 수 있는 ‘한 방’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쿠팡은 ‘배송’, 네이버는 ‘적립’이라는 강력한 유인이 있다. 무료 로켓 배송은 쿠팡을 해지하지 못하는 독보적인 이유가 됐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역시 콘텐츠나 클라우드 제공 혜택이 있지만, 이용자들이 가입하는 이유는 네이버 포인트 적립이다. 기존에 존재하던 계열사의 혜택을 하나로 연결한 것만으로는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세계가 세계관을 더 키우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계열사를 통해 최대의 혜택을 제공하고, 통신과 여행 등 신세계가 커버하지 못하는 분야에서는 동맹을 하며 생태계를 키운다. 이미 KT와는 지난해 12월 파트너십을 맺고 디지털 생태계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한항공과도 마일리지 적립 연계를 맺고 협업한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출범 한 달을 맞아 7월부터 진행하는 페스티벌에서는 신세계 유니버스 회원에게 이마트 이벤트 참여권을 주거나 통합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SSG랜더스 홈경기 할인 예매권을 한정 판매하는 등 충성 고객에 대한 혜택을 강조한다. 신세계가 말하는 신세계 유니버스가 ‘고객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지속 확대 개편하는 진화형 멤버십’이니만큼, 멤버십 회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느냐가 멤버십 대전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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