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이 쉽게 든다면?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1 12:05
  • 호수 1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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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결핍이거나 중대한 질환의 초기 징후일 수도

멍이란 외부 충격이나 물리적 힘에 의해 혈관이 손상돼 혈액이 주변 조직에 누출되고 부종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자반증이라고도 한다. 혈관이 파열되면 혈액이 피부 아래에 축적된다. 이에 따라 혈액 속 헤모글로빈은 빌리베르딘과 빌리루빈으로 분해된다. 그래서 멍 색깔이 변한다. 처음에는 데옥시 헤모글로빈으로 인해 청흑색을 띠다가 빌리베르딘으로 분해되면서 녹색으로 변하고, 마지막으로 빌리베르딘이 빌리루빈으로 대사됨에 따라 노란색을 띤다. 

누구나 멍이 들 수 있지만 특별히 멍이 쉽게 또는 자주 든다면 뭔가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피부 노화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피부는 혈관을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지방층 일부를 잃게 되고, 콜라겐 생성이 감소해 얇아지고 탄력이 떨어지면서 혈관이 파열되기 쉽다. 또 다른 요인은 성별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피하지방이 많고 콜라겐이 적은 경향이 있다. 갱년기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수치 감소는 이를 더욱 가속하기 때문에 여성은 남성보다 멍이 쉽게 든다. 

약물의 영향으로 멍이 쉽게 들기도 한다. 혈액을 묽게 하거나 응고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와파린·헤파린·아스피린 등)은 쉽게 멍이 들게 한다. 멍이 잘 드는 기저질환도 있다. 혈우병·폰빌레브란트병(유전성 혈액응고장애) 같은 특정한 병은 경미한 부상으로도 출혈이 생겨 쉽게 멍이 든다. 흔하지는 않지만 자반성 피부병이나 헤노흐-쇤라인 자반증 또는 면역 혈소판감소성 자반병(ITP) 같은 질환들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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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으로 자주 멍들면 치료받아야 

또 진행된 간질환이 있는 경우 혈액 응고에 필요한 단백질 생산에 문제가 생겨 멍이 들 수 있다. 영양 결핍도 원인이다. 비타민C는 혈관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콜라겐 합성에 중요하다. 비타민C가 결핍되면 혈관이 손상되기 쉽다. 마지막으로는 음주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간 기능에 영향을 미쳐 혈액 응고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에 따라 쉽게 멍이 들 수 있다. 

멍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혹은 자주 생기는 경우, 그리고 적신호라고 할 만한 증상들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빠른 시간 내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신호라고 할 만한 증상이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멍,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고통스러운 멍, 갑작스러운 잇몸 출혈이나 코피, 멍과 관련된 가족력이 두드러지는 경우, 최근 약물 변경 후에 생긴 멍, 열이 나거나 관절통이 함께 동반된 경우, 황달이 동반된 경우 등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반드시 병력, 약물 복용력, 신체활동 등에 대한 의학적 평가가 필요하다. 대부분은 관련된 혈액검사를 하게 되며 경우에 따라 피부 조직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멍을 막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우선 약물과 보충제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새로운 약제나 보충제 복용을 시작할 때는 증상을 충분히 관찰하고 주치의와 상담하는 편이 좋다. 두 번째로는 영양 섭취를 충분히 해야 한다. 식단에 건강한 혈관 유지와 혈액 응고에 필수적인 비타민C와 K가 풍부한지 확인이 필요하다. 오렌지·딸기·브로콜리·시금치 같은 채소를 식단에 포함하는 것이 좋다. 

신체활동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격렬한 신체활동을 하는 경우 부상과 타박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절한 장비나 도구를 활용하자. 피부 보호는 장기적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고 정기적으로 수분을 공급하고 피부를 약화시킬 수 있는 화학물질을 피해야 한다. 정기 검진 또한 필수 요소다. 쉽게 멍이 들 수 있는 질병 상태를 조기에 확인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쉽게 멍이 드는 것은 흔한 일일 수도 있지만 중대한 질환의 초기 징후일 수도 있다. 증상이 생기면 간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진과 상담해 합당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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