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재앙” 철도노조 총파업 돌입…발 묶인 시민들 ‘한숨’
  • 강윤서 인턴기자 (codanys@naver.com)
  • 승인 2023.09.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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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정식 열고 4년 만에 총파업…수서행 KTX 투입·4조2교대 등 요구
시민들 열차 취소·지연에 불편…“왜 하필 이때”, “필요하면 해야” 엇갈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9월14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3번출구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9월14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3번출구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14일 오전 9시를 기해 나흘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철도 민영화 저지’를 전면에 내세운 철도노조는 4년 만의 총파업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철도 운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곳곳에서 혼선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철도 민영화 저지하고 공공성 강화하라”

철도노조 서울지부는 14일 서울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철도노조 회원 5000여 명(경찰 추산 3500명)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이들은 ‘철도 민영화 중단, 고속철도 통합’ ‘철도 쪼개기 중단하고 수서행 KTX 운행하라’ ‘임협투쟁 승리하자’ 등 구호를 외쳤다.

2019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에 총파업에 나선 철도노조는 ▲수서행 KTX 투입, 공공철도 확대 ▲임금교섭에 대한 철도공사의 성실교섭과 합의이행 ▲4년째 시범운행만 진행한 4조2교대 전면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날 출정식에서는 철도 민영화 시도 저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철도노조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성명서에서 “시민 불편을 해소할 유일한 대안은 수서행 KTX”라며 “철도노조의 총파업은 열차의 안전과 시민 편익을 지키는 투쟁”이라고 밝혔다. 이어 “철도노조는 어떠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일어서 불합리한 철도 쪼개기를 저지하고 시민 불편을 해소할 유일한 대안, 수서행 KTX를 쟁취해 시민 품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지도부는 “지난 20년 동안 대한민국 철도는 노조의 투쟁으로 철도 공공성을 지켜왔다”며 “조합원들 노력이 아니었다면 무궁화호와 새마을호는 진작에 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철도 민영화가 현실화하면 노동자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1년 전 신당역에서 살해당한 역무원과 작업 도중 안전 사고로 목숨을 잃은 청년 사건 등이 모두 안전과 인력 보강에 대한 정부와 사측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에서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9월14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3번출구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9월14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3번출구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정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은 “작년 11월 오봉역에서 근무 중에 33세의 젊은 철도노동자가 안전인력 부족 문제로 생을 마감했다. 오늘은 신당역에서 혼자 야간 근무 하다가 피습을 당한 여직원 사망 사건의 1주기”라며 철도 노동자의 연이은 사망에 인력 감축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현 위원장은 그러면서 “공공기관 인력을 줄이고, 철도를 민영화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본다”고 성토했다.

비슷한 시각 부산역과 대전역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지역 본부별 총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노조는 오는 16일 전국의 조합원이 서울에 모여 투쟁 수위를 끌어 올릴 것을 예고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9월14일 오후 서울역 열차운행 안내 전광판에 운행 중지 안내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9월14일 오후 서울역 열차운행 안내 전광판에 운행 중지 안내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왜 하필 이 시기에” 조마조마한 시민들

철도노조 파업 첫날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일부 불편과 혼선은 불가피했다. 서울역에는 14일 오전부터 ‘승차권 변경·반환 창구’ 앞은 긴 줄로 북새통을 이뤘고 열차 운행 변경 문의를 하려는 역내 안내소로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강릉행 KTX를 이용할 예정이었던 최아무개씨는 승차권을 반환하고 나오며 “제 열차가 운행 중지돼 (티켓을 반환하고) 새로 발권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열차가 입석까지 다 매진된 상태라 2시간 뒤 출발하는 열차를 겨우 다시 예매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씨는 이날 강릉에 있는 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러 가던 길이라며 “이미 많이 늦었다”면서도 “불편함은 있는데 필요한 파업이라면 견뎌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포항행 승차권을 다른 날짜로 연기하기 위해 역창구를 찾았던 최병욱씨(60·남)는 “다른 날짜로 변경하고 싶어서 왔는데 표가 아예 없대서 결국 못했다”며 “(추석) 연휴를 앞둔 상황에서 (파업을) 하는 건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부산행 KTX 표를 발권한 김민아씨(24·여)는 “평소 오전 9시 반쯤 역에 직접 와서 예매해도 (표를) 구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전석 매진이라서 취소표로 겨우 예매했다”고 전했다. 이어 “9시 반 열차가 매진이어도 그 다음 가장 빠른 차는 좌석이 있었는데 오늘은 1시간 이상까지 기다려야 (표를) 구할 수 있었다”며 열차 운행 취소 및 지연으로 예매가 어려웠던 상황을 설명했다.

코레일은 철도노조 파업 여파로 수도권 전철과 KTX, 새마을호 등 여객열차와 화물열차의 운행이 20%부터 최대 60%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은 ‘코레일톡’ 모바일 앱 및 홈페이지와 역내 안내방송을 통해 파업 기간 열차 운행 상황을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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