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받을 때 검사 항목 추가할 필요 없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7 10:05
  • 호수 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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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으로 이득 없기 때문…의학한림원, ‘권고하지 않는 일반·암 검진 10가지’ 공개
검사 항목 결정과 검진 결과 상담을 위해 ‘동네 의사’ 활용해야

건강검진을 받을 때면 누구나 기본 검사 외에 어떤 검사를 추가할지 고민한다. 의사들이 조기 발견을 강조하므로 검사 항목이 많을수록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가 2022년 검진 경험자 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대부분 추가 검사 항목에 대한 기대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로 숨어있는 암을 발견할 것이라는 비율은 70%, 기회가 되면 종양표지자 검사를 받겠다는 비율도 91%로 집계됐다. 

이런 심리를 간파한 검진센터들은 다양한 검사 항목을 포함한 검진 패키지 상품을 내놓는다. 프리미엄 검진은 200만~400만원 선이고 숙박 검진은 700만~1100만원에 이른다. 추가 항목이 없는 기본 검진 비용도 검진센터에 따라 25만원에서 99만원까지 4배 차이가 난다. 국가건강검진과 국가암검진이 있지만 검진센터들은 일반 검진을 따로 받아야 한다고 권유한다. 그 방식도 안내문·모바일·전화·메일·유튜브·홈페이지·앱 등 다양하다. 일부 민간 검진센터는 ㅇㅇ협회 또는 ㅇㅇ연구소 같은 간판을 달아 마치 국공립 의료기관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이런 곳에서 특정 검사를 권유하면 일반인은 뿌리치기 쉽지 않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그렇다면 검사 항목이 많을수록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까. 의학계 석학 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하 의학한림원)은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놨다. 이득이 위해보다 크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고 오히려 위해가 큰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는 의료 서비스에 권고 등급(A·B·C·D·I)을 매긴다. 이 중 D등급은 효과가 없거나 이득보다 위해가 커서 권고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I등급은 근거가 불충분해 권고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검진의 추가 검사 항목 대부분이 D등급이나 I등급이다. 미국내과의사재단은 2012년 이런 권고 등급을 고려해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배제하자는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을 시작했다. 미국·캐나다·영국·일본 등이 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의료 선진국에서는 의사가 이와 같은 의학적 근거와 개인의 건강 상태 등을 종합한 건강위험요인평가(HRA)를 한다. 이를 일반인과 공유해 검사 여부와 검사 항목을 결정하는 ‘공유된 의사결정(SDM)’ 과정도 거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검진은 개인이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한다. 이재호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검진은 누구나 원할 때 받을 수 있는 ‘묻지마 검진’이다. 이 검진이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인지, 의료기관의 수익 창출 산업인지 모를 정도로 시장 논리에 맡겨져 있다. 민간 검진센터는 말할 것도 없고, 국공립병원의 검진센터까지 USPSTF의 D등급 검사 항목을 검진에 포함하고 있다. 이런 불필요한 검진이 지난 20년 동안 반복됐지만 정부는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고하지 않는 일반 검진 5가지는?

불필요한 검사를 피할 방법은 없을까. 의학한림원이 최근 발표한 ‘슬기로운 검진 권고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권고문은 USPSTF 등급과 ‘현명한 선택’ 지침을 적용해 ‘권고하지 않는 암 검진 5가지’와 ‘권고하지 않는 일반 검진 5가지’를 포함한다. 권고하지 않는 일반 검진 5가지는 △주치의와 상의하지 않은 연례적인 검진 △건강검진 목적의 비타민D 검사 △뇌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증상이 없는 노인의 치매 검사 △심혈관 위험도가 낮은 사람의 관상동맥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다. 

주치의와 상의하지 않은 연례적인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 배경에는 검진에 의사가 개입하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 그래야 과잉·중복 검사를 피하고 검사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잠재적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은 “우리나라에는 주치의 제도가 없지만 동네 의사를 활용하면 된다. 자신의 병력을 잘 아는 의사를 주치의로 삼아 검진 전에 그 의사와 검사 항목을 결정하고, 검진 결과도 그 의사에게 보여 의학적 판단을 구하면 된다. 여러 진료과 의사 중 특히 건강의학과 의사가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비타민D 검사도 필요 없다. 하루 10분 만이라도 햇볕을 쬐면 된다. 이따금 국민의 상당수가 비타민D 결핍이라는 뉴스를 접한다. 미국의 비타민D 적정 혈중농도(20ng/mL)를 기준으로 삼으면, 우리 국민의 70~80%는 비타민D 결핍이다. 또 남아시아인의 68%, 유럽인의 40%에서도 비타민D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쯤 되면 비타민D 결핍 팬데믹이다. 조안 맨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2016년 세계적인 의학지(NEJM)에 ‘비타민D 결핍은 과연 팬데믹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적정 혈중농도보다 낮다고 비타민D 결핍이라고 볼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국가정의사학회는 “일상적인 비타민D 보충은 암, 심혈관 질환, 골절을 줄이지 못한다. 과도한 비타민D 섭취는 오히려 신장결석, 연부조직 석회화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 무증상 성인에게 비타민D 검사는 불필요하고 비타민D 보충제를 먹을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뇌 MRI도 권고하지 않는 검사다. 건강한 사람이 뇌종양이나 뇌 질환을 찾으려고 이 검사를 받지만 그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 뇌 MRI 검사를 받아도 생명 연장에 이익이 된다는 근거도 없다. 미국암학회는 뇌 또는 척수 종양에 대한 선별검사로 권장할 검사는 없다고 했고, 미국심장협회도 무증상 성인에게 뇌동맥류를 찾기 위한 뇌 MRI 검사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증상이 없는 노인의 치매 검사도 의미가 없다. 한국 치매임상진료지침(2011년)에 치매 선별검사의 필요성은 언급돼 있지 않다. 치매 검사의 이득을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영국도 효과적인 치매 치료제가 없으므로 치매 선별검사를 권장하지 않는다. 국내 의료계도 검진센터의 치매 검사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장관상동맥 질환은 흔한 사망 원인이다. 고위험군에 관상동맥 CT는 매우 유용한 검사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못 된다. 관상동맥 CT 검사를 받은 건강한 중년 1000명 중 22%에서 관상동맥 질환을 발견한 2008년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오랜 기간 급성 관상동맥 질환이 발생하지 않았고, 당장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15명뿐이었다. 결론은 건강한 사람에게 관상동맥 CT 검사는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무증상 일반인에게 관상동맥 CT 검사는 적절하지 않다고 권고했다. 

권고하지 않는 암 검진 5가지는?

권고하지 않는 암 검진 5가지는 △갑상선 초음파 검사 △일반인의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LDCT) △무증상 일반인의 췌장암 검사 △암 건강검진 목적의 PET-CT(양전자단층촬영) 검사 △기대 여명이 10년 미만인 고령자의 암 검사다.

1999년과 2008년 사이에 국내 갑상선암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증했다. 특별한 원인 때문이 아니라 초음파 검사를 많이 시행한 결과였다. 암을 많이 발견하면 사망률이 하락해야 하지만 국립암센터 연구에서 그렇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윤정 국립암센터국립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는 “건강한 사람에게 갑상선암 검사는 이득이 없다. 미국과 영국은 오래전부터 일반 성인에게 갑상선암 검사를 권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LDCT 검사는 30년 동안 흡연한 사람(폐암 고위험군)에게 유용하며 폐암이 의심되면 조직 검사를 한다. 그런데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받은 사람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2011년 세계적인 의학지(NEJM)에 보고됐다. 조직검사로 폐암이 확진된 비율은 57.5%였다. 나머지 42.5%는 폐암이 아니었고, 이들 중 11.8%는 출혈 등 합병증을 얻었으며 1.5%는 6개월 이내에 사망했다. 방사선 노출도 문제다. 2012년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LDCT 검사를 받은 사람은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암 사망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LDCT의 방사선 노출량은 2mSv(밀리시버트)인데, 이는 1년 동안 자연에서 받는 방사선 노출량(2.4mSv)에 육박하는 수치다. 

무증상인 사람은 췌장암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종양표지자(CA19-9)·복부초음파·CT 등 췌장암 검사는 비용 대비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또 잠재적 위험이 이득을 웃돈다. CT 검사를 한 사람의 10%에서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의사협회와 USPSTF는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췌장암 검사를 추천하지 않는다. 국내 췌장암 진료 지침에도 췌장암 검사는 건강한 성인의 검진 목적으로는 부적합하다고 돼있다.

PET-CT는 암 환자의 전신을 스캔해 전이 여부를 보는 검사다. 그렇지만 건강한 사람이 PET-CT로 암을 발견한 확률은 기대만큼 높지 않다. 미국핵의학회는 그 확률을 1% 미만으로 본다. 또 PET-CT가 생존율을 높인다는 근거도 없으며 오히려 방사선 피폭으로 암이 발생할 위험을 키운다. 1년간 자연에서 받는 방사선 피폭량은 2mSv인데 PET-CT 검사로 받는 방사선 피폭량은 7.4mSv다. 

기대 여명이 10년 미만인 고령자의 암 검사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이 국제 의학계의 판단이다. 미국암협회는 기대 여명이 10년 미만인 사람에게 유방암 검사와 전립선암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대장내시경검사도 70세 이상에서는 사망률 하락 이득이 낮아지고 오히려 감염·천공·출혈 위험이 커진다. 기대 여명은 개인마다 다르므로 의사가 고령자의 활동량·노쇠 정도를 파악해 암 검사가 필요한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가정의학과 비만클리닉에서 비만 진단검사를 받는 모습 ⓒ시사저널 우태윤

검진 결과는 동네 의사와 검토해야

검진의 또 다른 문제는 사후 관리가 없다는 점이다. 검진센터가 우편으로 발송한 검진 결과서를 개인이 보고 판단할 뿐이다. 검진 결과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으면 안심한다. ‘과체중’ 또는 ‘지방간’이라는 소견이 있어도 ‘다른 사람도 다 그렇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간혹 종양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무조건 큰 병원을 찾아간다.

자신의 유일한 건강 성적표인 검진 결과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은 ‘동네 의사’를 주치의로 삼는 것이다. 평소 건강 상태를 점검해온 동네 의사에게 검진 전에 검사 항목을 문의하면 불필요한 검사를 피할 수 있다. 또 검진 결과를 보여주고 자신에게 필요한 추가 검사나 개선할 생활습관에 대한 권고를 들을 수 있다. 명승권 대학원장은 “검진을 20년 동안 시행한 경험상, 일반 검진은 1년마다 혈압·혈당·고지혈증·비만 등 4가지 검사만 받으면 된다. 또 2년마다 국가암검진에서 시행하는 6대 암 검사만 받아도 충분하다. 평상시에는 동네 의사와 흡연·음주·운동·식습관에 대해 상의하고, 검진 전후에는 그 의사와 상담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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