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론 작동 않고 수도권과 따로 움직이는 충청 민심 [최병천의 인사이트]
  •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5 11:05
  • 호수 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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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역대 선거 결과로 분석하는 충청 표심의 5가지 특징
보수의 강력한 실책 없는 한 與가 ‘살짝’ 더 유리

내년 4월에 총선이 있다. 누가 이길까?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미래는 현재 시점의 ‘실천’에 의해 ‘열려’ 있다. 다만 우리는 ‘미래 근처’까지는 갈 수 있다. 어떻게? 과거의 패턴을 잘 정리하는 작업을 통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총선 판세를 볼 때 ‘전국 여론조사’를 중심으로 본다. 예컨대 9월 2주 차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33%, 민주당 32%였다. 1%포인트 차 초박빙 상황이다. 대부분 이런 경우 총선 판세를 초접전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많은 여론조사 전문가와 정치 평론가들도 이런 실수를 한다. 이런 접근은 근본적으로 틀렸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2020년 4월15일 대전시 서구 KT인재개발원에 마련된 서구 개표소에서 개표 종사자들이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윙 스테이트’는 충청권·부울경·수도권

국회의원 숫자는 300명이다. 253명은 지역구, 47명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로 뽑는다. 지역구 253명(84.3%)은 ‘지역’에서 뽑는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전국 여론이 국민의힘 40%, 민주당 30%로 나오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 경우 호남에서 국민의힘 당선자는 몇 명이나 나올까? 대체로 한 명도 안 나온다. 어쩌다 1~2명 나오면 그게 뉴스감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40%, 국민의힘 30%의 여론조사가 나올 경우, 대구·경북(TK)에서 민주당 당선자는 몇 명이나 나올까? 역시 동일하다. 한 명도 안 나오거나 어쩌다 1~2명 나오면 뉴스감이다. 

미국 대선에서 ‘지역’은 특정한 정치색을 갖는다.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고, 텍사스는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한국도 같다. 호남과 제주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고, TK와 강원도는 국민의힘 강세 지역이다.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들이다. 좀 더 현실적인 총선 독해법은 ‘텃밭’과 ‘스윙’ 지역을 구분해서 보는 것이다. 

권역별 의석을 살펴보면 호남은 28석, 제주는 3석이다. 합계 31석이다. 이 지역은 민주당 초강세 지역이다. 이 지역의 경우 민주당 31석이 유력하다. TK는 25석, 강원은 8석이다. 합계 33석이다. 이 지역은 여권 초강세 지역이다. 다만 강원에서 민주당이 1석을 얻는다고 가정하자.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니까. 그렇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호남·제주·TK·강원에서 각각 32석씩 똑같이 나눠 갖게 된다. 그럼, 남는 덩어리는 딱 세 개다. 충청권 28석, 부울경(부산·울산·경남) 40석, 수도권 121석이다. 바로 이 지역들이 한국의 ‘스윙 스테이트’에 해당하는 곳들이다. 결국 내년 총선 판세는 충청권, 부울경, 수도권에 의해 결정된다.

2000년 총선 이후 최근까지 6번의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이를 충청권 중심으로 정리한 게 《표1》이다. 5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충청권은 제3당이 강한 지역이다. 2000년, 2004년 총선은 김종필의 자민련이 있었다. 2008년, 2012년 총선은 이회창과 심대평의 자유선진당이 있었다. 이회창의 고향은 예산이다. 심대평은 충남지사 출신이다. 6회 총선 중 최다 의석 배출을 기준으로 제3당이 두 번(2000년, 2008년), 민주당이 두 번(2004년, 2020년), 국민의힘이 두 번 승리했다(2012년, 2016년). 흥미로운 포인트는 2016년 총선부터 ‘충청 기반 제3당’의 명맥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둘째, 충청권에서는 정권에 대한 ‘중간 심판론’이 작동하지 않았다. 보통 정권심판론은 ‘제1야당 지지’를 통해 실현된다. 6회 총선 중 정권 심판을 위해 제1야당을 밀어준 적은 한 번도 없다. 심지어 2004년, 2012년, 2016년, 2020년 총선에선 집권여당이 승리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정권 심판 선거’ 주장은 팩트와 관계없는 느낌적 느낌에 불과하다. 

대전은 팽팽, 충남과 충북은 국민의힘 약간 우세

셋째, 같은 중원으로 볼 수 있는 ‘수도권’과 별개로 작동하는 지역이다. 수도권의 경우 민주당은 2008년을 제외하고 5승 1패를 했다. 그러나 충청권은 수도권과 다른 문법으로 움직였다. 민주당은 2000년, 2012년, 2016년 총선 때 수도권 지역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충청권에서는 패배했다. 

넷째, 민주당이 충청권에서 두 번 승리했을 때는 모두 보수의 강력한 실책에 의한 반사이익을 누렸다. 2004년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과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작용했다. 2020년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의 분열과 K방역에 대한 강력한 지지가 있었다. 이 말은 거꾸로 대통령 탄핵에 버금가는 ‘초강력 바람’이 불지 않으면, 민주당의 충청권 승리는 만만치 않음을 암시한다. 

다섯째, 보수의 강력한 실책이 없는 경우를 가정하면 대전은 절반씩, 충남과 충북은 국민의힘 계열이 살짝 우세했다. 2012년과 2016년 총선이 대표적이다. 대전의 경우 2012년에는 국민의힘(3석)과 민주당(3석)이 양분했다. 2016년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3석과 4석을 나눠 가졌다. 충남의 경우 2012년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4석과 3석을 차지했다. 2016년에는 각각 6석과 5석을 차지했다. 충북의 경우 2012년은 국민의힘 5석, 민주당 3석, 2016년도 국민의힘 5석, 민주당 3석으로 배분됐다. 충남과 충북의 경우 국민의힘이 약간 우세했다. 

《표2》는 지난해 3·9 대선의 득표율이다. 전국적으로 윤석열 후보는 0.7%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그러나 충청권의 표 차는 더 컸다. 대전에선 3.2%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충남은 6.1%포인트, 충북은 5.6%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세종의 경우 이재명 후보가 7.8%포인트 격차로 승리했다. 대전·충남·충북의 총선 의석수는 26석이다. 세종은 2석이다. 

2020년 총선 때 당시 충청권의 결과는 민주당이 20석, 국민의힘이 8석이었다. 2000년 이후 6차례의 총선과 지난해 대선 결과를 고려하면, 결론적으로 충청권의 판세는 국민의힘이 ‘살짝’ 유리한 형국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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