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 안 보겠다던 尹, 어느새 ‘지지율 절벽’ 앞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0.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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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지지율 30%, 6개월 만에 최저…서울서는 25%
與내부서도 불안 팽배…“돌아버리겠다” “당 들고 일어나야”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6명이 이 같은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답한 지지층은 3명에 그쳤다. 집권 2년차, 윤석열 대통령이 받아든 성적표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대통령의 인기가 차게 식으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감돈다. 비윤석열계의 신당 창당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친윤석열계 일각에서도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쓴소리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알라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과의 한·에스토니아 정상회담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알라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과의 한·에스토니아 정상회담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서 패배’ 후폭풍…텃밭마저 ‘뚝’ 떨어진 尹지지율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여파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6개월 만에 다시 30%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0일 발표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0%로 직전(10월10~12일) 조사보다 3%포인트(p) 하락했다. 부정평가는 같은 기간 58%에서 61%로 상승해 긍정평가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대통령 지지율이 30%로 떨어진 건 지난 4월 이후 6개월 만이다. 4월 둘째 주 긍정 응답은 27%로 올해 최저치를 찍었으며, 같은 달 셋째 주엔 31%, 넷째 주엔 30%를 기록했다. 당시는 일제 강제동원 배상(3월)과 미국의 동맹국 도감청 건(4월) 등 외교 관련 문제로 잇단 논란이 벌어지던 때였다.

눈에 띄는 점은 지역별 지지율 하락세였다. 서울과 보수 텃밭인 영남권에서까지 윤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지난주 지지율 33%에서 이번 주 25%로 한 주 사이 8%p 급락했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의 지지율은 58%에서 45%로 더 급격하게(13%p) 떨어졌다. 부산도 37%에서 34%로 하락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자들은 응답 이유로 ‘경제/민생/물가’(1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지난달 말 추석 이후 경제 관련 지적은 2주 연속해서 부정 평가 이유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독단적/일방적’(10%), ‘소통 미흡’(9%), ‘전반적으로 잘못한다’, ‘통합·협치 부족’(이상 6%) 등 순이었다.

ⓒ한국갤럽
ⓒ한국갤럽

총선 패배 우려에 친윤계도 ‘불안 불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후 계속 내리막을 타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47.85%)을 고려하면 하락세는 가파르다. 전문가들은 ‘예고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집권에 성공한 윤 대통령이 최근 들어 ‘보수적 이념’만 연일 강조하자, 중도층이 등을 돌렸다는 해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지금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더라면 강서구청장 보선의 결과는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보다 훨씬 더 높은 데다 각종 이념 전쟁으로 유권자의 분노를 유발한 것은 결정적 패착이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뜬금없이 등장한 ‘역사 이념 전쟁’은 치명적이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이전 논란으로 정치권이 쑥대밭이 되는 상황은 중도층, 무당층, MZ세대 유권자들이 분노하기에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여당도 동요하는 모습이다. 특히 정부를 옹호하던 친윤계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감돈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여권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전광판을 보지 않겠다’고 했다. 여론조사에 따라 정부 운영기조가 흔들려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문제는 그 전광판에 계속 빨간불이 뜨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 분명 생긴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윤계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돌아버리겠다”(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당에서 들고 일어나야 한다”(유승민 전 의원), “당정 쇄신이 시급하다”(홍준표 대구시장) 등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비윤계가 12월경 이른바 ‘반윤(反尹) 보수 신당’을 창당할 것이란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정치권의 경고에 윤 대통령의 메시지도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진짜 민심’을 듣겠다며 몸을 낮췄다. 윤 대통령은 18일 참모들에게 “국민은 늘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하지 말고 분골쇄신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19일 “용산의 비서실장부터 수석, 비서관 그리고 행정관까지 모든 참모도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국민의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 살아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한국갤럽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고, 응답률은 14.2%(총 통화 7035명 중 1000명 응답 완료)였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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