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341만 개 일자리, AI로 대체…의사·한의사 가장 위험”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11.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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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경호원·대학교수, 대체 가능성 가장 낮아
“직업 훈련 변화 필요…의사소통 능력 강조될 것”
면접을 기다리는 취업 준비생들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고소득 전문직을 포함한 약 341만 개의 일자리가 미래에 인공지능(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16일 한은이 발표한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근거로 볼 때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돼 있어 대체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AI 노출 지수는 AI 특허와 직업별 주된 업무를 조사, 현재 AI 기술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해당 직업의 업무에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나타낸 수치다.

AI 노출 지수가 높은 직업을 보면 일반 의사와 한의사가 상위 1% 이내로 최상위권에 들었다. 전문 의사(7%), 회계사(19%), 자산운용가(19%), 변호사(21%) 등도 상위권이었다.

이 외에도 화학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철도 및 전동차 기관사, 상하수도 처리 장치 조작원, 재활용 처리 장치 조작원, 금속 재료공학 기술자 등이 미래에 AI로 대체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I 노출 지수가 낮은 직업으로는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대학교수 및 강사, 상품 대여 종사자, 종교 관련 종사자, 식음료 서비스 종사자, 운송 서비스 종사자 등이 제시됐다. 구체적으로 기자(86%), 서비스 종사원(87%), 성직자(98%) 등이 상위권에 꼽혔으며, 대학교수(99%), 가수나 경호원(하위 1% 이내) 등은 최상위권에 들었다.

한은은 최근 AI 관련 특허 중 의학산업 분야가 많아져 단순 진단 등의 일부 의사 업무는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기자의 경우 AI가 주어진 정보로 기사 작성은 할 수 있겠지만 대면 취재 업무를 대체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AI 대체 지수가 낮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I 노출 지수 상위 20%에 달해 대체 가능성이 큰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12%에 해당하는 약 341만 개로 추산됐다. 상위 25%로 확대하면 약 398만 개로 늘어난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이는 대면 서비스업에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이 종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AI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임금 불평등을 비롯해 소비자 보호 악화, 이윤 독점 강화, 민주주의 기능 약화 등의 사회적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AI 발전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규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장은 “AI로 인한 생산성 증가는 전반적인 노동수요 증가 및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대체효과는 특정 그룹에 집중되는 만큼 교육 및 직업 훈련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기술에 대한 꾸준한 수요와 더불어 팀워크·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 앞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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