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치매환자 치료비 지원은 빈말이었나…‘전국 최초’ 자랑 무색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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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전 도민 치매 치료비 지원 무산…예산 확보없이 발표 했나
머쓱한 전남도 “예산 부족 탓” vs 발끈한 전남도의회 “도가 책임져라”

전남도의 60세 이상 모든 치매 치료 환자들에 대한 치료비 지원 계획이 졸속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내년부터 소득과 관계없이 고령 치매 치료 환자들에게 일정액의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한 계획이 무산되면서다. 전남도는 내년도 최종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남도가 예산 확보도 없이 장밋빛 계획부터 서둘러 발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국 최초라고 자랑해 온 홍보 또한 무색해졌고, 도의회로부터는 ‘책임지라’는 호된 질책을 당했다. 

전남도의 60세 이상 모든 치매 치료 환자들에 대한 치료비 지원 계획이 졸속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내년부터 소득과 관계없이 고령 치매 치료 환자들에게 일정액의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한 계획이 무산되면서다. 전남도는 내년도 최종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전남도청 전경 ⓒ전남도
전남도의 60세 이상 모든 치매 치료 환자들에 대한 치료비 지원 계획이 졸속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내년부터 소득과 관계없이 고령 치매 치료 환자들에게 일정액의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한 계획이 무산되면서다. 전남도는 내년도 최종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전남도청 전경 ⓒ전남도

충분한 부서 협의 없이 사업 덜컥 발표…내년 예산 ‘0원’ 

전남도는 지난 4월 내년부터 60세 이상 도내 모든 치매 치료 환자들에게 일정액의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하는 내용의 ‘전남형 치매 돌봄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도는 치매 종합대책에서 오는 2025년까지 3년간 총 976억원을 들여 치매예방·치료·돌봄·교육 연구 등 4개 분야 12개 사업을 집중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국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치매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은 전남도가 처음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남도는 주민 4명 중 1명이 노인으로 전국에서 노인 비율이 가장 높다. 65세 이상 노인은 45만7000명으로 전체 주민(181만7000명) 중 25.2%에 달한다. 치매 환자 비율도 전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지난해 전남지역 치매 노인은 5만500명으로, 전체 노인의 12.19%나 된다. 전국 평균 노인 치매 환자 비율(10.38%)보다 1.81%포인트나 높다. 환자가 크게 늘면서 치매 치료비는 연간 1조원을 넘어섰다. 2018년 9640억원이었던 전남 도내 치매 환자 치료비는 2020년 1조4000억원까지 증가했다. 

 

3년간 ‘976억원’ 사업 밀어붙이기…재정 감당할 수 있나 

현재 치매치료비는 정부 정책에 따라 중위소득 120% 이하까지만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전남도는 도민 부담 완화를 위해 내년부터 치료비 지원 대상을 60세 이상 전체 도민으로 확대했다 또 병원 약제비 영수증을 보건소에 제출하면 1인당 월 3만원 한도에서 최대 연간 36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해 총 소요예산은 20억원으로 추산됐다. 치매 조기 검진도 대폭 확대된다.

전남도는 발표 당시 60세 이상 주민에게 소득과 관계없이 치매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은 전국 광역지자체 중 처음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적극적 홍보와 달리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단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전남도는 “예산담당관실에 관련 예산 반영을 요청했으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년도 최종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예산 부서와 충분한 논의 없이 덜컥 발표하면서 전남도 내부에 혼란이 빚어진 셈이다.

전남도의회 전경 ⓒ시사저널
전남도의회 전경 ⓒ시사저널

‘호된 질책’ 오미화 도의원 “지난 4월 발표 어겨…전남도가 책임져야”

전남도의회는 발끈했다. 오미화 도의원은 “전남도가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60세 이상 치매 치료 환자 모두에게 치료비를 주겠다고 해놓고 내년도 예산에는 흔적도 없다”며 “도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전남도는 진화에 나섰다. 도 관계자는 “추경에라도 관련 예산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민들은 뿔났다. 해남에 사는 김 아무개(71)씨는 “이제 와서 예산이 문제가 될지는 몰랐다. 다른 곳도 아닌 전남도가 어떻게 예산부서와 사전 협의도 없이 다 해줄 것처럼 종합대책을 내놓았는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전남의 한 대학교수는 “민선 8기 전남도가 준비된 행정의 면모를 보이려면 종합 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재정 건전성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어야 했다”면서 “추경 운운은 엎질러진 물이다. 이 정도 발표가 됐는데 예산을 이유로 집행 시기를 미뤄 도 행정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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