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간·육회·민물고기 함부로 먹으면 큰 탈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4 12:05
  • 호수 178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생충 감염으로 장기 손상…백혈구 일종인 ‘호산구’ 증가

연말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데 혈액검사 결과에서 ‘호산구 증가증’이라는 소견을 확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호산구 증가증이라는 소견과 함께 의료진을 찾아 진료를 받아보라는 안내글이 적혀 있으면 불현듯 걱정이 들기 마련이다. 호산구(eosinophil)는 백혈구의 한 종류로 골수에서 만들어져 분화와 성숙 과정을 거쳐 혈액으로 유입되고 나중에 조직 대부분에 유입된다. 

일반적으로 호산구가 만들어지는 양이나 우리 몸에서의 분포는 엄격하게 조절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알레르기나 천식 질환, 기생충 감염 등과 연관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특정한 약물에 대해 반응하거나, 악성 종양 또는 결합 조직 질환 등이 생기면 이와 관련되어 혈중 호산구 수치가 증가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혈액 내 호산구의 정상 범위는 백혈구의 1~3%에 해당하고, 건강한 몸 상태에서는 일반적으로 1μl(마이크로리터)당 400개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말초혈액 1μl당 호산구가 500개 이상이면 호산구 증가증이라고 한다. 호산구 수에 따라 500~1500개 사이를 경증, 1500~5000개 사이를 중등증, 5000개 이상이면 중증으로 분류한다. 이처럼 우리 몸에서 호산구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 조직이나 장기가 손상되는데, 이는 호산구 과립에서 분비되는 여러 가지 물질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연합뉴스

호산구 증가증은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눌 수 있다. 선천성 호산구 증가증은 매우 드물다. 태어난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중등증 이상의 호산구 증가 소견을 보이지만 환자 대다수는 증상이 없고 조직 손상도 없어 경과가 양호하다. 

후천성 호산구 증가증은 이차성·클론성·특발성 호산구 증가증으로 분류된다. 이차성 호산구 증가증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원인은 기생충 감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알레르기 질환과 약물 반응으로 인한 호산구 증가증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호산구 증가증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과거나 현재에 복용 중인 생약이나 건강기능식품, 천연물을 포함한 약물에 대한 종합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약물 복용 후 이상 반응으로 인한 호산구 증가는 혈액과 조직과 장기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고, 또 다양한 임상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클론성 호산구 증가증은 백혈병 및 만성 골수성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고, 특발성 호산구 증가증은 원인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로 6개월 이상 지속되는 1500개 이상의 말초혈액 호산구 증가증이 있으면서 주요 장기의 침범과 동반되는 경우다.


심각한 심혈관계 합병증 등 유발할 수도

호산구 증가증이 확인된 사람은 그 원인과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진료를 받는 것이 필수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다양한 범위의 원인 질환이 호산구 증가증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 경과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는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생충 감염이 많고, 야생동물이나 가축의 간·육회 그리고 민물생선을 생식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에 관한 확인이 필수적이다.

호산구 증가증을 방치할 경우 장기에 침범해 심각한 심혈관계 합병증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첫 진료에서 원인 질환에 대한 평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서 평가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인 검사에서도 특별한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는 3~6개월 간격을 두고 추적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호산구 수를 포함한 말초혈액 검사와 신체검사를 포함한 지속적인 외래진료를 통해 이전과 다른 전신 상태의 변화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