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 이 여행] 시장으로 온 청년들, 서울 경동시장 청년몰
  • 글 옥송이·사진 신규철 (ocksong@seoulmedia.co.kr)
  • 승인 2023.12.06 1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장이 젊어졌다. 전통시장에서 청년이 색다른 도전을 펼치도록 돕는 ‘청년몰’ 사업 덕분이다. 청년 상인들을 따라 시장 나들이에 나선다.

청년몰은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고자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 공인진흥공단이 펼치는 사업이다. 청년몰 사업은 청년 상인의 창업을 위한 경영 교육부터 제품 개발과 점포 운영 등 사업 전반을 돕는다. 서울은 경동시장 청년몰인 ‘서울훼미리’가 있다. ⓒKTX매거진 신규철
청년몰은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고자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 공인진흥공단이 펼치는 사업이다. 청년몰 사업은 청년 상인의 창업을 위한 경영 교육부터 제품 개발과 점포 운영 등 사업 전반을 돕는다. 서울은 경동시장 청년몰인 ‘서울훼미리’가 있다. ⓒKTX매거진 신규철

청년몰 찾아 시장으로 가요

여행지의 속살을 만끽하러 시장에 간다. 싱싱한 식재료와 지역 특산품이 즐비한 데다, 사람이 모이니 활기가 넘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이 펼치는 청년몰 사업은 청년 상인들의 도전을 뒷받침한다. 만 39세 이하 청년을 선발해 창업 및 역량 교육, 창업 지원, 제품 개발 및 판매 촉진 등 사업 시작부터 사후관리까지 실질적 도움을 준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은 해당 지원 사업을 통해 경영 지식을 배운 뒤 전문가의 현장 컨설팅을 받으며 점포를 연다. 전통시장에서 청년들이 개성 있는 가게를 꾸리자 시장이 한층 매력적인 여행지로 거듭나 색다른 즐거움을 찾는 여행자의 방문이 늘어난다. 의미 있는 선순환이다.

 

경동시장 청년몰, 우리는 ‘서울훼미리’

달콤쌉싸름한 한약재 향기가 감도는 매력적인 시장. 1960년에 생겨 올해로 50세가 넘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은 한약재 전문 시장일 뿐 아니라 대형 시장답게 각종 물품이 넘친다. 북새통을 이루는 시장의 정다운 분위기 속 사람과 물건 구경도 재미나지만, 이번 여정의 목적지는 건어물과 의류가 밀집한 경동시장 신관 하고도 3층이다. 화훼 전문 상가였던 이곳이 지난 2019년 청년몰로 변모했다. 현재는 청년 상인의 식당과 디저트 가게, 공방이 들어서 전통과 트렌드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서울훼미리’라는 이름을 가진 경동시장 청년몰에서 색다른 음식으로 든든히 배를 불린 뒤 디저트로 입가심하고 청년 상인들과 이야기 나누며 행복한 시장 나들이를 즐겼다.

경동시장 청년몰은 신관 3층에 자리하며, 디저트 가게, 식당, 공방 등의 가게가 들어섰다. ⓒKTX매거진 신규철
경동시장 청년몰은 신관 3층에 자리하며, 디저트 가게, 식당, 공방 등의 가게가 들어섰다. ⓒKTX매거진 신규철

청산제과_청산처럼 풍요로운 자연을 디저트로 표현하고 싶어 ‘청산제과’라는 상호를 지었다. “화과자를 오래 만들었는데, 색소 쓰는 게 점점 꺼려졌어요.” 15년간 제과업에 종사하며 언젠가 건강한 디저트 가게를 선보이리라 다짐한 이지은 대표가 말했다. 청산제과를 상징하는 메뉴는 팥빵인 달빵. 촉촉하고 폭신폭신한 빵 사이에 팥소가 듬뿍 들었다. 팥소는 질 좋은 고창 팥을 삶아 직접 만들고, 고소한 맛과 식감을 고려해 구운 호두를 넣는다. 달걀 또한 무항생제만 사용해 건강하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재료를 쓸수록 맛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걸 깨달은 결과다. 청년몰 입점 5년 차에 접어든 이 대표는 이제야 장사가 재밌어졌다. “장사 얼마나 오래 하겠느냐 하시던 주변 상인들이 제법 장사꾼 같다고 인정해 주실 때 가장 보람차요. 최근에는 청년 상인 도약 지원 사업으로 청산제과를 브랜드화하고 있고, 더 많은 메뉴도 구상 중이에요.”

메뉴 달빵 오리지날 2300원 달빵 앙버터 2300원 물고기빵 2500원

문의 0507-1369-0675

 

청년한식_뚝배기 가득 담긴 김치찜이 바글바글 끓는다. 수북한 김치 위에 얹은 고소한 차돌박이와 매콤한 김치를 함께 먹으니 찰떡궁합이다. “대량으로 푹 끓여 둔 김치찜을 바로바로 소분해 상에 내는데, 우삼겹을 따로 구워 불 향을 입혀요. 육즙이 더해져 국물이 더욱 진해지죠.” 김훈 대표가 메뉴를 설명한다. 전통시장 특유의 사람 냄새 나는 분위기를 좋아해 막연히 시장에서 사업하길 꿈꾸던 김 대표는 청년몰 내 핵심 점포를 조성하는 취지의 핵점포 사업에 지원해 면접과 요리 테스트 등 심사를 거쳐 2021년 12월에 경동시장 청년몰에 입점했다. 전문가의 컨설팅에 따라 시작한 김치찜 가게지만, 영업 3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차별화한 음식을 고민하는 진지한 상인으로 거듭났다. “김치찜과 더불어 특색 있는 한식을 선보이고 싶어요. 삶은 돼지고기와 아삭한 숙주가 어우러진 고기 국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 한 그릇에 추위도 녹을 것 같다.

메뉴 우삼겹 김치찜 8000원 돼지고기 김치찜 8000원 스팸 김치찜 8000원

문의 02-594-4634

다양한 이력을 가진 청년 상인들이 청년몰에 입점했다. ⓒKTX매거진 신규철
다양한 이력을 가진 청년 상인들이 청년몰에 입점했다. ⓒKTX매거진 신규철

파도식탁_숙성한 연어와 각종 채소가 밥 위에 올랐다. 고명 사이에 숨어 있는 색다른 양념은 윤지훈 대표가 개발한 된장 소스다. “2023년 전국 청년 상인 요리대회에 출전했어요. 주제가 전통시장 특산품이었죠. 고민을 거듭하다가 시장 상인들이 바쁜 시간 짬을 내 된장찌개 한 그릇 놓고 식사하시는 모습에서 착안해 된장 소스를 개발했습니다.” 대회를 목표로 개발한 ‘미소 연어 덮밥은’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파도식탁’의 시그너처 메뉴가 됐다. 요리를 전공하고 호텔을 거쳐 주나이지리아 한국 대사관 총괄 셰프로 근무한 윤 대표는 앞서 청년몰에서 공방을 운영한 아내의 지지에 힘입어 청년몰에서 창업했다. “사업 경험이 부족한 청년에게 창업 아이템 테스트 공간을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린오프닝부터 지원받아 경동시장 청년몰에 왔어요. 1년간 린점포를 잘 꾸린 이후 메뉴도 더욱 구체화했죠.” 쓱쓱 비빈 덮밥을 한 술 크게 뜬다. 업장 이름대로 행복감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메뉴 미소 연어 덮밥 1만 4000원 회덮밥 9000원 오늘의 초밥 1만 1000원

문의 070-8808-9500

 

아워오후_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케이크 자태에 탄성을 지른다. 곰과 토끼, 눈사람을 닮았다. 홀로 각종 케이크를 만드는 김경선 대표의 ‘아워오후’ 풍경이다. “하루 중 가장 나른하고 피곤한 때가 오후잖아요. 디저트로 달콤한 오후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상호예요. 케이크 실물을 본 손님들이 즐거워하시면 제 업무 시간도 달콤해진답니다.” 김 대표는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는 이른바 ‘덕업일치’로 창업에 이르렀다. 미대를 졸업하고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레터링 케이크를 배웠다. 평상시 케이크를 좋아해서다. 제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자 점차 창업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마침 시청 홈페이지에서 청년몰 입점 공고를 보고 지원해 2021년 10월에 입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 사업으로 케이크와 쿠키 포장 상자를 개발했어요. 12월에는 성탄절 맞춤 케이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눈사람 케이크가 먹기 아까울 정도로 앙증맞다.

메뉴 입체 동물 케이크 2만 8000원 미니 토끼 케이크 3만 5000원 곰돌이 도시락 케이크 2만원

문의 @ourohu_seoul

청년몰에 입점한 청년 상인들은 중소벤처기업부의 멘토링, 린오프닝 등의 지원을 통해 기반을 다진다. ⓒKTX매거진 신규철
청년몰에 입점한 청년 상인들은 중소벤처기업부의 멘토링, 린오프닝 등의 지원을 통해 기반을 다진다. ⓒKTX매거진 신규철

오화당_‘오감을 만족시키는 꽃과 같은 디저트를 만드는 집’을 위해 조리고등학교 출신 청년 세 명이 의기투합했다. 천범준 대표를 필두로 그의 연인과 절친한 친구가 함께하는 오화당은 지난해 11월 청년몰에 들어섰다. “양식을 전공했어요. 해외 호텔 셰프가 되고자 유학 생활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사업으로 성공하는 사례를 많이 보면서 저 역시 창업을 꿈꾸게 됐어요. 친구들의 조언을 받아 약과 등 한과 전문으로 아이템을 결정했어요.” 천 대표는 곧장 한국으로 들어와 청년 지원 사업에 지원해 멘토링 교육을 이수했다. “프로그램으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경영 지식을 쌓을 수 있었죠. 더불어 중소벤처기업부가 1년간 매장의 보증금과 월세를 지원하는 린오프닝 점포였기에 자리 잡아 나갈 수 있었고요.” 천 대표가 갓 만든 주악을 선보인다. 전통 개성주악에 계피를 빼고 유자를 넣은 것이 특징이다. 바삭한 첫 입 뒤로 상큼한 유자와 달콤한 조청이 조화롭다.

메뉴 주악 2500원 켜약과 3000원 약과크럼블쿠키 4000원

문의 @o_hwadang

 

청년레시피_올해 새롭게 서울훼미리에 발을 들인 조순호 대표는 경동시장과 연이 깊다. 시장에서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부를 도우며 일을 배우던 중 이곳 청년몰을 알게 돼 입점했다. “사업 기회가 주어져서 기뻐요. 청년몰을 찾는 손님이 늘고 있고, 무엇보다 청년 상인들과 함께 일하는 게 즐거워요.” 새내기 상인이 수줍게 웃는다. 그의 가게는 돈가스 전문점. “경동시장 근처에 돈가스 가게가 없어서 늘 아쉬웠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점포를 준비한 이유랍니다.” 조 대표는 추억의 경양식 돈가스를 선보인다.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신선한 식재료에 공들인다. 경동시장 내에서 공수한 채소와 고기를 사용하고, 인위적인 맛을 내는 조미료는 쓰지 않는다. 그 대신 고기 반죽 과정에 마늘과 생강을 더해 잡내를 잡는다. 기름으로 샤워하고 나온 돈가스의 노릇노릇한 자태에 감탄하고 한 입 베어 문다. 바삭바삭하고 고소하다. 소스의 감칠맛도 그만이다.

메뉴 돈가스 정식 1만 2000원 돈가스 9000원 생선가스 8000원

문의 070-7727-1623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